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번역/여름의 마왕 2020. 10. 21. 16:12

*출처: [각주:1]

*임의로 의역한 데가 많고 일부분 번역기를 사용해 오역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810(일요일) 비 온 뒤 맑음.

우리는 마을을 떠났다.

신 군은 멀리 도망치자고 했다.

바다에 갈 수 있을까.”

 

***

 

나는 아침의 냉기에 떨며 잠에서 깼다. 그리고 낯선 회색 천장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가, 옆에서 잠들어있는 치코를 발견하고, 이내 여기가 내 방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밖은 아직 어두웠다. 그래도 창에 가까이 다가가 하늘을 들여다보니, 구름 사이가 드문드문 희붐하다. 해가 뜨는 중인 듯했다.

창문을 열자 가느다란 물방울이 얼굴에 내려앉아 서둘러 다시 닫았다. 눈을 부릅떠야만 겨우 보일 정도의 안개비가 내리는 중이었다.

  일찍 일어났네.”

소타로가 몸을 일으키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못 잔 거야?”

  그런 건 아니지만.”

  갑작스러웠잖아.”

소타로는 크게 기지개를 켜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의 눈은 왠지 모르게 충혈된 것 같았다. 내 시선을 알아챘는지, 소타로가 손등으로 눈을 쓱쓱 비볐다.

  그럼 어떻게 할까.”

그러더니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나는 무심코 소타로에게 물었다.

  소 군은 도망치는 데 반대야?”

  아무래도 싫다는 건 아닌데 말이지, 너무 갑자기고. 그래도 되나 싶어서.”

아직 다른 사람들이 일어날 낌새는 없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등걸잠을 자고 있으니 간간히 뒤척대긴 해도, 피곤해서인지 푹 잠든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잘 모르겠다는 것뿐이야..”

그렇게 고백한 소타로가 내 얼굴을 마주보며 뭔가를 떨쳐내듯이 웃었다.

  그러니 다들 도망가고 싶다고 하면 더 반대하진 않아. 따로 이유가 있는 건 아냐.”

  소 군은 도망가고 싶지 않아?”

  으음.”

내가 그렇게 물은 건 딱히 심술을 부리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단지 일전에 본부에 둘만 있었을 때, 소타로는 사실 누구보다도 여기 있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소타로는 그때처럼 먼 곳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대답했다.

  그야 뭐 다른 데 가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게 쉽게는 안 되잖아.”

  그런가?”

  그렇지.”

그가 딱 잘라 말하더니, 이 얘기는 끝이라는 듯 손뼉을 쳤다.

  , 아침 준비나 할까. 이것저것 가져와줘서 고마워.”

밖에서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었다. 아직 비가 그치지 않았지만, 오후쯤에는 해가 들 것 같았다.

 

늦은 아침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앞으로의 일을 의논했다. 이제 곧 낮이다. 슬슬 부모들이 소란을 피울 무렵이었다. 적어도 치코의 부모는 딸이 사라졌다는 상황을 내버려둘 리가 없다. 곧장 경찰에 신고할 게 분명했다.

  잘 됐다면, 아직까진 눈치 채지 못했을 텐데.”

어젯밤에 비해 안색이 많이 나아진 치코가 그렇게 설명했다. 이번 소동에 의해, 치코는 자기 방에 열쇠를 다는 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속이 안 좋아서 일찍 자겠다며 잠그고 나왔으니까, 이상하다는 걸 알아채는 건 늦을 거라고 했다.

  게다가 마왕의 부하가 됐으니까 경찰들이 피할지도 모르잖아.”

  그건 무슨 소린데.”

  , 그런 경우에는 경찰도 부하가 된 건가?”

  그러니까 왜 그런 말이 나오는데?”

신야와 요스케의 대화를 뒤로 하고, 소타로가 치코에게 다시 물었다.

  그 결과가 나온 종이는 어쨌어?”

  무서워서 찢어 버렸어.”

  아버지나 어머니가 앞잡이가 됐다고 분명하게 적혀있었지?”

  ……, 거기 있으면 위험하대.”

  언제 어떻게 사로잡혔는지는?”

  거기까진 못 물어봤어.”

