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번역/여름의 마왕 2020. 10. 21. 15:30

*출처: [각주:1]

*임의로 의역한 데가 많고 일부분 번역기를 사용해 오역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86(수요일) 싫을 정도로 맑음.

모토 군과 작별했다.”

 

***

 

그리고 소타로의 제안에는 찬성으로 만장일치였다.

점심때까지 준비해서 기지에 모이기로 했다. 장례식을 치른다고 해봤자, 정확한 방법은 아무도 모른다. 아무튼 꽃이나 공물 같은 걸 가져가야 할 것이다. 그 밖에도 향 같은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집에 불단이 없어서 구할 수 없었다. 분명 다른 누가 가져올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니나와 함께 강변에서 꽃을 꺾기로 했다.

오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하늘의 파란색은 지상과 가까운 곳은 짙고, 태양과 가까운 곳은 옅다. 물가에서 살랑대는 풀 그림자가 땅 위로 선명하고 검게 드리워졌다.

검은 안개.

나는 문득 그 말이 떠올라 한 차례 몸서리를 쳤다. 니나가 이쪽을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오빠, 괜찮아.”

  .”

니나는 손에 풍접초를 잔뜩 들고 있었다. 낮에 접어들며 핑크색에서 흰색으로 변해가는 그 꽃은 활짝 피어나 강가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기지에 갈 때까지는 싱싱할 것이다.

  남은 건 과자네.”

우리는 미요시 가게로 향했다. 할머니는 여전하게 가게 앞에 서 있었다. 준비한 작은 바구니를 들고 가게에 들어가려고 하니, (할머니가) 말을 걸었다.

  오야, 오늘은 얼음 아니구나.”

  .”

  그런가. 오늘은 더워. , 모자 안 썼네.”

할머니는 말을 마치자마자 나보다 먼저 가게로 들어가 버렸고, 나는 뒤를 쫓았다. 양지에서 가게의 지붕이 만든 그림자 아래로 들어가니, 갑자기 기온이 내려간 것처럼 느껴졌다. 처마에 매달린 철제 풍경이 청아한 소리를 냈다.

가게 안은 항상 눅눅한 냄새가 난다. 불쾌한 곰팡이 냄새가 아니라, 산의 고사리에서 나는 듯싶은 냄새다. 상자나 병에 담긴 알록달록한 막과자가 뿌연 유리를 지나며 약해진 햇볕을 쬐고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둘러보며 어느 것을 사야 모토나오가 기뻐할지 생각했다. 함께 왔을 때, 그가 어떤 걸 샀던가. 잘 떠오르지 않아, 나는 이거다 생각되는 걸 바구니의 반쯤까지 잡히는 대로 던져 넣었다. 돈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실례합니다.”

들어가 버린 할머니에게 계산을 부탁하려고 말을 걸자, 할머니가 안에서 천천히 나왔다.

  이거, 쓰고 가렴.”

그러더니 내 머리에 손에 든 걸 씌워줬다. 올려다봤더니 모자챙이 보였다. 이 낡은 밀짚모자는 가게와 같은 냄새가 났다.

  , 감사합니다.”

  언제 돌려줘도 괜찮아. 그리고 이것도 가져가라.”

할머니가 내민 손에는 향 한 묶음이 들려 있었다.

  ?”

여기서 나는 감사보다 먼저 의문의 말을 입밖에 내고 말았다. 할머니는 불쾌한 기색도 없고, 동시에 싱긋 웃지도 않고, 구매한 막과자를 담은 봉지 맨위에 향을 올려 나한테 건네줬다. 나는 돈을 내고 그걸 받았다.

  곧 오봉이니까, 그 애의 친지가 헤매지 않게 제대로 데려다 줄게다. 안심하고 보내줘라.”

할머니의 눈길은 풍접초에 쏠려 있었다.

나는 이번엔 아무 말 하지 않고 끄덕이며 가게를 나왔다. 내 뒤로, 할머니가 다시 처마 끝에 나와 배웅하고 갔다.

  할머니, 모토 군 기억하고 있었구나.”

내 배에 쌓인 위화감이 차츰 다른 것이 되어갔다. 니나의 손을 잡고 기지로 가는 길을 서두르며, 나는 그걸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장례식은 작전실에서 치르기로 돼 있었다. 소타로와 치코가 나보다 먼저 도착헤 제단을 만드는 중이었다. 나도 가져온 짐을 바닥에 내려놓고 거들기 시작했다.

  니나 쨩, , 예쁘다.”

치코가 금세 꽃을 발견해 눈을 빛냈다.

  니나가 따왔어.”

내가 말했고, 니나는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치이는 꽃 같은 거 놔 줄래? 본부에 빈 통이 있었는데.”

소타로의 지시에, 치코는 꽃을 안고 본부로 갔다. 작전실에는 나와 소타로만 남았다. 우리는 늘어놓은 상자 위에 어두운 색의 천을 덮고, 전에 옮겨둔 짐을 방해되지 않게끔 구석으로 치웠다.

