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월 28일

번역/여름의 마왕 2020. 10. 20. 08:40

*출처: [각주:1]

*임의로 의역한 데가 많고 일부분 번역기를 사용해 오역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728(월요일) 맑음.

오늘은 무척 더운 날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머리를 잘라줬어요.

짧고 시원해졌습니다.”

 

***

 

나는 그날 아침도 곧장 비밀 기지로 가려고 현관에 나섰는데, 그렇게 잘 풀리지 않았다. 신발을 신으려고 쭈그려 앉은 순간, 뒤에서 휙 머리채를 잡혔기 때문이었다. 아파서 작게 신음하며 돌아봤더니, 거기 어머니가 우뚝 서서 나를 밉살스럽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길었네.”

그 말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했다. 나는 신발 신는 걸 관두고 일어나 그녀를 따라갔다. 물론 장소는 욕실로, 거울 앞의 의자에 앉혀진다. 비닐 망토가 씌워지고, 은색 가위가 삭삭 소리를 낸다.

.

어머니는 망설임 없이 내 머리카락을 잡아 잘라낸다. , , . 순식간에 타일 바닥 위로 검은 덩어리가 여럿 떨어졌다. 거울 속의 내가 점점 변형돼 간다.

.

삼십 분쯤 지났을까, 그녀는 기분이 풀린 듯, 날 놓아줬다.

  가도 돼.”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 머리를 흔들어 잔털을 바닥에 털어내고, 그녀를 뒤로 한 채 현관으로 걸어갔다. 신발을 신고 있을 때, 뒤에서 수도꼭지를 세게 튼 소리와 바닥에 미친 듯이 쏟아지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여름으로 뛰어 들어, 비밀기지에 가는 길을 달렸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후드득, 잔털이 머리에서 떨어졌다.

비밀기지에 도착한 건 대낮이 되기 조금 전이었다. 갱도 입구로 들어섰는데, 어쩐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다. 잘 말할 수는 없지만, 뺨이 간질거리는 묘한 감각이었다.

그 이유는 작전실에 들어가자 밝혀졌다. 나는 항상 여기 들어오면 중앙의 둥근 라이트에 손전등을 비추고 가는데, 오늘은 그걸 찾을 수 없다. 이상하게 생각해 둘러봤더니 작전실 구석, 조금 우묵하게 파인 땅에서 푸른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 물체가 벽 밑에서 꾸물대고 있다.

  ……뭐하는 거야?”

나는 담요를 젖히며 물었다. 라이트의 시린 빛이 금세 작전실을 비춘다. 그리고 놀란 두 얼굴이 나를 올려다봤다. 그들은 일순 돌이 되었지만, 갑자기 무척 당황한 모습으로 땅을 짚었다. 눈앞에서 그런 수상한 움직임을 했으니, 내가 무심결에 그 손 안을 주시하고 만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거기에는 여러 잡지가 널려 있었다. 나는 아마 어이없는 얼굴이 돼 버렸을 것이다. 라이트와 함께 모포를 뒤집어 쓴 채 보물을 구경하던 신야와 요스케가 묘하게 흥분했다.

  됐잖아, !”

  봤으면 빨리 가!”

잡지를 허둥지둥 담요 밑에 집어넣으며 힐난해왔다.

  , 스즈한텐 말하지 마!”

그 자리를 떠나 본부로 가는 내 등에, 요스케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말하지 않아도, 나는 그런 걸 일부러 밀고할 만큼의 바보가 아니다. 그렇게 되받아칠까 생각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바보 같아서 관뒀다.

본부에 갔더니, 스즈노 혼자 책장을 뒤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그림자는 없다.

  다른 애들은?”

  요스케와 마츠조에 군은 왔다가 방금 나갔어요. 나머지는 아직.”

  두 사람은 작전실에 있던데.”

  , 그렇겠죠.”

스즈노가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덕분에 아마 그 두 사람이 뭘 하는지 그녀가 알고 있으리라는 걸 알아챘다. 그러나 스즈노는 그 부분을 언급하지 않고, 화제를 바꿔왔다.

  , 하나자키 군에게도 말했지만, 숙제 중에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가르쳐줄게. 조만간 다 같이 한 번 공부 모임 같은 거라도 할까요?”

  스즈노 씨의 숙제는?”

내가 그렇게 묻자, 스즈노는 쑥쓰러운 듯이 웃으며 말했다.

  벌써 적당히 끝냈어.”

  진짜? 대단하다.”

  버릇이거든, 미루기 싫어하는 거. 이젠 일기만 남았네.”

  예이, 예이, 스즈노 씨는 성실하네요.”

그 순간, 입구 쪽에서 요스케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스즈노는 금세 미간을 좁힌 무서운 얼굴로 그쪽을 노려봤다. 성큼성큼 들어오는 요스케 뒤에 신야의 모습이 있었다. 두 사람은 나를 흘끔댔다. 스즈노에게 내가 말해버리지 않았을까 신경이 쓰여서 돌아왔을 것이었다.