치코가 소곤소곤 대답하자 소타로는 미간을 찌푸리며 뭔가 생각했다. 앞서 마왕을 예언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치코가 더 이상 예언을 묻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였다. 마왕의 힘과 장소를 직접 묻는 질문을 던졌다간 그렇게 된다. 만약 내가 치코였다면, 그런 상태가 될지도 모르는 질문을 혼자 던질 용기는 도저히 내지 못할 것이다.

  알겠어. 어떻게 부하로 삼는지 모르는 이상 마을로 돌아가는 건 위험하지.”

소타로도 그건 알고 있는 듯, 치코에게 더 묻지 않았다.

  맞아. 그러니까 빨리 여기서 도망치자.”

  도망은 찬성인데, 어디로 갈 거야.”

한결같이 요스케에게 추궁당하면서도, 신야는 전혀 주눅 들지 않고 편안하게 제안했다.

  일단 이 산 너머로 하면 되잖아.”

확실히 이 산 너머엔 마을이 있을 터였다. 옛날, 이곳이 광산으로 기능하고 있을 무렵에는 이웃 마을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의 교류가 있었다고 들었다. 다만, 폐산된 이래로 교류가 끊기고 철도 노선도 별개가 된 데다 버스도 다니지 않는다.

  잠깐만, 신야. 차 같은 거 못 타.”

아이들끼리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길거리에서 차를 잡아 태워다 달라고 부탁하는 건 너무 눈에 띈다. 곧장 발견될 것이다.

  걸어가는 게 당연하잖아.”

하지만 신야는 그렇게 말하며 발뺌했다. 거기선 요스케도 따질 방법이 없는지 어깨를 가볍게 으쓱할 따름이었다. 이리하여 설득 역할은 소타로 한 사람에게 맡겨졌다.

  잠깐, 잠깐, 잠깐. 산 하나라고 하면 간단하게 들리지만, 차도는 지날 수 없고 산길이 있는지도 몰라.”

  , 옛날에 할머니한테 들었어. 산속에 통로가 있대.”

우리는 내내 신야의 헛소리라며 흘려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입에서 튀어나온 흥미로운 단어가 그런 의식을 바꾸는 데 충분한 효과를 거뒀다. 변함없이 아침식사를 입에 담으면서도, 방금 전까지와는 묻는 태도가 달라졌다.

  , 이 근처 광산이었잖아. 그래서 저쪽에서 여기까지 산을 뚫었었나 봐. 그 터널을 지나서, 할머니가 저기까지 가본 적이 있다고 말했었는데.”

  그 터널, 위치도 알고 있어?”

우리는 당연히 신야가 고개를 끄덕이길 기대했지만, 신야는 단박에 기대를 배신했다.

  , 몰라.”

신야다운 짓이지만, 모두가 실망한 건 틀림없다. 소타로가 쓴웃음을 지으며 모두의 의견을 밝혔다.

  그럼 안 되겠네.”

  ?

신야는 정말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소타로를 쳐다보며 말했다.

  치코가 알잖아.”

이번에 우리는 귀뿐만 아니라 얼굴을 신야에게 돌릴 수밖에 없었다. 역시 신야도 거기엔 주눅이 든 듯, 이어진 목소리는 가늘고 약했다.

  , 안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 그래, 치코가 알아낼 수도 있겠어. 확실히.”

아침 식사는 금방 끝났다. 애초에 빵만 먹어서 책상을 치우기도 쉬웠다. 그렇게 치운 책상 위에 스케치북의 새 장이 놓였다. 마왕과는 관계없는 예언이라서, 치코도 내켜했다.

  신님, 신님, 이 산을 가로지르는 터널이 있나요?”

라는 대답에 우리는 기대에 잠겨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거기는 지금도 지나갈 수 있나요?”

찰나의 시간이 흐르고, ‘쪽으로 치코의 펜이 미끄러졌다. 그리고 네를 두 번 에워싸다가, ‘아니요를 한 번 에워싼다.

  지나갈 수 있는 곳과 없는 곳이 있다는 걸까.”

옆에서 스즈노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야의 얘기로 미루어보면 오래된 통로인 것 같았으니까, 나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위치는 어디인가요?”

