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이르아노・파질・네세레의 에피소드를 산발적으로 적당히 휘갈겨 쓴 시리즈. 완결."
*게임 본편과 연결되는 스포일러 有
*임의로 의역한 데가 많고 일부분 번역기를 사용해 오역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4-1
■깨어난 아침
하늘은 희붐하게 밝아왔다.
신의 눈꺼풀이 뜨이려 하는 중이었다.
드문드문 침묵이 떨어지게 된 건, 회상할 만한 옛날이야기가 부족해져서가 아니었다. 그저 두 사람 사이에는 건드리기가 망설여지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 서먹함을 달래려는 양, 식어버린 찻잔을 이따금씩 동생이 자기 것과 함께 손수 따라주었다. 그쪽에서도 그런 식으로 말을 골라낼 시간을 얻었으리라.
결국 붙잡기 위한 비장의 수를 찾아낼 수 없었다. 그는 이 성을, 이 나라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이 바다로 간다는 것이다.
본인에게 붙잡힐 기분을 들게 할 수 없다면….
결단의 때가 왔음을 알았다. 그녀는 그것을 가능하게 할 힘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평생 원한을 사게 되더라도, 힘을 휘둘러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먼저 그것을 제압하듯 움직인 것은 그였다.
지극히 당연한 몸짓으로 품에서 작은 물건을 꺼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단지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지어졌다.
“그건….”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은 그때 그의 품에서 회수됐던, 그리고 그에게 돌려줬던 작은 병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왜 아직도 그런 것을 손에서 놓지 않고 지니고 다니는지 몰라 그녀는 당황스러웠다.
결국 그것은 의심된 효과를 전혀 발휘하지 못해 무해하다고 입증된 것이었다.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는, 그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침묵했기 때문에 밝혀지지 않았고, 결국 먼저 끈기가 떨어진 집사가 오해를 살 만한 행동에 대해 주의를 주는 것으로 일단락 지어졌다. 위대한 주인을 잃은 저택은 향후의 방침을 가늠하기에 벅차, 아이의 고집에 어울려줄 처지가 아니었더랬다. 그녀 역시,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제게조차 털어놓지 않는 동생을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다음 왕으로서의 책무에 쫓겨 민간의 약이었거나 그랬으려니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분명해졌다.
아직 그날 밤은 저물지 않았다고.
아침의 예감이 감도는 가운데, 두 사람은 천천히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건…무엇이었나?”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에 대한 대답은 주저 없이 되돌아왔다.
“넘겨준 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네 마음이 형태가 된 것, 그에 걸맞은 형태로 결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아무도 모르게 서서히, 그리고 확실하게.”
무척 우회적인, 불가사의한 말.
그가 지금 이 자리에서 꺼낸 말이 아니었더라면, 동화 속의 일로 치부하며 웃어넘겼을 것이다. 그런 편리한 것이 사람의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됐다.
다만, 하지만.
그녀는 시선을 떨어트렸다. 자기 앞에 있는, 이제는 내용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찻잔에. 그 바닥에 옅게 고여 있는 갈색 액체에.
여기서 그가 그것을 꺼내는 의미.
“네, 형.”
일찍이 용납되지 않았던 그 호칭을 사용하며, 그는 천천히, 평온하게 선언했다.
“저는 당신을 계속 미워하고 있었어요.”
이제 그녀에게는 미소 외에 달리 대답할 길이 없었다.
“그런가. 그렇겠지.”
밤은, 눈을 감고 어둠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순간은 끝났다.
눈을 뜨지 않으면 안 되는 아침이 온다.
들창에서 햇빛이 방을 비추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침을 알리는 새가 한창 지저귄다. 사용인들도 슬슬 상황을 살피러 올 터였다.
그는 일어나 세 겹의 창문을 하나씩 열었다. 아침의 서늘하고 시원한 공기가 흘러들어왔다.
“출발하기에 좋은 날씨네요.”
햇빛에 비친 그 옆모습은 아득히 먼 곳을 응시하는 것 같았다.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마지막으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로 가는 건가? 그 아이를 두고?”
그 순간 그의 입술에 번진 씁쓸한 미소가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형, 저는 제 어둠을 그 아이에게 떠넘기고 싶지 않아요. 그 아이는 무척 총명해서, 함께 있으면 반드시 알아챌 거예요. 그게 너무 두렵습니다.”
그리고 그는 돌아서서 그녀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보이는 눈동자와 보이지 않는 눈동자가 나란히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거기 있는 것은, 이 세상에서 유일한 남동생의 형태.
“그러니 가겠습니다. 안녕히, …리리아노.”
햇빛을 등지고 선 모습. 그것이 그녀가 아는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녀는 대답하며 작별의 말을 했다.
“안녕히. 이르아노여.”
밤의 기색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신의 기상과 함께 세계는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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