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

번역/여름의 마왕 2020. 10. 21. 16:11

*출처: [각주:1]

*임의로 의역한 데가 많고 일부분 번역기를 사용해 오역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88(월요일) 흐림.

치 쨩이 혼자가 되고 말았다. 그녀가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든 연락을 취하려고 했다.”

 

***

 

  안 돼, 치이의 부모, 피아노까지 잠시 쉬게 만들 거야.”

소타로의 보고로, 우리는 어떤 수단을 생각해내야만 하게 됐다. 물론 전화는 처음부터 쓸 수 없었다. 치코가 전화를 받게 하지 않을 테고, 만약 받는다고 해도 전부 듣고 있다면 깊은 이야기는 할 수 없다.

나나 요스케의 힘으로 몰래 편지를 보내자는 방안도 있었지만, 교환에 시간이 걸리고, 그 동안 치코 집 주변을 배회하는 기자들에게 공중에 떠 있는 종이가 목격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으며, 치코 외의 사람에게 읽힐 우려도 있었다. 증거를 남기지 않고 오해도 줄일 방법은 역시 직접 말하는 것이다.

  잠입은것도 무리겠지.”

아이스박스에 들어갔던 페트병 콜라를 종이컵에 따르며 소타로가 불평했다. 우리 능력은 잠입에는 그다지 편리하지 않다.

  역시 편지가 무난하지 않을까.”

  그것밖에 없나.”

비스듬히 위를 바라보며, 소타로가 콜라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렇게 우리는, 치코의 집에서 200미터 떨어진 맨션 뒤뜰에 있었다.

  저기가 빈집이었지.”

우리는 그 맨션 2층 베란다에 올라가야 했다. 소타로가 공기로 만든 발판을 밟으며, 한 사람씩 눈에 띄지 않게 비상구에서 재빨리 굴러 들어갔다.

  신야, 확인할 수 있어?”

성공적으로 해낸 우리들은, 이번엔 치코가 목표로 하는 방에 있는지 확인했다. 여태 어두운 얼굴인 신야가 손으로 빛을 가리며 치코의 집을 주시했다. 지금 그의 시력이라면 쉬운 일일 터였다.

  있어, 자기 방이야.”

  혼자야?”

  다른 사람은 없는 것 같아.”

  좋아. 스즈 씨, 준비됐나요?”

  됐어요.”

그 사이, 스즈노는 그것에서 형태를 끌어내고 있었다. 스즈노밖에는 보이지 않는 그것이 요스케에게 두 개, 우리에게 하나씩 건네진다.

  요스케, 오른손. 엉키지 마.”

  그렇게 말해봤자, 안 보이고.”

요스케는 투덜투덜 불평하면서도, 오른손을 뭔가 쥐고 있는 모양 그대로 치코의 집 쪽으로 내밀었다. 그렇게 잠시 후.

  닿았어?”

내 물음에 요스케가 코를 울렸다.

  아마 괜찮겠지. 이렇게 멀리는 처음이지만 보이는 범위니까……좋아, 닿았다.”

우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요스케의 검지가 두세 번, 오르락내리락했다.

  , 눈치 챘다.”

신야 말대로, 목표인 창문에서 뭔가가 움직인 모습이 내게도 언뜻 보였다.

  둘러보더니 좀 곤란해 해……. 알아봐줄까……. , 뭔가 잡았어.”

  좋아, 전해줬다.”

신야와 요스케의 말이 겹치고, 우리들은 거기서 일제히 그 보이지 않는 것을 귀에 댔다. 연결된 사람은 소타로 하나다.

  여보세요, 치이, 들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소 쨩?”

그러더니 근처에서 치코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혹시 실 전화?”

  정답.”

들키지 않으면서 확실하게 연락을 취할 방법, 실 전화 작전은 훌륭하게 성공한 듯했다. 우리가 멤버의 수만큼 나뉜 실 전화를 만들고, 그걸 스즈노의 힘으로 끌어내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게 했었다. 이걸 알아챌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혼선되지 않도록, 말하는 것은 소타로의 몫으로 해뒀다.

  기사는 봤어?”

  , 아버지랑 어머니가 물어봤어.”

그 대답에 신야의 어깨가 움찔했다.

  그런 건 모른다고 말해뒀어.”

  좋아, 잘 했다, 치이. 혹시 기자놈들한테 붙잡혀도 모르는 척해.”

모르쇠로 일관하면 그들도 포기할 게 분명하다. 그건 모토나오를 노이로제 취급하는 거라며 나는 내키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확실히 그것밖에는 사태를 수습할 방법이 없었다.

  그놈들은 어떻게든 쫓아낼 테니까 걱정 마. 없어지면 밖에 나갈 수 있잖아. 그때까지 자유연구라도 해둬.”

  안 돼!”

갑자기 목청을 높인 치코가 그렇게 대꾸하더니,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치이, 왜 그래?”

조바심이 난 소타로가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신야는 창가로 눈길을 보냈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저씨가 들어온 것 같진 않고, 치코는 아직 창가에 있어.”

