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대삼림 한구석의 작은 마을에서 순례를 나선 소녀, 뮤아. 그녀는 각자의 사정을 안고 있는 소년 4명을 만나, 얼결에 함께 남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벽으로 분단된 세계를 지탱하는 진실은 무엇인가.
이세계·그라드네라를 무대로 한 이야기. 제법 길어질 예정. 아니나 다를까 갱신 정지 중."

*임의로 의역한 데가 많고 일부분 번역기를 사용해 오역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7-1

두고 간 이유 같은 거, 아플 정도로 잘 알고 있다.

나는 아직 작고, 지나치게 미숙하고, 무엇보다 그들의 정식 동료가 아니다. 데려가줄 리가 없다.

게다가 아마. 후계라는 말을 듣는 것도 관련 있다. 그런 건 멋대로 떠드는 것뿐인데. 자신에게 그런 그릇이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가지 마.

뒤에 대고 그렇게 호소하려 해도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곤란하게 할 뿐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모르겠다. 어째서 그런 놈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써야만 하는지. 어째서 모두가 죽음을 걸고 덤벼들어야만 하는지. 내버려두면 될 텐데. 자신들과는 관계없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숨이 가빠온다. 무언가 잊고 있는 것 같다. 소중한 것을 두고 와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

생각을 해봐도 기억은 나지 않았다.

더욱이, 모두가 곁에 없다는 것이 괴로워진다.

문득 어깨 위를 따뜻한 기운이 감쌌다. 알고 있다. 보지 않아도 안다. 이건 아버님의 분위기다.

가거라.

상냥한 말이 흘러나왔다.

그래도, 하고 고개를 젓자, 다시금 말이 이어졌다.

가도 된단다. 그게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정말로 괜찮은 걸까. 하지만 그의 말이니까, 분명. 분명 아네키우스께서도 용서해주실 게 틀림없어.

기대가 가슴에 그득 차 돌아보려던 그때, 재차 말이 흘러나온다.

가거라.

어느새 목소리가 달라졌다. 그것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마음을 옭아매는 소리. 등을 밀어내는 소리.

이걸 들어선 안 돼.

누군가 오른쪽 귀에서 경고했다.

이걸 듣지 않으면 안 돼.

누군가 왼쪽 귀에서 경고했다.

쿡쿡 찌르는 통증과도 같이 날카로운 목소리.

가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세요, 사람이여.

가지 않으면, 안 된다.

 

7-2

세피아는 벌떡 일어나 눈을 떴다. 그 순간 짓누르던 무게가 갑자기 사라지고, 눈앞을 가리던 어둠도 뿌리쳐졌다.

거친 숨을 가다듬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창문 틈으로 흘러들어오는 부드러운 빛, 희미하게 울리는 새들의 지저귐, 잎과 가지의 웅성거림.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맑은 아침이 찾아왔다.

그런 평온한 광경과 제 고동의 빠름이 서로 어울리지 않았다. 무심결에 목덜미에 댄 손에 미끌미끌한 땀이 묻었다.

. 기묘한, 그러면서도 절박한 꿈.

세피아는 어스레한 방 안을 둘러보며 천천히 일상적인 감각을 되찾으려 했다.

마지막 부분은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런 꿈을 꿔버린 원인은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다. 정신을 단단히 차려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목 안이 짓눌리는 것만 같은 감각에 사로잡혔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 사실이 가차 없이 온몸을 울렸다.

아피아는 없다.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는 게 좋다고 자기가 권했다.

물론 사실은 싫었다. 지금도 싫다. 싫, 싫어, 싫어.

침대 위에서, 무릎을 세운 데 얼굴을 묻고 쭈그려 앉았다. 잠을 자면서 굳은 몸이 삐걱대는 것 같았다.

울부짖으며 호소할 걸 그랬다고 계속 후회하고 있다. 가지 말라고. 곁에 있어달라고. 그렇게 말하면, 아피아는 반드시 그 소원을 들어줬을 것이다.

하지만 아피아의 첫 번째는 이제 자신이 아니라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붙잡을 수 없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세피아는 매달리기라도 하듯이 입 속으로 그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어떻게든 될 거야, 어떻게든 될 거야, 분명 어떻게든 될 거야.

아무런 근거도 없는데 그렇게 바랄 수밖에 없었다.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세피아는 간신히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비척비척 다가갔다. 창을 열자 아침 햇빛이 온 방안을 가득 메웠다. 호수는 잔잔하게 물결이 일고, 물고기의 비늘인지, 호수 곳곳에서 이따금씩 빛이 반짝였다가 가라앉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 전조라곤 없는 당연한 경치가 세피아 앞에 있었다.

다만, 오늘은 중요한 날이다.

