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1
*임의로 의역한 데가 많고 일부분 번역기를 사용해 오역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8월 7일(목요일) 흐림.
이 세계는 우리들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신 군은 나쁘지 않다.”
***
내가 그걸 발견한 건 우연이었다.
드물게도 어머니가 아침부터 나가 있어 거실이 텅 비어있었던 덕이다. 무심코 거실을 가로질러 부엌으로 가려던 나는,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신문에 눈을 멈췄다. 그렇게 큰 기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제목에 사용된 그 단어는 내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나는 신문을 집어 기사를 탐독했다. 세 번이나 다시 읽고서야 내 착각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페이지를 움켜쥔 채 집에서 뛰쳐나왔다. 기지가 아니라, 소타로의 집이 목적지였다.
그의 집은 갈색 벽이 있는 맨션 1층이다. 피아노 학원의 간판이 걸린 문 앞에 서면 피아노 소리가 간간이 들려오는데, 벨을 누르자 소리가 그쳤다.
“네…….”
“저기, 소타로 군 있나요?”
“미안한데, 지금은 연습 중이라서. 한 시간쯤 걸려.”
인터폰 너머 여성의 목소리는 조금 굳은 것 같았다. 내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
“아, 그럼 괜찮습니다. 나중에 볼게요.”
무리하게 내보내달라고는 할 수 없었다. 이걸 보여줬다간 소타로는 피아노 연습 같은 건 당연히 못 하게 될 거고, 할 수만 있다면 나도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기지에서 누가 오는 걸 기다려야겠다 싶어 나는 산으로 갔다. 발걸음이 무거웠고, 길은 멀었다. 태양은 대부분이 구름에 가려져 있어 공기가 어딘가 눅눅했다. 저녁쯤엔 한바탕 비가 내릴 것 같았다.
“야.”
문득 뒤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나를 부르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개의치 않고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곧 뒤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야, 히로키잖아.”
요스케였다.
“왜 이상한 얼굴이야. 여기, 내 집.”
듣고 보니 거긴 가라테 도장 앞이었다. 옆에는 스즈노의 검도장도 나란히 있었다. 길에는 신경 쓰지 않고 걸어서 몰랐다.
내가 갑작스런 요스케의 출현에 그에게 이 얘기를 할지말지 망설이는 사이, 요스케는 내 손에 쥐어진 신문에 슬쩍 눈길을 주더니, 크게 혀를 찼다.
“저질렀나.”
나는 그 험악한 얼굴에 기가 꺾였는데, 요스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손을 잡았다.
“야, 잠깐 와 봐.”
거절할 겨를이 없었다. 끌려간 곳은 담배 가게였다. 설마 담배 피우는 데 말려들까 봐 주눅이 든 나를 신경 쓰지 않고, 요스케는 능숙하게 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를 꺼내 점원 할아버지에게 내밀며 옆에 꽂혀있는 이런저런 신문 두어 부를 집었다. 그러더니 하나를 내게 떠넘겼다.
“확인하게.”
(신문을) 난폭하게 넘겨보는 그를 흘낏하며, 나는 낯선 신문을 조심스레 펼쳤다. 그러다 난데없이 속옷차림의 여자 사진이 하나 커다랗게 튀어나와 허둥지둥 닫았다. 내가 그러는 사이, 요스케는 목표로 하던 걸 찾아낸 모양이었다.
“어이, 그거 넘겨.”
내 것과 그의 것이 순식간에 맞바꿔졌다. 내 손 안에는 화려한 문자가 흩날리는 흑백 페이지가 있었다. 읽을 필요도 없이, 요스케가 보여주려던 게 뭔지 바로 알았다. 그건 내가 가지고 있던 평범한 신문보다 더 상세하게, 그리고 지독하게 꾸며진 기사였다. 이 뒤로도 언제나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다.
제목은 이랬다.
『마왕에게 살해당했다! 초등학생, 죽음의 절규!』
“내가 한 걸로는, 마무리가 안 됐군.”
요스케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남은 것도 내게 떠넘기며 손에 들게 했다. 보지 않아도 비슷한 내용일 것이다.
“소타로 녀석, 데려와라. 그놈은 내가 끌고 올 테니까.”
그리고 요스케는 산을 엄지로 가리키며 나한테 그렇게 지시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소타로의 집으로 달려갔다.
달리느라 가슴이 뻐근했다.