  나도 꼭 가르쳐 줘.

  요스케는 안 돼. 스스로 하도록.”

  깍쟁이.”

단박에 뿌리치는 스즈노에게 트집을 잡는 요스케. 두 사람의 싸움을 뒤로 한 신야가. 내게 다가왔다.

  오늘도 모톳치 쉰대. 그리고 소도 아마 못 올 거야.”

  , 그래?”

신야가 목소리를 낮추며 내 귀에 입을 가까이 댔다.

  남자가 왔다나 봐.”

  ……흐음.”

  그러니 오늘은 전혀 모일 수 없어. 정의의 편은 쉽니다, 라는 건가.”

그때 요스케가 끼어들어 가세했다.

  좋아, 그럼 놀러 가자. 미요시 가게에 말이지, 새 뽑기가 들어온 것 같단 말이야.”

소타로가 없으면 신야의 폭주도 말릴 수 없다. 나는 우선 요스케의 제안에 찬물을 끼얹기로 했다.

  저기, 마왕은 안 찾아도 돼?”

내 질문에 신야와 요스케가 거북한 듯이 얼굴을 마주봤다. 신야가 콧등을 긁적이며 한숨처럼 말했다.

  그건 시시하잖아.”

저게 신야의 본심일 것이다. 동시에 나의, 그리고 분명 모두의 본심이기도 했다.

  뭔가 일어날 줄 알았더니 아무 일도 안 일어나고. 아무 힌트도 안 나오고. 모처럼 방학인데.”

신야의 노골적인 그 말에, 나는 순간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내가 말했잖아, 마왕이라니 멍청하다고.”

게다가 요스케도 신야 편을 들어 순식간에 열세에 몰렸다. 여기 소타로나 모토나오가 있었다면 설득이나 이론으로 이쪽이 이겼을 텐데, 나 혼자서는 이 두 사람의 요령에 대적할 수 없었다. 스즈노에게 시선을 보냈더니, 그녀는 고맙게도 이쪽 편을 들어줬다.

  바보 취급하는 건 상관없지만, 찾아내지 못하면 생명의 위험이 있다지 않았어? 그것도 거짓말이라고 하려고?”

  아니, 그건…….”

역시 치코를 거짓말쟁이 취급하는 건 망설여지는지, 신야가 말끝을 흐렸다.

  마왕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만 시시하고…….”

한 번 흔들린 신야는 잘 못 버틴다. 나는 스즈노에게 보태 신야를 메치기로 했다.

  조금 시시해도 빨리 찾는 게 좋아. 노는 건 마왕을 쓰러트리고 나서 해도 되니까. 어쨌거나 죽기는 싫잖아.”

  그럴까?”

하지만 내 설득은 요스케가 불쑥 꺼낸 한 마디로 간단히 차단되었다.

  ?”

  애초에 죽는다는 전제가 이상하지 않냐? 살해당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뭔가 다른 의미가 있다든지. 예언은 그런 거잖아.”

그런 건가, 나는 안심하는 동시에, 어째서 안심해버린 건지 몰라서 조금 혼란스러웠다.

  , 그래도 찾아내야

이런 빈틈투성이인 반론을 요스케가 넘길 리 없다. 어쩌면 담력시험 때 당한 것에 대한 반격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럼 뭐, 어떻게 찾게. 그렇게 말한다면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는 거겠지?”

따져오는 것에 나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갑자기 그런 말을 들은들, 획기적인 발상이 있었더라면 진작 내놓았을 것이다. 어제 일을 꺼내 말해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쳤지만, 갑자기 약속을 어기는 짓 따윈 할 수 없었다.

그러자 내 곤경을 지나치지 못한 스즈노가 다시 지원해줬다.

  적당히 하세요, 요스케. 반대로 죽는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장담하기도 어렵잖아. 스가 씨와 오랫동안 어울린 히로키네가 판단한 거니까, 우리들이 참견할 일이 아니야.”

  이러니 여자는 말이지, 감정적이라서 곤란해.”

스즈노의 훈계에, 요스케가 욕을 하면서도 물러나는 자세를 취했다. 한편 신야는 내 어깨를 다독이며 악의 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필사적으로 찾거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말이지. 기다리면 분명 조만간 일이 생길 거라고. , 아마. 그때가 되면 정의의 편 출동이라는 거야.”

결국 나는 왠지 모를 떨떠름한 기분을 짊어진 채, 마왕의 얘기를 여기서 일단 중단했다.

이날은 소타로도 치코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시간만 지루하게 흘러갔다.

 

 

  1. 달력은 연재 당시인 2003년 7~8월을 참고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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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ouble_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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