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1
*임의로 의역한 데가 많고 일부분 번역기를 사용해 오역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8월 21일(목요일) 흐림 때때로 비.
그 기자가 다시 배회하기 시작했다. 마을의 모습도 왠지 이상하다.”
***
오늘부턴 스즈노도 기지에 올 수 있을 것이다.
어제는 기지에 가지 않았고, 그래서 괜히 소타로와 요스케만 있을 기지에 가는 것도 거북했지만, 스즈노가 와준다면 좋은 방향으로 풀릴지도 몰랐다.
내친김에 조금 선회하더라도 오락실을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신야가 있다면 데려갈 수도 있고, 없다면 기지에 갔으리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으므로.
그 판단 덕분에 나는 신야를 성공적으로 찾아낼 수 있었지만, 신야 옆에 덤이 붙어 있었다.
그 덧니 난 기자였다.
“더 할 말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상가 한복판에서 신야가 그 기자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아직 가게들이 열리지 않은 거리는 사람의 왕래도 적어서, 나는 나도 모르게 길가에 숨듯이 하며 근처로 다가갔다.
“아니, 아니, 더 있지?”
나와 등을 진 기자는 표정이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와 다르게 눈은 웃고 있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신야의 손목을 꾹 붙들고 있었다.
“없어!”
“거짓말은 안 돼. 사람들이 싫어할 거야.”
기자가 속삭이듯 말하자 신야는 대놓고 동요했다. 나는 기자가 하는 모양새에 화가 나, 얼른 그늘에서 뛰쳐나가 두 사람에게 접근했다. 신야의 흔들리던 시선이 나를 알아보자마자, 안색이 밝아졌다. 기자는 아직 뒤에서 다가가는 나를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어제 일이라든가…….”
“신 군, 가자!”
기자가 다시 말을 걸려는 그 틈에, 내 손이 신야의 팔을 잡아챘다. 그대로 기지 쪽으로 달려갈까도 생각해봤는데, 섣불리 도망쳤다간 기지의 위치가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자, 신야의 팔이 다시 붙잡혔다.
“잠깐, 기다려, 기다려. 도망갈 필요는 없잖아, 얘기를 물어보는 것뿐인데.”
“신 군도 할 얘기 없다고 했습니다.”
나도 다시 멈춰 기자의 얼굴을 째려봤다.
모토나오의 죽음으로부터 2주 이상 지나자, 다른 기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게 됐다. 처음부터 나를 찾아온 기자는 이 사람뿐이었는데, 왠지 너무 끈질겨서 넌덜머리가 났다. 그러므로, 나는 역으로 따지고 들었다.
“어째서 따라다니시는 겁니까?”
“어째서, 라니. 이게 일이야.”
“그렇지만, 다른 기자들은 이제 없습니다.”
“아―, 신문 쪽은 바쁘니까―. 장기 취재는 꽤나 어렵지―.”
그러고 보면 이 사람은 주간지 기자였던 것 같다. 명함을 잘 보지 않고 내다버려서 잡지 이름이며 이 기자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물어보고 싶은 게 뭡니까?”
그가 신야의 팔을 놔줄 것 같지 않아서, 나는 아예 그의 일을 끝내버리기로 작정했다. 그러자 기자는 부랴부랴 메모지를 꺼냈다.
“주스 사줄 테니까 공원으로 갈래?”
“여기가 좋습니다.”
그렇게 느긋하게 얘기를 나눌 생각은 없다는 뜻으로 되받아쳤다. 먹혔는지 안 먹혔는지, 기자는 샤프펜슬 꽁무니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 무렵에 신야의 팔은 풀려났지만, 도망쳐봤자 다시 쫓길 뿐이라는 생각에 나는 일단 얘기를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 신야가 불안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중이었다.
“아, 그래. 그럼 우선 ‘마왕’은 누구…….”
“그건 이미 얘기했습니다.”
결국 그 일인 것 같다. 내가 뿌리치자 기자는 곧장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숨기는 건 없어야지.”
“아무 것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네 친구가 죽었는데?”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은 같고, 모토 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너무 싫습니다.”
내 마음속에서 어제 체육관의 광경이 떠올라, 눈앞이 하얘지는 것만 같았다. 이 마을 주민 대다수는 모토나오가 없어져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은 나날을 보낸다. 변하기는커녕, 오히려 이 기자 등등은 모토나오가 겪었던 광경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
나는 다시금 신야의 팔을 잡고 발길을 돌렸다.
