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1
*임의로 의역한 데가 많고 일부분 번역기를 사용해 오역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8월 11일(월요일) 맑음.
무척 더운 날이었다.
터널 안도 끓는 욕탕 같아서 최악의 상태였다. 그렇지만 마왕으로부터 도망치려면 우리는 가야만 했다.”
***
일어났을 때 당해버렸던 것은, 손발에 난 붉은 반점들이었다. 그것은 당연하게도 모기에 물린 자국이며 무척 가려웠다. 어젯밤엔 비 때문인지 거의 나오지 않아 방심하고 있었다.
“우와―, 진짜!”
신야가 긁어대는 기분도 모르는 건 아니었다.
“긁으면 덧나―.”
주의를 주는 소타로도 건성이다. 가려운 거겠지.
이날은 초장부터 이런 느낌이라 전망이 좋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고 출발을 미룰 수는 없었다. 우리는 각각의 짐을 들고, 소타로와 신야의 선도를 따라 본부에서 떠났다. 어른들의 그림자는 아직 근처에 보이지 않았다.
“만약을 위해서, 수풀이 우거진 곳으로 가자.”
그건 곧 모기가 많은 곳으로 가자는 것이기에 우리는 질색했지만, 별 수 없었다. 섣불리 말을 꺼낼 수도 없어 스산한 이동이 돼 버렸다. 나는 니나의 손을 잡고 맨 뒤에서 걸었다. 아직 태양도 산마루에 잠깐 고개를 내민 정도인데, 주위는 푹푹 찌는 더위로 가득했다.
그렇게 30분 정도 걸어서, 슬슬 신야라든가 말하고 싶어 폭주하는 게 아닐까 걱정될 무렵에, 우리는 거기 도착했다.
거기는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구멍이었다. 절반 이상이 위에서 떨어진 듯싶은 바위에 묻혀있어, 겨우 한 명이나 빠져나갈 정도의 틈만이 있었다.
“정말 여기야?”
스즈노가 그렇게 물은 것도 무리는 아닐 테다. 소타로와 신야는 이런 곳을 잘도 발견했구나.
“그 장소일 만한 데가 여기밖에 없었고, 저것 봐.”
소타로가 가리킨 끝에서, 신야가 썩은 나무 간판을 내밀었다. 낡은 데다 달필이라서 읽기는 어렵지만, 분명 옆 마을 이름일 것 같은 게 적혀 있다. 거기다 옛날에 사용되었던 등산로 같은 흔적이 나 있었다.
“마지막으로, 안이 쭉 이어져 있었어.
두 사람은 어제, 10분 정도 걸어가 봤다는 모양이다. 방향도 틀림없는 것 같다고 했다.
어쨌거나 갈 수밖에 없다. 이제 와선 본부에도 마을에도 돌아갈 수 없다. 소타로와 신야를 여태 있던 선두에 두고, 스즈노와 요스케를 후방에 둔 채로, 우리는 나아갔다. 사이에 있는 치코와 나, 니나의 손에는 손전등이 없었다.
터널 안은 조용했다. 이따금 멀리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다. 조금 전처럼 전혀 말하지 않을 필요는 없는데도, 어쩐지 우리 목소리는 작아졌다.
“외길인가.”
소곤대는 소리라도 후미에서 선두까지 다 지난다. (터널의) 폭이며 높이는 작전실이 있는 갱도보다 충분히 넓어 여유로우면서, 그쪽보다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일까.
“원래 통로였다니까 헤매지 않게끔 돼 있는 것 같은데.”
“할머니, 쭉 갔다고 했어.”
“아무튼 만약 헤매게 되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얼마나 걸었을까. 바깥의 빛은 전혀 들어오지 않고, 시계도 갖고 있지 않다. 누군가가 두런두런 떠들기 시작해도, 그 대화도 차츰 사라져버린다. 산을 하나 넘는 것뿐이니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는데, 경과를 알 수 없으니 힘들었다. 일단은 아직 길이 하나뿐이라, 어쩌다 발밑의 돌에 채일 뻔하는 정도밖에 방해가 없는 건 다행이었다.
“뭔가 이상한데.”