표정까지 보긴 힘들 것 같다. 우리는 참을성 있게 치코의 말을 기다렸다. 귀를 기울이면 치코의 숨소리만 들렸다.

  ……우는 거야?”

흐느끼는 소리가 섞여 있다.

  진정해, 진정하고 무슨 일인지 알려 줘.”

  그 사람들…….”

치코는 간신히 모기만한 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 사람들은 마왕의 앞잡이가 돼 있어.”

  그 사람들? 기자놈들 말이야?”

  …….”

일순 우리들 사이에 긴장이 흘렀다. 소타로가 굳은 얼굴로 속삭이듯이 공중에 말을 건넸다.

  치이, 너 혼자지.”

답은 없었다.

  ……알았어, 하지만 기자는 어떻게든 할게. 치이는 그냥 집에…….”

  집도 안 돼!”

이번엔 반응이 곧장 돌아왔다. 소타로가 더욱 얼굴을 구겼다.

  설마, 어머님이랑 아버님도?”

  ……, 아마.”

마왕에게 그런 힘도 있었나, 하고 우리는 전율했다. 인간을 덮친 검은 안개가 입으로 들어가, 마왕이 부리는 대로 조종당하는 광경이 쉬이 떠올랐다.

  무서워, 소 쨩, 무서워.”

  미안, , 미안, 미안!”

난데없이 신야가 고함을 쳤다. 참지 못했을까, 보이지 않는 컵을 향해 오로지 미안하단 말만 거듭 외쳐댔다. 그의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우린 지금 불법침입자다. 요스케가 황급히 신야의 입을 막아 다물게 만들었고, 소타로가 마지막 말을 했다.

  내일도 올게. 오늘은 그 방에서 나가지 말고 부모님도 들여보내지 마. 그럼 하루 정도는 괜찮을 거야.”

그러고서 우리는 서둘러 베란다에서 철수했다. 실 전화를 회수한 요스케가 마지막으로 탈출할 때, 조금 전 신야의 목소리를 수상쩍게 생각했는지 옆 베란다에 사람이 나와서 섬뜩했지만, 겨우 들키지 않은 것 같았다.

그 후, 기지로 돌아와 치코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하는 회의가 열렸지만, 그런 방법이 쉽게 떠오를 리는 없었다. 하기야 적에 당사자의 부모도 포함돼 있으니까. 심지어 마왕의 힘은 정체조차 모른다.

결국 그날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해산했다. 내일은 좋은 안이 나오거나 말거나,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어두운 기분으로 혼자 집에 가는 길을 걷고 있었다. 치코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그런 상대를 이길 수 있는 걸까. 그리고 치코의 예언은 절대적이다. 모든 마을사람들이 좀비 영화처럼 달려들지 않는다는 건, 아직 마왕의 힘이 불완전한 거라고 소타로가 말했다. 분명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에 진정한 힘이 돌아올 거야, 그래서 그때까지 쓰러트리라고 처음 예언이 말해준 거야, 라고도.

그래도 무서웠다. 당장이라도 저 골목에서 조종당한 기자들이 튀어나올지 몰랐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서둘러 집에 돌아갔다. 그러나, 재앙은 집 앞에 있었다.

  지난번엔 갑자기 미안했어.”

낯익은 덧니였다. 이번엔 우리 집 대문에 혼자 기대어 있다.

  아뇨…….”

나는 어떻게든 집 안으로 뛰어들 수 없을지 눈을 돌리며 상황을 살폈다.

  저기, ‘마왕같은 거 알고 있니?”

  아뇨.”

상대는 정확히 물었다. 나는 여기에도 전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부정했다. 신야는 편지를 전했을 뿐이라고 했으니, 이 기자는 나도 동류인지 아닌지 살피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모른다고 하면 마왕의 앞잡이라고 해도 살려줄지 몰랐다.

하지만 상대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 그러니, 몰라? 그 여자애가 마왕같은 말을 꺼낼 때 너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기자의 그 말이 믿기지가 않았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고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고 말았다. 그 얼굴은 가로등에 의해 역광을 받아, 거무스름한 그림자가 얼굴 중앙에 드리워져 있었다. 나를 본 눈이 반짝 빛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내가 비명을 지른 것 같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 기자를 떼어내고 현관에서 거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닫힌 문의 흐릿한 유리창 너머로 조금 전 기자의 그림자가 희미하게 비친다. 부들부들 떨리는 내 다리로 2층에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다. 놈은 곧 이 문을 부수고 들이닥칠 것이다. 끝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문득 눈을 돌려보니 그림자가 사라졌다. 그는 들이닥치지도 않았고, 벨소리도 울리지 않은 채 떠난 듯했다. 소타로 말대로 아직 마왕의 힘이 약한 모양이다.

긴장이 풀린 나는 현관의 돌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다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치질 않았다.

불이 켜진 거실에서 텔레비전 소리가 들려왔다.

 

 

  1. 달력은 연재 당시인 2003년 7~8월을 참고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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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ouble_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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