  어떻게 생각해, 히로키.”

돌연 소타로가 조용히 속삭였다. 앞말이 없어 의미를 헤아리지 못한 내가 되물었다.

  ?”

  모토 말대로, 마왕은 쓰러트릴 수 없다고 생각해?”

  그건…….”

  그 녀석, 늘 과장했잖아.”

소타로의 말대로, 모토나오는 뭔가 하려고 할 때마다 매번 그런 건 무리라든가 할 수 없다고 했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그런 거라고 생각해도 좋은 걸까.

내가 대답하지 않자, 소타로는 말을 이었다.

  그때의 예언은 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아니요라고도 하지 않았어. 나는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치코의 예언은 절대적이다. 그것은 가능성이 제로가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

  모토, 그 예언 몰랐잖아. 상담해줬다면 좋았을 텐데.”

소타로의 한숨 소리가 무거웠다. 나는 잠자코 제단에 덮인 천을 고쳤다.

  , 있다. 있다.”

그때, 입구에서 신야가 뭔가를 팔랑팔랑 흔들며 다가왔다. 소타로는 나와의 얘기를 끊고, 신야를 상대했다.

  , 잘 찾아냈군.”

  신야 님을 깔보지 마!”

  그럼, 모토의 편지도 가져왔겠지.”

  , , 미안. 깜빡했어.”

신야가 황급히 주머니를 뒤적이며 당황했다. 오늘은 괜찮지만 내일은 가지고 와, 하고 웃으며 말한 소타로가 사진을 받았다. 학기 초에 찍은 반 집합 사진 속에 찍힌 모토나오의 얼굴은 작아서, 안경만이 눈에 띄었다. 그걸 본 소타로가 잠시 생각에 잠겨 내게 의견을 물었다.

  어때, 이건 역시 좀 작나.”

잘랐다간 알아볼 수 없는 크기가 될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사용하면 반 전원을 조문하는 것 같다.

  사진은 없어도 되는 것 아냐?”

사진이 있거나 없거나 별반 다르지 않을 것도 같다.

  . 그래, 신야. 모처럼 찾아줬는데 미안.”

  . , .”

신야는 여태 당황하고 있었던 듯, 그는 돌려받은 사진을 바지 주머니에 뭉쳐서 넣었다. 나는 구겨진다고 주의를 주려 했지만, 때마침 치코가 꽃을 가지고 돌아오는 바람에 말할 틈을 놓치고 말았다.

동시에 요스케와 스즈노도 모습을 나타냈다. 그들은 바나나나 귤 같은 과일을 잔뜩 내려놓았다. 요스케가 수박을 꺼내는 걸 보며 나는 문득 그리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게, 고작 2주 전의 광경이었음을 떠올려냈다.

내 뱃속의 위화감이, 다시금 꿈틀대는 듯했다.

그렇게 다 같이 공물을 장식하고, 우리끼리 치르는 장례식이 시작됐다. 물론 제대로 된 방법 따위 알 리가 없어서, 불경 같은 건 올릴 수 없었다. 하물며 모토나오는 좋은 녀석이었지, 하는 연설도 아무도 하자며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이제 와서 말하지 않아도 좋은 녀석이라고 정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우리는 향을 한 개비씩 피워 바치며, 모토나오에 대해 기도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나름대로 수수하게, 하지만 그것밖에 하지 않았으므로 장례식은 간단히 끝났다.

  이런 데 쓴 건 얼른 먹는 게 좋대.”

요스케가 그렇게 가르쳐줬으므로, 우리는 공물을 본부에 가져와 다 같이 먹기로 했다.

여름 햇살은 눈부시고, 바람은 시원했다. 우리는 나란히 과자며 과일을 입에 넣었다. 모두 달콤하고 맛있었다.

그리하여 비로소 나는 모토나오가 정말로 여기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 몇 번이고 모두 함께 이렇게 과자를 먹는다고 해도, 거기엔 모토나오의 모습이 없을 거라고.

쭉 쌓여 있던 위화감이 갑자기 턱밑까지, 그러다 더 위로 치밀었다. 눈앞의 광경이 일그러지며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됐다. 무척 멀리서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난 것 같았다. 모토나오의 목소리 같기도 했지만, 모르겠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스즈노가 바로 옆에 다가와서 내 어깨를 안고 있었다. 스즈노의 뺨이 어째선지 젖은 채였다. 둘러봤더니 모두 굳은 채 말없이 앉아 있다. 다만, 요스케만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자, 어느새 저녁놀이 진 하늘에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마왕을 쓰러트린다.

그렇게 강하게 예감한 것을 나는 기억했다.

우리는 마왕을 용서하지 않는다.

  이 힘은 그걸 위해 있었어.”

나는 쉰 목소리로 그렇게 힘껏 중얼거렸다.

 

 

  1. 달력은 연재 당시인 2003년 7~8월을 참고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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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ouble_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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