아까부터 요스케가 그렇게 중얼대는 게 신경 쓰인다. 그는 스즈노에게 추궁당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뭐가 이상한지 말하지 않았다. 그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걸지도 몰랐다.
터널은 계속됐다.
발소리만 천장에 흡수된다. 이제 한 시간쯤 걸었을까. 신기하게도 다리가 피곤하다는 느낌이 없었다. 다만 바람 한 점 없는 갱도 안을 걸을 때마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몸에 휘감기며 체력을 앗아갔다. 아마 밖이 무더운 거겠지. 낮에 가까워질수록 땅이 뜨끈해진 영향일까. 나는 점점 기분이 나빠지고 있었다.
“슬슬 쉴까?”
모두의 그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소타로가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요스케가 자기 손전등을 잠시 옆의 벽에 비췄다. 앞서 가던 소타로 쪽도 그 기척을 눈치 채고 걸음을 멈췄다. 요스케가 곧 입을 열었다.
“이 터널, 찌그러져 있지 않나?”
그 다음에 벌어진 일은, 마치 누군가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타이밍이었다.
“검은 안개…….”
앞을 향하고 있던 신야가 불현듯이 그렇게 중얼대더니, 뚝 하고 (신야의) 다리가 무너졌다. 소타로가 서둘러 비춘 빛에 의해 드러난 신야의 얼굴이 새파랬다. 다음 순간, 신야는 하늘을 날아, 내 옆을 스쳐갔다.
“위험해, 나와!”
요스케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잡아당겼던 거다. 요스케는 평범한 손으로 신야를 다시 고쳐 들고,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스즈노가 따라가고, 소타로도 치코의 손을 잡고 똑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나도 니나와 함께 따라갔다. 달릴수록 기분이 나빠져, 뱃속이 메스꺼웠다.
이젠 달리는 것도 한계라고 생각했을 무렵, 소타로가 소리를 질렀다.
“잠깐 기다려, 치이가 슬슬 한계야.”
그러자 요스케도 발길을 멈췄다. 그 순간 치코가 바닥에 주저앉았고, 나도 비척비척 치코 옆에 다가가 주저앉았다.
“여기까지 오면 괜찮나?”
요스케가 신야를 내려두며 상체를 벽에 기대게 했다. 한 사람을 짊어지고 뛴 만큼, 요스케는 땀범벅에다 지쳐 있는 것 같았다.
“가스?”
“아마도.”
스즈노가 자기 짐에서 주스를 꺼내 신야의 입에 흘려 넣었다. 신야는 땀을 많이 흘렸지만, 안색이 퍽 좋아졌다. 제대로 목을 움직이고 있으니까, 조금 있으면 의식도 되찾을 것이었다.
“지금은 감각이 예리해진 상태라 가장 영향도 받기 쉬웠을 거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을 텐데, 지금 같은 경우엔 긴장했던 것 같고.”
달리 말하자면, 우리는 신야 덕에 재난을 피한 셈이 된다. 기분이 나빠진 게 마음의 문제만은 아니었던 거다.
“참, 비뚤어져 있다는 건……?”
호흡을 가다듬은 나는 아까부터 신경 쓰이던 걸 요스케에게 물어봤다.
“아, 나무틀 있잖아. 그게 중간부터 이상하게 휘어져 있었어.”
“멈췄을 때, 벽에 금이 간 것처럼 보였어요.”
스즈노의 맞장구에 요스케도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그 안, 바람이 안 불었잖아. 아마 출구가 닫힌 것 같은데.”
치코의 예언은 들어갈 수는 있어도 나올 수는 없다는 의미였던 걸까. 더 자세히 물어볼 걸 그랬다.
“아무튼, 여길 그대로 지나는 건 위험해. 포기할 수밖에 없겠어.”
소타로의 결론은 지당하다. 의식을 되찾은 신야를 포함해,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나름대로 체력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어왔던 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피로와 실망 때문인지, 돌아오는 길에서도 말은 얼마 없었다.
“……마왕의 함정이야.”
그 와중에 신야가 불쑥 중얼거렸다.
“나, 또 저질렀구나.”
“너 말이지, 아직도 그딴 소릴 하는 거냐? 마왕 같은 게 있다면, 우리가 나가는 게 만만세 아냐?”
