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1
*임의로 의역한 데가 많고 일부분 번역기를 사용해 오역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8월 20일(수요일) 맑음.
오늘은 전교 등교일이었다.
학교는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지금은 모두들 싫은 눈으로 쳐다봐서.”
***
학교는 소문이 흘러넘쳤다.
교문에서 한 걸음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았다. 그건 교사(校舍) 입구, 교실이 있는 층으로 갈수록 강해지더니, 교실 문을 열었을 때는 명백한 호기심과 적의 어린 시선이 내게 날아들었다. 나도 모르게 같은 반인 소타로의 모습을 찾자, 그가 교실 뒷자리에서 팔짱을 낀 채 한쪽 눈썹을 치켜든 얼굴로 내게 기분을 전했다.
이래서야 다른 반에는 갈 수 없다. 오늘 작전은 엉망이 될 것 같았다.
치코의 부모는 세간의 이목에 신경을 쓴다. 그러므로 역시 학교에 등교하는 걸 넘어가도록 두지는 않은 듯했다. 게다가 오봉도 지나 업무가 재개된 아버지가 온종일 붙어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즉 오늘이 얘기를 나눠볼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는 데 나도 소타로도 의견을 일치했는데, 반 친구들의 호기심 어린 눈초리를 간과하고 있었다. 이건 주변에서 감시하는 것과 다름없다.
“……마왕이라니”
“그래서 도망쳐서……”
“왜냐면, 우리 부모님도 찾으러……”
수군대는 소리의 일부만 귀에 들어오는 게 기분 나쁘다. 나는 말없이 내 책상으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책상 위에 두 주먹을 올려둔 채 거기만 계속 쳐다봤다. 등교 일은 반나절이면 끝나니 조금만 참으면 된다. 소타로도 분명 그렇게 하리라고 나는 판단했다. 소타로는 일부러 시비 거는 짓은 하지 않는다.
“야, 하나자키.”
하지만 걸려온 경우는 별개다.
지금까지 멀리서 우리를 보던 한 남자 무리가, 드디어 소타로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3반의 츠네카와를 죽였다는 게 사실이야?”
등 뒤에서 들려온 너무나도 노골적이 무례한 질문이 내 눈앞을 흐리게 만들었다. 나는 돌아보려고 했는데, 온몸이 굳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내 머릿속에 박힌 건 저 동급생들의 조롱 섞인 목소리들뿐이었다.
“위험하대. 상대하지 마.”
“그만둬, 그 5학년한테 죽어버릴걸.”
귀를 막으려고 해도 책상 위의 손은 파르르 떨리기만 한다.
“그래도 살인자랑 같은 반에 있을 수는 없잖아? 확실히 하자고.”
“그렇지.”
“하나자키, 너네가 5학년의 명령 때문에 츠네카와를 밀쳤다는 말이 있던데. 그래서 무서워져서 도망쳤다고. 경찰에 잡힌 주제에 학교는 왜 나온 거야?”
등에 식은땀이 몇 줄기 흐르는 게 느껴졌다. 소타로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소타로 역시, 나처럼 굳어버린 걸지도 몰랐다.
“무슨 말이라도 해봐.”
저들의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나는 대답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흘러나오는 건 공기뿐이었다.
대체 뭐라고 대답하면 되는 걸까. 모토나오를 죽인 건 마왕이고 우리들이 아니다, 라고 말할 수도 없고, 말해봤자 믿어주지 않는다. 아군은 없다. 나는 그 예언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우리 말고 마왕을 쓰러트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무시하면 안 되지, 이 살인자!”
“어이, 뭐하고 있는 거냐, 너희들!”
힐문은 담임의 등장으로 중단됐다. 동시에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던 분위기가 깨지고, 매미 울음소리와 열기가 금세 교실로 흘러들어왔다.
“한참 전에 종이 울렸잖아, 앉아라, 앉아!”
담임이 교탁에 출석부를 탁탁 두드렸고, 거기에 맞춰 다들 자기 자리에 앉았다. 그제야 나도 고개를 들 수 있었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책상 상판에 물방울처럼 맺혔다.
“정말이지, 모처럼 조용히 기다리고 있나 했더니…출석 후엔 체육관으로 이동! 똑바로 줄 서고!”
선생님은 결석자를 확인하자마자 나가 버렸다. 모두들 전교 집회에 나가기 위해 이동했다. 기세가 꺾인 탓인지 좀 전의 힐문은 재개되지 않았고, 소타로도 나도 누군가에게 말 걸리는 일 없이 복도를 걸었다. 어제 신야의 일도 있어서, 나는 소타로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도 좀 전의 감각이 남아있는 듯, 눈앞의 광경이 흔들흔들 어지럽고 주변 소리는 묘하게 반사되며 귀에 닿았다. 그건 체육관에 들어서면서 더 심해져서, 서로 소곤대는 소리가 더 이상 사람의 것처럼 느껴지지를 않았다.
덥다. 땀이 다시금 등에서 흘러내렸다.
무리 지은 사람들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 중에 유일하게 들리는 건, 마왕이라는 단어다. 모두들 그 소문을 교환하고 있다.
“조오오오요오오옹히이이이이조오오오요오오옹히이이이이”
고음의 울림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순간 자리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흘러넘치던 그 단어는 아직 사라지지 않고 주변을 떠돌고 있다. 마치 그 이름의 주인을 부르듯.
