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1
*임의로 의역한 데가 많고 일부분 번역기를 사용해 오역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8월 22일(금요일) 맑음.
간신히 전원이 모인 기지에서 회의를 했다. 여름방학이 끝나기까진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
내가 모습을 나타내자 소타로의 얼굴이 안도로 풀리는 게 보였다. 그가 반쯤 일어서다시피 해 나를 맞이했고, 옆에 있던 치코는 그런 소타로를 곁눈질하고 있었다.
“이제 안 올까봐 걱정했어.”
소타로가 지나치게 기쁘게 말하는 바람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소타로가 이렇게 지적했다.
“왜냐면 히로키, 학교 갔던 날의 그거.”
“앗…….”
그때는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아서 잘 생각하지 못했는데, 돌이켜보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힘을 써버린 상황이다. 어쩌면 내가 벌인 짓이라고 알아챈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능력에 대해선 비밀로 부치자는 이 멤버들과의 약속을 내가 어긴 것이었다.
“미, 미안…….”
허둥지둥 사과했지만, 내심 이미 늦은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 아무튼 지적을 들을 때까진 약속을 어겼다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으니, 변명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도 소타로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역시 걱정했었어? 괜찮아.”
“그래도 능력에 대해서 들키면….”
“요스케도 비슷한 짓은 했으니까. 이제 그렇게 조심할 것도 없다고 생각해.”
소타로는 끝까지 웃고 있었다. 정말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도리어 내가 당황했다. 선뜻 용서받았으니 안심해도 될 장면이었겠지만, 어쩐지 내 입안은 더욱 말라만 갔다.
“원래 우리들은 마왕을 쓰러트릴 거였으니까. 들켜도 딱히 상관없지?”
그러다 내가 명백한 위화감을 느낀 순간에는, 더 이상 그걸 따질 겨를이 없었다. 입구에서 스즈노가 들어오느라 이야기가 중단돼버렸기 때문이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소타로에게서 고개를 돌린 나는 오랜만에 스즈노를 보고, 말문이 막혔다. 스즈노의 아름답고 길었던 머리가 어깨 위로 싹둑 잘려 있었다. 내 머릿속에서 이전에 만났던 스즈노 어머니의 모습이 빙글빙글 떠올라, 질식할 뻔했다.
내가 놀란 표정으로 얼어붙어 있었나보다. 스즈노가 볼을 붉히면서 말도 못하는 내게 설명했다.
“직접 자른 거야. 그렇게 이상한가?”
나는 당황한 채로 고개를 저으면서, 간신히 목소를 짜냈다.
“……놀라서.”
“우리도 어제 엄청 놀랐어. 갑작스러웠잖아.”
“그렇게 길러두면 적어도 잔소리는 안 했으니까. 그래도 이젠 지긋지긋해.”
왠지 도전적인 미소가 스즈노의 입에 걸렸다. 고개를 살짝 숙인 스즈노의 뺨에 검은 머리가 스르륵 흘러내렸다. 목덜미게 걸린 뒷머리는, 직접 잘랐다는 듯이 들쭉날쭉한 데가 종종 눈에 띄었다.
분명히 스즈노는 그 도피행 이후에 달라진 것 같았다. 여행에서 돌아온 가족들이 저 모습을 보고서 무슨 말들을 할 지 알 수 없다. 그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숨이 막혔다.
“요스케도 오늘은 출석할 거랬어요.”
“음, 그럼 회의할 수 있겠다. 앞으로도 이러면 좋겠는데.”
소타로의 좋은 기분은 오늘따라 유별나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건, 요스케가 모습을 나타내면서 더욱 강해졌다.
“여기까지 와 놓고 포기하겠단 거냐고.”
요스케가 신야의 멱살을 잡은 채로 끌고 왔기 때문이었다. 작전실의 불빛이 닿는 범위에 들어서자, 신야도 저항하지 않고 우리 쪽으로 돌아섰다.
“저기, 그게…….”
