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1
*임의로 의역한 데가 많고 일부분 번역기를 사용해 오역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8월 13일(수요일) 맑음.
마왕은 모든 것을 망가트린다.
나는 혼자서라도 맞서기로 했다.”
***
아스팔트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낮의 거리에서 아지랑이가 하늘하늘 춤추는 게, 전체적으로 하얗게 빛나는 것도 같았다. 여름 햇살이 드러난 팔뚝을 익히는 것도 잘 느껴졌다.
빌려 쓴 채인 밀짚모자가 고마웠다. 그러나 이건 지금 돌려주러 가는 중이라, 나는 돌아올 땐 어떻게 할지 생각에 잠겼다.
“오늘은 꼭 아이스!”
니나가 발랄하게 나를 따라왔다.
“컵으로 하자.”
“싫어―!”
또 해먹을 작정이다.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말려봤자 니나는 해버릴 게 당연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니나는 이번에도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했다.
미요시 가게의 셔터가 오늘도 내려와 있었다.
“여행인가.”
어쩌면 할머니의 아들이나 딸이 모시러 왔을지도 모른다. 작년은 변함없이 영업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그런 사정이라면 올해는 휴가라는 것도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이 모자를 돌려주는 건 오봉이 지나고서야 가능할 것 같았다.
“어라, 미요시 가게에 볼일이라도?”
갑자기 뒤에서 말을 걸어와 나는 뒤로 돌았다. 거기에 자전거를 끌던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
“아, 네.”
“유감이네. 미요시 가게는 이제 하지 않을 거야.”
어째서요, 라고 내가 묻기도 전에 여성이 이유를 말했다.
“할머니, 요 며칠 전에 돌아가셨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토나오의 경우에도 거짓말이 아니었던 게 떠올랐다. 머릿속에서 가시 돋친 빛이 몇몇 튀는 듯싶은 감각이 느껴졌다. 이 여성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왜, 너무 더운 날이 있었잖니? 노인들에겐 괴로웠겠지.”
입을 다문 나를 염려한 듯 여성은 자전거를 세우고 다가왔다. 백분 냄새가 훅 끼쳤다.
“안색이 안 좋네. 일사병에 걸리면 안 되니까, 과자 같은 걸 사러 온 거면 슈퍼에라도 가렴.”
“……네.”
나는 고개 숙인 채로 겨우 답했다. 여성은 만족한 듯 끄덕대더니 다시 자전거로 돌아가 안장에 앉았다. 그러고는 얼른 아스팔트에 고무 타이어를 비비며 떠났다. 그 (바퀴)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왕이다.
우리 편이 될 것 같았던 할머니를, 선수 쳐서 죽여 버린 거다. 어른 중에 우군이 없다는 건 이런 뜻이었다.
이젠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다. 소타로나 멤버들은 집에 붙잡혀 있을 거다. 다른 어른들은 믿지 않거나 앞잡이가 돼 버리거나 살해당할 거다.
그리고 우리도 죽는다. 여름의 끝에서.
“싫어!”
돌연, 니나가 외쳤다.
“니나는, 죽는 거 싫어!”
그건 지금까지 얌전한 편이었던 니나의 느닷없는 격앙이었다.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싸우자.”
니나의 외침이 내 외침이기 때문이다.
“마왕을 물리치자.”
이젠 그것밖에 없다. 아무도 함께 있어주지 않는대도,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대도, 마왕을 쓰러트리는 수밖에는 살아날 길이 없었다.
나는 밀짚모자를 다시금 눌러쓰고, 미요시 가게에서 떠났다.
결심한 덕분일까, 집 대문 앞에서 덧니 난 남자를 알아봐도 내 마음은 약간 술렁이기나 할 따름이었다. 언젠가는 그들이 나타날 거라고 알고 있던 덕이기도 할 터였다. 우리가 붙잡혔던 바로 뒤에는, 치코의 부모라든지에 의해 쫓겨난 것 같아 파출소 부근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번엔 큰일이었지.”
그는 샐쭉대며 내게 다가왔다. 얼핏 봐선 우호적이지만, 그 이면엔 나를 어떻게든 깔아뭉개고 싶다는 낌새가 어른거렸다. 그게 이전보다 더 강하게 느껴지는 건, 그가 우리 꼬리를 잡았다고 생각되는 탓일지도 몰랐다.
“‘마왕’, 역시 너도 알고 있었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마왕이란 단어는 우리의 악센트와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이름처럼 들렸다. 2
“‘마왕’이 대체 누굴 말하는 건가, 슬슬 알려주지 않을래?”
일순간,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해하고 나자,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알 수 없게 됐다. 이 기자는 마왕이 어느 인간을 가리킨다고 생각하는 건가? 하지만 마왕의 앞잡이가 돼 있을 텐데. 그럼 이 질문은 내게서 뭘 캐내려고 하는 걸까.
기자는 내 혼란을 알아채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메모를 넘기며 질문을 계속했다.
“이번에 같이 있던 친구들 말인데…, 좀 이상하네. 넌 4학년인데 5학년이 섞여있었다며? 예전부터 친했었니?”
“아뇨…….”
나도 모르게 부정하고 말았다.
“그렇겠지. 반 친구들한테 물어봤더니 안 그랬다더라. 그런데 그 5학년 남자애, 평판이 안 좋더군.”
나는 겨우 그가 노리는 바를 희미하게 알아챈 것 같았다. 요스케를 이번 소동의 범인으로 지목하고 싶은 거다. 요스케를 ‘마왕’ 같은 것으로 세워버릴 셈이다.
마왕은 정말 힘이 약한 걸지도 모른다. 모토나오를 죽이긴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시끄러워저 곤란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자신의 존재를 누군가에게 들키기 전에 요스케에게 (잘못을) 떠넘겨 처치할 생각이다.
그 의도에 넘어갈 수는 없다.
나는 싸울 거다. 그렇게 정했다.
그러니, 주먹을 움켜쥐고, 기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요즘 유행하는 게임, 모르시나요? 거기 나오는 적 얘기인데요.”
거짓말은 내 입에서 놀라우리만치 술술 흘러나왔다.
“그 게임, 아무도 갖고 있지 않은데 너무 하고 싶어서. 따라한 거예요, 다 같이. 설마 그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신야가 갖고 있던 정보지로부터의 지식밖에는 없어서, 이 거짓말을 파고들까봐 두려웠지만, 기자는 나보다도 더 그 게임을 모르는 것 같았다.
“모토 군…모토나오는 조금 몰입한 것 같네요. 공부 때문에 고민도 많이 했으니까, 그래서 그랬나 봐요.”
말하면서 가슴이 아파 나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모토나오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그게 얼굴에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했다.
“이렇게 소동을 피우면서 바보 같은 짓을 하다가 정신 차렸어요. 다들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죄송합니다.”
나는 덧니 난 기자에게 말참견할 틈을 주지 않으면서 꾸벅 인사하고, 몸을 돌려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전과 같이 현관문의 잿빛 유리를 곁눈질로 살펴봤더니, 기자가 한동안 집 앞을 배회하다 결국 포기한 듯 멀어져 가는 게 보였다.
안도하며 숨을 내쉬는 내 옆에서, 니나가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오빠, 거짓말이잖아.”
“응.”
“거짓말은 안 돼.”
“어쩔 수 없었어.”
“안 돼.”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조금 초조해하며, 강한 어조로 니나의 반론을 무시했다. 니나는 불쑥 뾰로통해졌다.
“오빠는 니나 두고 가.”
“안 돼.”
“그러면 좋겠어.”
니나는 그렇게만 내뱉고, 나보다 앞서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소리도 없이 가볍게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