다음 움직임은 복잡했다. 펜이 토리에서 위로 올라가더니, 앞 페이지의 뒷면,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은 흰 곳으로 가버린 것이었다. 그러더니 거기서 몇 개의 곡선과 직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뭘 하는 건지 몰랐지만, 보고 있는 동안 그게 이 근처의 지도라고 짐작됐다. 머지않아 펜이 한 곳에 머물며 빙글빙글 작게 원을 그리더니, 거기서 조금 떨어진 직사각형으로 이동해 멈췄다.

  고맙습니다, 신님.”

그렇게 치코는 예언을 마쳤다.

우리는 모여들어 그 지도를 살폈다.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것인데도 왠지 대강 알 것 같았다. 직사각형은 아마 우리가 지금 있는 이 버려진 주택, 펜이 동그라미를 친 것이 그 터널의 입구다.

  멀지 않네.”

소타로가 턱을 괴며 말했다. 축척은 잘 모르겠지만, 주변에 그려진 산의 크기로 미루어보건대, 기껏해야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라고 생각된다.

  나 찾으러 갈래! 내가 갈래!”

신야의 의욕은 아주 기가 막혔다. 저래선 말릴 수도 없다. 소타로가 쓴웃음을 지으며 요스케에게 물을 건넸다.

  그럼 둘이서 다녀올 테니까, 요스케네는 여기서 들키는 경우를 대비해줘.”

  알았다.”

어른들이 마을을 다 뒤지고 나면 다음으로 좁혀올 목표망은 이 부근이 분명하다. 전원이 우르르 터널을 찾으러 갈 수도 없고, 혹시나 여길 들켰을 때 달아나기 위한 대비책도 필요했다. 소타로의 판단은 타당하다.

어느새 비도 그쳐 해가 어슴푸레 비쳐들기 시작했다. 더울 것 같았다.

 

해질녘이 될 무렵, 신야와 소타로는 땀범벅이면서도 기쁜 얼굴로 돌아왔다. 그 얼굴만 봐도, 목적이 발견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잘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이쪽은 어땠어?”

  수색하는 듯한 그룹이 가끔 밑을 지나갔어.”

어른 두세 명 정도인 그룹 중에 치코나 소타로의 이름을 부르는 조도 있었고, 주위를 둘러보는 조도 있었는데, 우리를 찾는 수색대임이 틀림없었다. 인기척이 날 땐 바닥에 주저앉아 숨죽이고 있느라 얼굴을 확인하지 않았지만, 일단 누군가의 부모는 섞여있지 않은 것 같았다.

땀을 닦기 위한 타올을 건네주며 그렇게 말하자, 소타로는 복잡한 얼굴을 했다.

  , 치코를 데려온 건 금방 들킬 거라고 나도 생각은 했지만.”

두 사람이 동시에 사라지면 의심을 살 것이다. 신야나 내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는 건 말하지 않았다. 말해봤자 의미가 없다.

  그러고 보니 요스케랑 스즈노 씨는?”

소타로는 다음엔 그 부분을 깨달았다.

  산을 넘으려면 그만한 식량이 있어야 한다면서, 마을에…….”

자기들뿐이라면 만에 하나 발견되어도 동료라고 여겨지진 않을지도 모른다며, 나와 치코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버렸던 것이다.

  , 괜찮은가. 마왕에게 들키진 않을까?”

잠시 쉬며 콜라를 마시던 신야가 금방 고개를 내밀었다. 어젯밤에 목욕을 하지 못해서인지, 그가 다가오자 땀 냄새가 물씬 풍겼다.

  신야, 마시기 전에 일단 닦아.”

소타로가 타월을 신야에게 던졌다. 그러고는 불현듯이 다시 나와 치코를 쳐다봤다.

  그런데 목욕 같은 거 괜찮아? 우리는 됐지만.”

여자에 대한 그의 배려일 테다. 치코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기분 나쁘긴 한데 어쩔 수 없지.”

나도 옆에 있던 니나를 확인했는데, 니나 역시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체로 갈아입을 옷도 없고,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그렇구나. 그래도 못 참겠으면 말해줘.”

그때, 나는 문득 정말로 말해버리면 소타로는 어떻게 할까 생각했다. 소타로의 상냥함을 의심할 생각은 없다. 다만 갑자기 위화감을 느꼈을 뿐이었다. 소타로는 우리가 불평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알고 있어서 저런 상냥한 말이 나온다.