“신야, 잘 왔어!”
그 순간 소타로가 신야의 양손을 꽉 붙들었다. 처음엔 당황하던 신야도, 소타로가 자기를 환영해주는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긴장을 푼 것 같았다.
“같이 마왕을 물리치자!”
힘차게 외친 소타로의 말에, 신야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맞잡은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흩어졌던 우리들은 겨우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 치코도 있네. 나와도 괜찮은 거야, 너?”
“오늘은 6시쯤까지 엄마 안 돌아오니까.”
신야가 치코를 발견하자마자 시비를 걸어댔다. 치코는 무릎 위에 모아둔 주먹을 바라보기라도 하듯이 고개를 숙인 채, 신야의 물음에 답했다.
“흐음. 하지만 갑자기 돌아오거나 하면 위험해지잖아―?”
“괜찮다고!”
“됐으니까 신야도 앉아.”
소타로가 중재하자 신야도 둥글게 앉았다. 오랜만의 작전 회의다. 소타로는 요스케에게도 권했지만, 요스케는 벽에 기대 선 채로 끼어들 생각은 없음을 무언으로 표명했다. 단지, 모토나오가 없다는 것만을 제하면 여름 초반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광경이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모두들 다시 이렇게 모여서 나는 너무 기뻐.”
주먹을 둔 소타로의 연설이 시작됐다.
“이건 역시 우리가 정의의 편이라는 증명이랄까, 왠지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어. 우리가 마왕을 쓰러트릴 사람들로 뽑힌 거니까, 마을을 지키기 위해선 도망쳐서는 안 되겠지.”
듣는 동안 나는 재작년을 떠올렸다. 나와 소타로, 신야랑 치코, 그리고 모토나오가 처음 모였던 때의 일. 소나기가 내린 뒤의 다리 밑이었다. 그때 우리 사이를 가득 채웠던 건 의심과 경계심, 기대와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같은 학년이라 서로의 얼굴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뿐인 관계였다. 특히 나는 같은 반이 돼 본 적 없는 애들뿐이라서 이름도 잘 몰랐다.
그 찜찜한 분위기 속에서 제일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이 소타로였다.
“나는 여기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모두의 이름이나 얼굴을 잘 모르지만……, 왠지 기뻐.”
그의 얼굴이 말을 하면 할수록 붉어지더니, 끝내 목까지 붉어졌더랬다.
“난 우리가 동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그거야 굉장하잖아, 이렇게 만난 것도. 꼭 이렇게 될 거라고 정해져 있었던 거겠지. 내가 여기 오게 된 것도 그 때문일지 모르고. 응, 반드시 그랬겠지. 분명 신님이라든가 우주인이라든가, 그렇게 하라고 하는 중인 거야, 이건.”
우리는 소타로의 열변에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러다 그 열의에 떠밀리듯 조금씩 친해져서,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엔 완전히 마음을 터놓게 됐다.
만약 소타로가 없었다면, 우리는 동료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를 이어주는 건 사소한 비밀과 약간의 동질감, 거기에 소타로가 늘어놓는 형편없고 말도 안 되지만 구미가 당기는 계획들이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라서, 소타로는 고리 중심에 서서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한 지휘를 하고 있었다. 소타로는 변하지 않았다. 그의 말은 든든했고, 치코와 신야는 그를 신뢰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더는 마왕을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에겐 힘이 있어.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한 힘이지. 마왕과 맞서 싸우자!”
소타로의 말대로 더는 도망칠 수도 없다. 기한은 앞으로 일주일이고, 헤맬 틈도 없다. 쓰러트리지 않으면 살해당한다.
“마을을 구하자. 우리들은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마왕을 쓰러트릴 수 있는 영웅이니까!”
요스케를 제외한 전원이 박수를 치며 소타로의 연설은 끝이 났다.
우리는 동료다. 모두 함께 맞선다면 두렵지 않다.
- 달력은 연재 당시인 2003년 7~8월을 참고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