“놈은 우리를 처리하고 싶어 해.”
“그래서 마을 놈들이 조종당하고 있고? 그럼 왜 한꺼번에 안 덤비나.”
요스케가 코웃음을 치며 신야의 주장을 짓밟자, 끝내 신야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머지않아 나타난 빛은 여름 특유의 눈부시지 않은, 부드러운 주황이었다. 바깥은 벌써 해가 저무는 듯했다. 구멍을 지나 불어온 바람은 열기를 띄었지만, 그래도 상쾌했다.
소타로와 요스케가 먼저 나가서, 한 사람씩 밖으로 끄집어내줬다.
마지막으로 내가 몸을 반쯤 빼냈을 때였다. 나는 멀리서 오고 있는 그 사람과 눈을 마주쳐버렸다. 눈을 휘둥그레 뜬, 메시 스웨터 차림의 중년 남성. 내 얼굴을 보고, 먼저 나가 있던 모두들 일제히 그쪽으로 돌았다.
침묵이 떨어졌다.
“기지로!”
순식간에 결단을 내린 소타로가 나를 곧장 끄집어내면서 외쳤다. 돌아서 도로 터널로 들어가는 수도 있지만, 그건 자살행위가 될 수도 있다. 소타로는 평소처럼 보다 안전한 쪽을 골랐다.
“찾았다―!”
우리는 그 목소리를 등지고 그저 달렸다. 수풀을 뛰어넘고, 나무들 틈을 비집는다. 긴 바지를 입고 있어서 다행이다. 반바지 차림인 신야는 모기에 이어 여러 차례 찰과상을 입은 듯했다. 오늘의 신야는 재난 연속이다.
“달리기만 하고.”
치코의 투덜대는 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그래도, 경치의 변화가 있는 만큼 터널 안보다는 나았다.
어른들의 목소리와 기척이 점점 커졌으나, 우리는 따라잡히지 않고 기지 입구인 갱도로 뛰어들 수 있었다. 아마 들어가는 것도 보이지 않았을 거라고, 뛰어든 다음 주위 상황을 살핀 요스케가 말했다. 하지만 발견되는 건 시간문제다.
“본부 쪽이 도망치기 쉬워. 본부로 가자.”
여기선 어른들의 동태를 살필 수 없고, 잠자는 데 쓰는 수건 이불 같은 건 모두 본부에 남겨둔 채다.
결국 우리는 본부로 돌아오고 말았다.
몰래 다리를 건너 본부에 숨어든 뒤, 얼굴을 반쯤만 슬쩍 내밀고서 창문으로 상황을 살피면, 여기저기서 어른들이 모여드는 게 보였다. 그중에는 제복 차림인 경관도 보였다. 역시 꽤나 큰일이 된 것 같았다. 밤의 어둠이 사방을 뒤덮고, 주위에는 불빛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여기, 찾아낼까?”
“찾아내겠지.”
소타로도 나도 같은 의견이다. 어른들은 제일 먼저 버려진 주택들을 의심할 거고, 아무리 꼭대기 층이라고 해도, 이 잡듯이 뒤져대면 끝장이다.
“나, 저쪽 보고 올게!”
말릴 틈도 없이, 신야가 창문에서 뛰쳐나갔다. 뭐, 능력으로 보면 그가 제일 적임이긴 하다. 신야의 움직임이라면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야는 금세 무서운 기세로 본부에 돌아왔다.
“안 돼, 입구 쪽에도 어슬렁거려!”
“입구를 찾아냈어?”
“못 찾은 것 같은데, 거기로 도망치긴 힘들 거야.”
그렇다면 ‘창문으로 뛰어내리든지’, ‘이 집 안을 지나든지’인데, 어느 쪽도 무리였다. 역시 여기서 움직이면 곧장 들통 난다.
이 시점에서 이미 모두 알고 있다. 각오를 다질 수밖에 없다고.
소타로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본부에 남아있던 선반이나 책상이며 잡동사니를, 보통 때라면 유일한 출입문인 쌍바라지 문 앞에 쌓기 시작했다. 소타로의 목적을 파악한 우리도 그를 도왔다. 시간을 벌 수 있기나 할지 의심스러웠지만,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뭐, 너희 힘내라.”