나는 소타로가 진심으로 사람을 때리는 걸 처음 봤다. 당한 쪽인 신야는 자리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신음했다. 들어서자마자 벌어진 일이라서, 요스케도 나도 말릴 수 없었다.
“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그치만 우리들만으로는 별 수 없잖아! 아군이 늘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나는 비밀로 했던 치코의 예언을 상기했다.
마왕과 싸울 때 멤버 외의 다른 아이가 도와줍니까?
아니요.
마왕과 싸울 때 어떤 어른이 우리를 도와줍니까?
아니요.
신야는 몰랐던 거다. 우리 말고는 마왕과 싸울 사람이 없다는 걸.
“알겠어? 네가 한 짓은, 모토나오를 모욕할 거리를 놈들에게 넘겨준 것뿐만이 아냐.”
신야의 외침에 잠시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던 소타로는, 다시 눈썹을 치켜 올리며 신야에게 말을 내뱉었다.
“모토의 편지에는, 치이의 이름이 적혀있었어! 마왕은 치이를 찾아낼 거다!”
여기선 신야도 반박할 말을 잃은 것 같았다.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토나오의 일도, 치코의 일도.
그는 정말 도움을 구했을 뿐이었다.
신야는 웅크린 채 머리를 감싸 안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타로도 당황한 얼굴로 주먹을 거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얼마간 거북한 침묵 속에서 신야가 흐느끼는 소리만이 들렸다. 이 상황을 바꿔준 건,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고 있던 요스케였다.
“아무튼 이제부터 어떻게 할지 정해야지, 자, 소타로.”
그가 달래듯 말하며 신야 옆에 섰다.
“너도 그만 울어. 그러니까 어제 말했잖아. 그놈들한테 기대봤자 소용없다고.”
그러더니 신야의 목덜미를 들어올려, 뺨을 한 차례 때렸다. 찰진 소리가 본부에 울렸다.
“울어봤자 소용없으니까. 에너지 낭비다.”
이번에는 반대편 뺨을 때린다. 똑같은 소리가 났다. 요스케의 얼굴은 조금 전의 소타로와 달리, 완전히 무표정이었다. 나는 역시 아까와 마찬가지로 말리려 들 수가 없었고, 화가 났을 소타로도 독기가 빠져버린 듯싶은 얼굴을 했다. 신야도 놀라 눈물이 쏙 들어갔는지, 발개진 두 뺨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다시 요스케의 손이 올라갔다.
“거기까지.”
그때 단박에 그의 손을 붙잡으며 멈춘 건, 어느새 나타난 스즈노였다.
“요스케, 안 되죠, 그건.”
스즈노는 수군대며 말했고, 잠시 후, 요스케는 쾅 하고 신야를 내려놨다. 아직 멍한 신야에게 소타로가 다가가 아까 때린 것을 사과했다. 요스케는 때렸던 손을 두세 번 쥐었다 펴더니, 스즈노를 향해 돌아섰다.
“있었나?”
“있었어요. 기자 같은 게 어슬렁거렸어.”
스즈노는 치코의 집을 보고 왔다며, 모두에게 그 보고를 했다. 기자들은 즉각 치코를 찾아낸 것 같았다.
“아버님처럼 보이는 사람이 물과 소금 뿌려댔어. 거길 찾아가는 건 좀 무리일 듯해.”
신문에 실리는 사태가 벌어질 것 같은 데다 그 이유가 ‘남자와 놀고 있어서’였다고 하면, 그(아버지)의 분노는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치 쨩은 아마, 집에서 안 내보내줄 거야.”
“그건 반대로 안전하다는 것 아냐?”
그새 또 벽에 기댄 요스케가 농담을 해왔다. 확실히, 듣고 보면 그렇지 않다고만은 할 수 없다.
“하지만 혼자서 갇혀있으면 불안해하고 있겠죠.”
스즈노의 말도 당연했다. 만약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사정을 알거나 모르거나, 어느 쪽이든 견딜 수 없다.
“치이는 피아노 연습 때 내가 연락할 수 있으니까 그걸로 어떻게든 할게. 마침 내일이고.”
소타로는 약간이나마 컨디션을 되찾은 듯했다. 언제나처럼 수를 찾기 시작했다.
“우린 어떻게든 그 기자를 쫓아낼 방법을 찾지. 신야, 도와줄 수 있겠지.”
울음을 그치긴 했지만 무리에서 떨어져 고개를 숙이고 있던 신야는, 그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 달력은 연재 당시인 2003년 7~8월을 참고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