“신 군, 그냥 가자.”
이번에 기자는 붙잡으려 들지 않았다. 그보다도 더욱 예상 밖의 행동을 했다.
그가 우리 등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너희를 구해주려는 거잖아!”
그가 내뱉은 말은 우리를 어리둥절해져 걸음을 멈추게 하기엔 충분했다. 신야도 마찬가지인지 입을 떡 벌리고 기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가게가 열리며 드문드문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런 우리를 수상쩍게 쳐다봤다. 그 때문일까, 기자가 가까이 다가와 우리를 뒷골목으로 이끌었다.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을래. 너희를 위협하는 ‘마왕’은 그 사람이라고.”
기자가 목소리를 죽이고선 다시 이렇게 물었다.
“요스케 씨가 아니예요.”
“그 애는 위험해. 알고 있어? 그 애의 아버지랑 형은 지금 입원 중이야. 물론 그 애 짓이지. 너희까지 그렇게 되도록 두고 싶진 않아.”
나와 기자의 대화를 신야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듣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신야가 그 도망 이후에 벌어진 일을 몰랐을 수도 있겠다고 짐작했다. 신야의 안색은 기자가 말 한 마디를 할 때마다 발개지는 것 같았다.
“그 애가 너희를 나쁜 패거리에 끌어들이려던 건 아냐? 일주일 전에, 너희를 데려가서, 무슨 짓을 하려고 했었어? 겁내지 않아도 돼, 너희가 말했다는 건 당연히 비밀로 할 거고, 내용에 따라선 경찰에……”
그러자 신야가 기어이 폭발하고 말았다.
“요스케는 그런 게 아냐!”
펑, 하는 청량한 소리와 함께 기자의 메모지가 하늘을 날았다.
“마왕은 마왕이야, 다 죽을 거야, 죽을 거라고!”
기자가 반응하지 못하는 틈을 타, 이번에는 신야가 내 팔을 붙잡고 달렸다. 골목에서 빠져나와, 어떻게든 기자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다른 골목으로 들어갔다. 이 근방의 지리는 당연히 우리들이 잘 알고 있으니 간단히 벗어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모퉁이를 세 개쯤 돌았을 때, 앞길에 사람의 그림자가 딱 버티고 서 있었다.
팔짱을 낀 그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바보냐, 너네. 좀 입을 잘 맞춰두지 그랬어.”
그 모습을 알아본 신야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요스케!”
나는 신야처럼 단순히 기뻐할 수는 없었다. 요스케의 말은, 그가 기자와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언제부터……?”
“어? 아아, 중간부터지만. 오락실 열릴 시간이 됐으니까.”
그의 표정에서 분노나 짜증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척 무서운 무표정 같은 것도 아니고,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생각에 잠긴 듯싶은 모습이었다.
요스케는 그런 얼굴로 잠시 말없이 있었지만, 이내 “비 내릴 것 같은데. 괜찮으면 도장에라도 와.”라고만 말하고 돌아서 걷기 시작했다. 그건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 화법이었기에, 나와 신야는 서둘러 뒤따랐다.
사흘 전에 왔었던 때처럼, 도장 입구에는 휴업 종이가 붙어 있었다. 신야가 그걸 보고 또 눈을 크게 떴다. 신야의 캐묻는 듯한 시선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신발을 벗고 가라테 도장에 들어갔다. 낡은 다다미 냄새가 났다.
“앗, 내린다.”
신야의 말에 돌아봤더니 확실히 바깥 흙에 하나둘,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비구름이 지나갈 때까진 여기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문득 실내로 고개를 돌린 나는, 툇마루 쪽에서 여성을 발견했다. 나이로 미루어보아 요스케의 어머니인 듯했다. 슬쩍 고개를 숙였는데, 어째선지 (그녀는) 도망치듯 집 안쪽으로 쑥 물러나버리고는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연습이라도 시켜줄까.”
“진짜?!”
요스케의 제안에 신야가 곧장 넘어갔다. 신야는 어느새 요스케를 향해 존경 비슷한 마음을 품은 모양이었다. 엊그제 오락실에서 만났을 때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너는 어쩔래?”