“오늘은 여러분에게 슬픈 소식을 전해야만 합니다. 여러분의 친구가 이번 여름방학에 불행한 일을 당했어요.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흘러가는 소리를 말로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의미만은 머리에 박혀서 이해가 됐다. 동시에 어째서 내가 이런 곳에 있어야 하는지 더욱 알 수 없게 됐다.
모토나오가 더 이상 없다는 것 따윈 일일이 물어볼 필요도 없이 잘 안다. 이제는 슬프다느니 쓸쓸하다느니 그런 말은 할 수 없다. 그래서 체육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신음 같은 탄식이 귀에 거슬렸다. 모토나오가 무슨 생각으로 선로에 뛰어들었는지 전혀 모르는 주제에.
그리고 마왕을 쓰러트리지 않으면 살해당한다. 이곳의 모두가 똑같이 사라진다.
여기 있으면 안 된다. 나는 다시금 강하게 생각했다.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나는 문득 바닥에서 단상으로 시선을 옮겼다. 알록달록한 꽃이 꽂힌 큼지막한 꽃병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곧장 팔을 뻗어 그 꽃병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주위 사람이 움직임을 알아챈 듯싶은 모습을 보였지만, 상관없었다.
손가락을 살짝 까딱하자마자 꽃병이 떠올랐다. 당연하게도, 듬뿍 물이 담긴 꽃병이 그런 난폭한 움직임에도 멀쩡할 리는 없어서, 꽃병은 균형을 잃고 받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물과 꽃과 파열음을 뿌리며 꽃병 조각들은 단상 위에 흩어졌다.
비명이 흘러나오고, 모두들 안절부절못한다. 나는 연이어 단상 옆의 천막을 천장에 닿을 정도로 떠오르게 했다가 곧바로 풀어줬다. 그리고 체육관 안의 사람들이 그 화려한 펄럭임에 넋을 놓은 사이 교정으로 달려 나갔다. 아무도 불러 세우지 않아 내 탈출은 성공했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눈부신 햇살이 내 눈동자를 스치고, 산에서부터 불어왔을 모래 바람이 내 몸을 스쳤다. 눈이 따갑다. 모래가 들어갔는지 볼에 눈물이 줄줄 흐르는 게 느껴졌다. 연신 닦아내도 그치질 않아, 나는 눈을 깜빡이며 실내화를 신은 채로 교정에 발을 디뎠다. 눈물 때문일까, 교문은 아득하게 보였고, 온몸에는 나른함이 가시지 않아 다리가 무거웠다.
겨우 중간까지 걸었을 때, 낮의 햇살에 노출돼 온통 새하얀 운동장에 작은 그림자가 하나 드리워져 있는 걸 알았다. 낯익은 모습이었다.
“어째서……?”
“오빠가 부르면, 니나는 올 거야.”
햇볕에 깔끔하게 익은 팔을 니나가 나한테 내밀었다. 나는 그저 니나 앞에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니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늘이라곤 전혀 없는 미소를 지었다.
“니나가 있으니까, 오빠는 괜찮아.”
“마왕이 와.”
니나의 작은 손이 내 축축한 손을 잡았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계속했다.
“죽어버릴 거야. 살해당해, 모두.”
“죽지 않아.”
나는 니나의 손에 이끌려 교문을 지났다. 어느새 눈물이 그쳤다. 멀리 체육관 쪽 확성기의 울림이 여기까지 들려왔다.
그렇게 알기 시작했다. 아무리 예언이 부정해도, 나는 기대하고 있었던 거다. 함께 싸워주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약간, 우리에 대해서 알아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저들은 우리를 살인자라고 불렀다. 여기 있는 것조차 용납되지 못한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하지?
물이 뿌려져 김이 나는 아스팔트를 밟으며, 정원수 가지 아래를 지나, 나와 니나는 걸었다. 머지않아 그 건널목을 마주하는 언덕 꼭대기에서, 나는 하늘색 함석 벽을 보며 숨죽였다.
“집은 싫어.”
“하지만 엄마가….”
“안 기다려.”
“오빠.”
니나의 표정이 노골적으로 어두워졌다. 나는 니나가 왜 그녀를 고집하는지, 그것만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나를 필요로 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텐데.
니나의 재촉에 하는 수 없이 집에 들어갔더니, 거실에서는 한결같이 텔레비전 소리가 들렸다.
“다녀왔습니다.”
장지문을 사이에 두고 말을 건네도 대답은 없다. 니나는 반쯤 울 것 같은 얼굴로 내 옆에 서 있었다. 엄마는 대개 내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니 이것도 당연한 일인데, 니나는 아직 희망을 버리지 못한 거다. 내가 아까 학교에 품었던 것과 비슷한 걸지도 몰랐다.
방에 돌아가자 니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피곤해.”
나는 잠자코 고개만 끄덕였다.
“이제 곧 옛날의 엄마로 돌아올 거야.”
니나는 있을 수 없는 꿈을 말했다. 엄마가 옛날에 구워주던 핫케이크의 맛. 더러워진 채로 돌아왔을 때 웃으며 옷을 벗겨주고, 그 옆에서 세탁기가 돌아가던 풍경. 엄마와 아빠가 데려다준 놀이공원에 관한 추억.
어떤 것도 내 기억에는 없는 일이었다. 거기다 대고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미소 지은 채 들어주는 것뿐이었다.
- 달력은 연재 당시인 2003년 7~8월을 참고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