단 한 사람, 요스케만이 여유로운 자세로 벽에 기댄 채 쉬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줄기 빛이 우리에게 쏟아졌다. 그것을 필두로 몇몇 개의 빛이 이쪽을 비췄다. 완전히 발각당한 모양이다. 창문 아래는 점점 사람의 소리로 가득 찼다.
“다리, 다리 밧줄 끊어!”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런 판단을 순간적으로 내릴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쉬고 있던 요스케한테 공작용 커터 칼을 쥐어주며 그렇게 명령하고 있었다.
“어, 응.”
내 기세에 밀린 듯싶은 요스케가 서둘러 창문 쪽으로 다가가, 단단히 조여져 있는 로프를 양쪽 다 잘라냈다. 다리가 갱도 쪽의 벽에 부딪히지 않고 뻗어있는 건 내 힘이었다. 지금 소리를 내서 들킬 수는 없었다.
“건너편도!”
“야, 떨어진다.”
“괜찮으니까!”
나는 요스케에게 반박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요스케는 보이지 않는 손을 뻗어 다리를 끊어줬다. 이제 다리는 지지대 하나 없이 뜨게 됐다.
거기서 나는 팔을 힘껏 들어올렸다.
“가라, 빨리!”
능력은 발현됐다. 8월 초에 조립했던 다리가 엄청난 기세로 하늘에 발사돼, 순식간에 작아져 간다. 하늘은 어둡다. 게다가 밑에 있는 사람들한텐 나무에 가려서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그네들이 찾지 못할 곳으로 다리를 보내버려야만 했다. 밑으로는 안 된다. 그럼 위밖에 없다. 내 능력으로는 옆으로 옮겨서 숨기는 것도 할 수 없다. 다리 위로는 하늘뿐이다. 당장은 보이지 않는 곳까지 떠오르게 할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가 나는 데까지 가면 꼭 괜찬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어둠 속에서 정말 잘 날아갔는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내 능력은 세세한 조정이 안 되고, 힘이 작용하는지 눈으로 직접 봐야만 알 수 있는 종류이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왠지 성공한 것 같았다. 적어도 다리는 이제 놓여있지 않고, 지금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
“이러면 작전실은 발견되지 않을지도.”
아직 뭘 한 건지 모르는 요스케에게 내가 설명했다. 그제야 비로소 요스케는 수긍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 저놈들이 쳐들어가긴 힘들겠어.”
“게다가 필요한 것도 다 그쪽으로 옮겼고.”
“좋아, 잘했어!”
요스케가 나를 격려하듯이 등을 두드리다가, 아직 창틀에 로프의 매듭이 남아있는 걸 알아채고 그걸 벗겨냈다. 그 작업을 마치고 창문을 닫으면 아마 갱도는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매듭을 하나 풀었을 때, 요스케가 갑자기 신음하며 옆구리를 부여잡고 마루에 주저앉았다.
“미안한데 잠깐만.”
나는 간신히 요스케가 부상을 당했었던 걸 떠올려냈다. 그러면서도 신야를 데리고 달렸던 거다. 괴로운 게 당연하다. 조금 전에도 좋아서 늦장을 부리고 있던 게 아니었다.
“미안!”
나는 사과하며 그를 대신해 로프를 풀고 창문을 닫았다. 요스케는 신경 쓰지 말라는 듯 팔랑팔랑 손을 흔들었다.
바로 그 순간, 문 너머에서 여러 개의 발소리가 울렸다. 어른들이 간신히 거기까지 도착한 것 같았다. 우리도 쌓을 게 없어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졌다.
“열어라!”
입구 문이 쾅쾅 두드려졌다. 그때마다 앞에 쌓인 잡동사니가 흔들흔들 떨렸다.
“이쪽에서도 못 여는 거라고.”
요스케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모두들 진지하게 문을 쳐다보며 조용히 있었다. 이 바리케이드가 언제까지 유지될까. 문이 열리는 순간 이 도피도 끝난다.
“싸우자, 소!”
신야가 격분하며 외쳤다. 그를 향해 소타로가 창문 아래로 시선을 내리깔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무리야, 인원이 너무 차이 나.”