요스케가 나에게도 그렇게 묻는 바람에, 나는 당황해 도리질했다. 그럼 구석에서 보고 있어, 라고 말한 요스케는 신야에게로 돌아섰다.
“뭐, 이제 와서 틀을 잡느니 해봤자 소용없고. 일단 부딪쳐봐.”
나는 요스케 말대로 구석 벽에 기대서 두 사람의 합을 구경하기로 했다. 머리 위의 창문에는 여러 개의 물방울들이 선을 그리며 흘러내리는 중이었다. 작은 물방울과 큰 물방울이 서로 부딪쳐 하나가 되며 떨어졌다.
곧 가벼운 주고받기로 시작된 두 사람의 부딪침은 차츰 격렬해졌다. 대개 신야가 덤벼드는 걸, 요스케가 받아넘기는 식이었다. 옆에서 보고 있자니, 신야의 움직임에 얼마나 군더더기가 많은지를 나도 잘 알 수 있었다. 신야는 풋내기니까 별 수 없는 일이다. 달리 말해서, 요스케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훌륭했다.
그래서 휴식 시간에 요스케가 이렇게 말한 데 동감이었다.
“전부터 말했지만 너, 꽤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제대로 해보는 게 어때.”
“근데 난 곧 있으면 약해질 거고…….”
하지만 신야는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능력이 없을 때의 신야는 기세등등하긴 해도, 충동적이고 운동신경이 뛰어나지 않다는 걸 체육시간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그런가? 그래도 그 감각을 따라잡고 있는 거잖아. 안 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신야에게서 대답은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냐, 넌.”
느닷없이 요스케가 내게도 말을 건네서, 횡설수설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괜찮지 않을까. 신 군, 동아리도 안 하고 있고.”
딱히 좋은 대답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도 신야는 나를 흘끗 쳐다봤다. 그 시선엔 약간의 기대가 섞여있는 듯했다.
“나라도 괜찮다면 앞으로도 가르쳐줄 테지만.”
요스케가 계속해서 밀어주자 신야는 곧장 고개를 들었다. 기막힐 정도로 밝은 표정이다.
“진짜야?”
“근데, 똑바로 된 지도가 아니란 건 알아두고. 제대로 하고 싶으면 어디 입문하는 게 나아.”
“괜찮아, 요스케가 좋아!”
“알았어, 알았어. 그 대신 선생님이라고 불러.”
그러자 신야가 들뜬 모습으로 폴짝폴짝 뛰더니, 슬쩍 손을 들고 선언했다.
“선생님, 화장실!”
“다녀와.”
허락을 구한 신야는 보통 사람의 두 배 정도로 빠르게 뛰어 도장에서 빠져나갔다. 요스케가 씁쓰레 웃으며 신야를 배웅했다.
“저 녀석 말이지. 입으로는 큰소리도 잘 치면서, 자신감은 전혀 없구만. 이상한 녀석.”
신야는 언제나 불안해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대범하게 말하다가도, 막상 인정을 받으면 그게 상대방의 일시적인 기분이 아닐지 겁을 낸다. 나는 최근 들어서야 그 사실을 어렴풋하게 알아챘고, 신야가 학교에서 보이는 언행만큼 행복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뭐, 이러면 저 녀석도 기지엔 오겠지. 여름방학을 마무리 지어야만 하니까.”
그리고 요스케 역시, 그 기자가 말하는 대로의 사람이 아니다. 소문의 여러 부분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런 건 요스케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내가 고마워하는 시선을 느꼈는지, 요스케가 이마에 주름을 잡으며 덧붙였다.
“말해두겠는데, 난 마왕이 올 거라고는 생각 안 한다.”
“앗, 어째서?”
“계속 말했잖아, 바보 같다고. 그 예언 같은 건 뭔가 시시한 결말로 끝일 거야.”
요스케는 저 일관된 태도를 바꿀 생각이 없어보였다. 내가 거기에 반박할 수 없었던 건, 그 다음에 요스케의 입에서 흘러나온 작은 중얼거림 때문이었다.
“마왕 같은 건 없으니까, 전부 알아서 할 수밖에 없어.”
무심코 눈을 바닥에 떨어트린 나는 다다미에서 검은 얼룩을 발견했다. 그렇게 신야가 화장실에서 돌아올 때까지, 내내 고개를 들 수 없었다.
- 달력은 연재 당시인 2003년 7~8월을 참고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