*타낫세x레하트(고유 설정 있음.)
*애정B 기반: 2세 나옵니다. 2세도 저희집만의 설정!
*제목은 이 자장가에서 인용.
달의 색이 가장 선명한 푸른색으로 변한 저녁, 페넷 저택에서는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언가 잃어버린 것을 찾기라도 하는 양 서럽게 우는 그 소리를 들은 타낫세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열 걸음도 채 떼지 않고 도착한 소리의 진원지―옆방은 문을 열자마자 나이든 사용인이 고개를 조아리며 그를 맞았다. 그러나 타낫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그 사용인의 어깨 너머로 들여다보이는 네댓 살 남짓의 어린애뿐이었다. 아이는 누가 온 줄도 모르고 쉼 없이 울어대고 있었다. 타낫세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눈짓으로 유모를 방에서 나가게 한 뒤, 아이의 곁에 다가가 앉았다. 그제야 타낫세를 알아본 아이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그에게 손을 뻗었다.
“아빠….”
“아가, 왜 울어, 응? 잠이 안 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의 입에서 나오리라고는―본인을 포함해―아무도 생각해본 적 없을 말들을 늘어놓은 타낫세가, 아이를 제 무릎 위에 앉히고 다독거렸다. 그러자 가까스로 울음을 그친 아이가 띄엄띄엄 말했다.
“코 자려고, 눈도 꼭 감았는데…….”
“감았는데?”
“그랬는데 눈 꼭 감고 있으면 깜깜해서…….”
“깜깜해서 무서웠어?”
“네….”
요컨대, 자려고 눈을 감고 있으니 괜히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겁이 났단 소리다. 올해 들어 겨우 다섯 살이 된 제 아이가 누굴 닮았는지 (타낫세는 물론 레하트를 닮아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상상력도 참 좋구나 싶어서, 그는 제 품에 안긴 아이 몰래 슬그머니 웃었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타낫세의 옷자락을 눈물콧물로 잔뜩 적시며 칭얼거렸다.
“아빠랑 같이 잘래…….”
“이제 테레하 혼자서도 자야지, 싫어?”
“싫어, 아빠랑 잘래요…….”
거절당하는 게 익숙지 않은 테레하가 도로 울상을 지어 보여도, 타낫세는 엄지로 눈물을 훔쳐 주기만 할 뿐, 제법 단호했다. 기실, 타낫세는 마음 약하게 굴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쓰는 중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하나뿐인 아이가 뚝뚝 눈물을 흘려가며 보채는데 당연히, 당장에라도 품에 꼭 끌어안은 채 언제까지고 곁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렇지만 테레하도 그럴 만한 나이가 됐으니 슬슬 혼자 자는 버릇을 들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먼저 제의했던 것이 레하트도 아니고 저였던 탓에, 타낫세는 차마 아이의 응석을 들어줄 면목이 없었다.
“혼자 자는 거 무서워….”
“어제는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자서 엄마랑 아빠가 칭찬해줬잖아. 기억 안 나?”
“오늘만, 오늘만 같이 자요…….”
요 조막만한 머리로 타협도 할 줄 알고. 타낫세가 별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수많은 패배에 또 다시 1패가 더해진 순간이었으나, 타낫세의 입가에는 지울 수 없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오늘만이야. 내일부턴 혼자 잔다고 약속하는 거다.”
“약속!”
그제야 얼굴이 밝아진 테레하가 타낫세의 손에 제 손을 맞댔다. 타낫세는 테레하의 작은 손을 감싸듯이 쥐었다가, 아이가 까르르 웃으며 자리에 누우려는 것을 보고 놔주었다.
테레하를 마주보며 누운 타낫세는, 아이의 가슴팍을 토닥이며 감상에 잠겼다. 귀엽지 않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 아이가 제 자식이라는 게, 아이가 태어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신기한 탓이었다. 요 까맣고 결 좋은 머리칼도, 발그레하니 건강한 혈색을 지닌 통통한 뺨도, 시선을 마주칠 때마다 방싯 웃는 저 푸른 눈동자도 전부…레하트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 더욱 그랬다. 그러나 나머지 부분―둥글지만은 않은 눈매라거나, 얇은 입술, 하물며 귓바퀴와 손발가락의 형태 같은 것―은 죄다 어머니가 아닌 쪽으로부터 온 것이라, 다소 벅찬 기분이 든 타낫세가 테레하의 이마에 쪽, 가벼운 입맞춤을 남겼다. 그러자 테레하가 또 다시 까르르 소리를 내어 웃었다.
“책 읽어주지 않아도 괜찮아?”
“네! 그런데 있잖아요….”
이대로는 아이를 재운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 같아, 타낫세는 여태껏 해왔던 대로 테레하에게 책을 읽어주려고 했다. 그러나 테레하는 전처럼 침대에서 폴짝 내려가 마음에 드는 책을 가져오는 대신, 타낫세의 품을 찾아 파고들며 소곤거렸다.
“아빠가 노래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노래?”
“엄마는 불러줬는데….”
타낫세는 테레하가 언제 적 일을 말하고 있는지 바로 알아챘다. 드물게도 밤늦도록 잠들지 않은 레하트가, 오늘은 특별히 자신이 아이를 재우겠다며 장담했던 몇 달 전의 일이었다. 열흘 중에 이레나 여드레를 먼저 잠들어 있곤 하던 어머니가 제 곁에 있어준단 사실에 신이 난 테레하가, 잠자리에 들어서도 문 밖까지 들릴 만큼 낭랑한 웃음을 터트린 날이기도 했다. 그날, 혹시라도 아이를 재우기 전에 레하트가 먼저 잠들지는 않을까 걱정돼 테레하의 방을 찾았던 타낫세는, 처음으로 레하트의 노랫소리를 들었었다.
“나비가 날아온대, 우리 아기 잠든 얼굴, 진달래빛 예쁜 뺨에, 입맞추러 온단다…….”
아이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조곤조곤 노래하는 레하트의 옆얼굴에 쏟아지는 달빛이 유난히도 밝아서, 한참이나 눈을 뗄 수 없었던 순간이었다. 그 다음날, 레하트더러 제게도 노래를 들려달라고 부탁했을 만큼(좋게 말해 부탁이지, 그냥 주책이었다.) 마음 깊숙이 박힌 그 순간을 아이도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타낫세는 팔을 뻗어 테레하를 끌어안고는, 레하트에게 들었던 가사를 더듬었다.
“나비가 갖고 온대, 파랑새의 예쁜 날개, 우리 아기 잠든 팔에, 달아주고 간단다…….”
몇 마디 되지 않는 노랫말을 읊는 동안 옷자락에 와 닿는 숨결이 점점 가늘어지는 것을 느낀 타낫세는, 마지막 소절까지 입 밖으로 꺼낸 뒤에야 테레하를 내려다보았다. 테레하는 조금 전까지 저택이 떠나갈 듯 울고 있던 게 거짓말인 양, 타낫세의 옷깃을 꼭 쥔 채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이 잠버릇도 엄마랑 똑같네…, 저도 모르게 웃은 타낫세는 테레하를 단단히 끌어안으며 정수리에 다시금 입을 맞췄다.
“좋은 꿈 꿔, 아가.”
내일도, 모레도…, 언제든 네 곁에 있을게. 인사이고 다짐인 그 말과 함께 깊어가는, 그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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