건물 밑에 10여 명, 문 너머는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로 미루어보건대 대여섯 명은 될 터였다. 신야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정면으로 싸워 이길 수 있는 상황이 못 됐다.
“그럼 이대로 붙잡혀서 죽을 생각이야? 그래도 되냐고!”
“진정해, 신야. 지금은 일단 돌아가자는 말뿐이잖아. 예언 상 당장 살해당하지는 않을 거야.”
“소는 언제 싸우는데?!”
신야가 더욱 크게 외쳤다. 그러자마자 거기에 맞춰 바리케이드가 크게 흔들리며 이쪽으로 엎어졌다. 드디어 문이 뚫린 것이다.
“놔! 소, 놔 줘!”
뛰쳐나가려는 신야를 소타로가 붙들고 있는 게, 자욱이 흩날리는 먼지 너머로 보였다.
이게 우리 도피행의 전말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우르르 들이닥친 어른들에게 붙잡혀 마을 파출소로 끌려갔다.
“치코, 치코, 불쌍한 것!”
문이 열리자마자 울부짖으며 치코에게 달려든 건 치코의 어머니로, 아직까지도 반쯤 울며 격앙돼 있었다. 아버지 쪽은 그렇게까지 어수선하진 않았지만, 얼굴에 분노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치코는 피아노도 관두게 할 테니까. 역시 외지인, 그것도 범죄자와 결혼한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걸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어떻게 책임질 거요!”
저들의 화살은 소타로의 어머니를 향해 있었다. 그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푹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보라색 타이트스커트를 움켜쥔 손이 가늘게 떨렸다.
“당신이 관리를 못 해서 그런 거잖아!”
“뭐라고? 또 나한테 떠넘기고, 당신은 나쁘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뭐야, 남들 보기 흉하게……!”
신야의 부모님은 서로 호통을 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었다. 신야는 그들에게 뭔가 말하려고 하면서도 입을 열지 못하고,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경관을 향해 그저 사죄하는 것은 요스케의 아버지와 형이었다. 두 사람은 옷 위로 봐도 알아볼 수 있는 건장한 체격에다, 생김새도 많이 닮았다.
“제 교육이 미숙한 탓에 폐를 끼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엄중히 꾸짖을 테니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그들의 언행은 무척이나 온화했다. 하지만 요스케는 그들과 눈을 마주치려 들지 않았다.
“너는 언니면서 부끄럽지도 않니?!”
스즈노는 어머니에게 뺨을 얻어맞았다. 스즈노는 고개 숙인 채 반론도 하지 않지만, 그 입술은 굳게 다물린 채였다.
그리고 나는 홀로, 파출소 구석에 있었다. 여기 있기 싫다. 소란스러운 데다 싫은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나는 파출소에서 나가기로 했다.
“어. 잠깐만, 얘. 네 보호자는…….”
젊은 경관이 나를 붙잡았다. 나는 멈춰서 그에게 답했다.
“어머니는 바쁩니다. 오지 않을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괜찮습니다, 집에 갈 수 있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제대로 돌아갈 테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 젊은 경관은 갑자기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아니, 어린애만 그냥 보내는 건……, 지금 다시 어머니한테 연락할게.”
“안 올 거예요. 괜찮습니다.”
다시 한 번 되풀이하고, 나는 니나의 손을 잡고 억지로 파출소에서 나왔다.
하늘에는 약간 살찐 초승달이 걸리기 시작했고, 많은 별들이 깜빡였다. 니나가 ‘반짝반짝 작은 별’을 흥얼거렸다.
경관은 따라오지 않았다. 나보단 파출소 안의 소란을 주의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을 터였다. 힘껏 내디딘 아스팔트에서 아직도 낮의 열기가 피어오르는 듯, 발바닥이 뜨거웠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여태처럼 다 함께 모일 수 없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마왕은 우리릋 찾아냈다.
나는 말없이 계속 걸었다. 니나의 작은 노랫소리가 나를 따라왔다. 집까지 가는 길은 금방 끝났다. 우리 집 앞에는 언덕이 있고, 그 막다른 곳에 건널목. 모토나오의 마지막 장소.
진작 열차 운행이 끝난 시간인 지금은 조용하고, 차단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 달력은 연재 당시인 2003년 7~8월을 참고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