  오빠, 안 돼.”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니나가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역시 목욕하고 싶어?”

나는 목욕을 좋아하지 않아서. 니나가 들어가기 싫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피해서, 땀은 젖은 수건으로나 닦기 일쑤였다. 더러운 건 좋아하지 않지만, 그 공간은 어떻게 해도 익숙해질 수 없었다.

  아냐, 목욕은 됐어.”

내 물음에 니나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더니 내 눈을 들여다보며 다시 되풀이한다.

  안 돼, 오빠.”

그때 갱도에서 인기척이 났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우리는 경계했는데, 나타난 건 5학년 두 명이었다.

평소엔 요스케 먼저 들어오는데, 이번엔 스즈노가 먼저 모습을 보이고, 이어서 짐을 든 요스케가 따라 들어왔다. 그건 꼭 스즈노가 요스케를 거느린 것처럼 보였다. 요스케가 손에 든 슈퍼 비닐봉지를 내려놓자, 안에서 과자며 빵과 비스킷, 주스 캔 따위가 굴러 나왔다.

  터널 찾았어. 그쪽은 들키지 않았어?”

신야가 곧장 요스케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러자 요스케는 언제나처럼 뻐기듯이, 그러나 초조한 모습으로 답했다.

  그딴 실수를 하겠냐.”

한편, 스즈노에게는 소타로가 다가갔다.

  어땠나요?”

  내일이면 본격적인 산 수색이 시작될 것 같아. 아주머니들이 그러더라. 갈 거면 서둘러야겠어.”

  하지만 밤에 움직이는 건 역시 위험하고…….”

  글쎄. 실은 당장이라도 가는 게 나은데. 내일, 해가 뜨자마자 출발하자.”

소타로의 말을 끊듯이 대답한 스즈노는 솜씨 좋게 짐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 표정이 이상하게 딱딱하다.

  왠지 스즈 씨 성격 변한 것 같지.”

스즈노에게서 떨어진 소타로가 내 귀에 그렇게 속삭여서, 나도 대답했다.

  엄청 그래 보여.”

마을로 장을 보러간 것도, 지금까지라면 스즈노는 말을 꺼낸 요스케에게 충고하는 입장이어야 했다. 그런데 오늘은 금방 그에게 찬성하고는, 반대를 뿌리친 채 가 버렸다. 지금도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기며 혼자서 얼른 모두의 짐을 만들고 있었다. 확실히 솜씨는 좋은데, 무뚝뚝해서 무섭다. 치코가 도우려고 눈치를 살피면서도, 끼어들지 못하고 곤란해 했다.

  기분 상했네.”

어느새 뒤로 다가온 요스케가 가만히 말했다. 그러더니 우리에게 얼굴을 대고 속삭였다.

  , 저 녀석은 모범생이잖아. 그래서 하는 정도를 모르는 거지. 머리 식을 때까지 내버려둘 수밖에.”

  저렇게 사도 돈 괜찮아?”

  , . 모아뒀던 것 같고. 아무튼 지금은 그런 얘기 안 하는 게 좋을걸.”

어제 집에 돌아갔을 때 챙겨왔던 모양이다. 나는 거기까지 머리를 쓰지 못 해서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러는 사이 스즈노는 짐을 분배했다.

산에도 수색이 뻗쳐올 가능성이 있는 이상, 불은 눈에 띈다고 사용할 수 없었으므로, 그날 밤도 빵과 주스로 배를 채운 우리는 내일을 위해 일찍 잠에 들었다. 하늘에 뜬 달은 가늘어 불빛 삼기에 불안했고, 손전등도 함부로 사용할 수 없어서 일단은 잘 수밖에 없었다는 것도 있다. 어제는 차가웠던 콘크리트 바닥이, 오늘은 달궈져서 잠들기 힘들었다. 그래도 우리는 정신없이 곯아떨어졌다.

나는 몇 번, 창밖에서 누군가 돌아다니는 듯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지만, 일어났을 땐 그게 꿈인지 진짜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됐다.

 

  1. 달력은 연재 당시인 2003년 7~8월을 참고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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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ouble_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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