세피아는 다시 그 말을 되뇌며 바깥 공기를 가슴 가득히 들이마셔 보았다. 조금이지만 마음이 편해졌다. 멈춰 서기보다는 움직여야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때마침 문이 두드려지고, 들어가도 되겠는지 묻는 시종의 소리가 들렸다. 대답해서 그들을 들이고, 준비를 시작하기로 했다. 괜찮아. 분명 괜찮아.

왜냐면 세상은, 이렇게나 좋은 날씨니까.

 

7-3

  세피아 전하.”

그 인물은 이쪽의 모습을 알아보자마자 일어나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러고는 다시 들어 올리려 하지 않아, 세피아가 난처하게 말을 건넸다.

  저기, 고개를 들어주세요.”

  다시 불려온 이상, 어떠한 처벌도 삼가 받겠습니다. 그럴 각오는 계속 해왔습니다.”

  이번에 부른 건 그런 게 아니라. 우선, 고개를 들어주세요.”

그는 거듭된 요청에 겨우 세피아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헝클어진 부분부터 풀려버린 듯싶은 검은 머리 한 가닥이 뺨에 걸려있었다. 사라리나트의 안색은 나빴다. 아마 여기까지 불려오는 내내 최악의 상상들에 시달린 것 같았다. 그런 것을 위한 소집이 아니라고 사전에 전했을 텐데,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것이 분명했다. 지금 여기서 그런 게 아니라고 운을 떼도 그 의심을 떨쳐버릴 수는 없을 터였다.

  같이 와 주시겠어요? 그쪽에서 드릴 얘기가 있어요.”

그래서 일단은 사라리나트를 오늘의 무대로 데려가기로 했다. 순순히 지시에 따르는 그를 데리고, 세피아는 회랑을 걷기 시작했다. 탑으로 향하는 길은 밀담을 위해 사람을 치워뒀으므로, 발소리만이 조용히 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과 호위들은 탑의 계단을 올라, 옥상 가까이 있는 그 문 앞에 당도했다.

  여기서 기다려.”

위사들에게는 그렇게 지시해 복도에 세워두고, 세피아가 앞서 열린 문을 지나갔다. 뒤이어 발을 들인 사라리나트가 방 안의 광경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곳은 창문 하나 없는 골방이었다.

빈 틈 없이 짜인 석벽은 한 치의 빛도 스며들지 않았고, 소리 또한 갈 곳을 잃은 것처럼 고스란히 돌아왔다. 압박감을 희석시키려는 것이었는지, 벽의 대부분에는 문양이 선명한 태피스트리가 걸려있었고, 천장에는 하늘이 그려져 있었다.

벽에 늘어선 불빛들은 장식과 함께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을 드러내보였다.

의자는 다섯 개, 걸터앉은 것은 두 사람.

  아버님, 데리고 왔습니다.”

세피아가 한쪽으로 다가가 그렇게 말했다. 테피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내 입구에 서 있던 사라리나트에게 눈길을 줬다.

하지만 사라리나트는 국왕 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방에 있던 또 한 사람에게 들러붙었다.

의자의 등받이에 뒷짐 쥔 자세로 구속된 그 인물 역시, 입구의 사라리나트를 쳐다봤다. 당혹감과 긴장이 주위에 가득했다.

디디스와 사라리나트는 어느 누구도 입을 열려고 하지 않은 채, 무언으로 서로의 의문을 부딪치는 듯했다.

  거기 앉아주세요.”

세피아가 디디스의 옆자리를 가리키고 나서야, 사라리나트는 겨우 움직여 그쪽에 앉았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거의 넋이 나간 것처럼 바닥에 눈을 떨어트린 채였다.

세피아 역시 아버지 옆에 마련된 자리에 앉자, 남은 의자는 단 하나였다. 그리고 여기 있는 모두가 그 의자에 누가 앉게 될지를 알았다.

곧 문이 열려, 모두가 거기서 그의 모습을 보았다.

위사에게 양팔을 구속당한 채로도 당당한 태도를 잃지 않으려는, 왕의 형 나티아=파다=트리프라트의 모습을.

 

7-4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닫혔다. 나티아를 데려온 위사들이 그를 의자에 묶고는 복도로 물러났다.

방 안에는 다섯 사람만이 남았다. 각자가 서로의 동태를 살피면서, 그들은 그냥 앉아있었다.

이내 더욱 무거운 소리를 내며, 문이 완전히 닫혔다.

  이건 무슨 짓인가.”

그 순간 입을 연 것은 나티아였다. 그는 자신의 아들을 쳐다보며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과연, 최후의 자비인가? ……아니라면 보복인가, 테피아.”

  형님.”

  참회 따위 할 생각 없어. 지금도 스스로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 올바름을 의심하지도 않아.”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 형님.”

그러나 테피아의 호소는 단박에 일축됐다.

  미친 인간과 멀쩡히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만. 네 광기에 이 나라를 끌어들일 생각을 저버리지 않았느냐, 동생아.”

  어째서 그렇게 고집을 부려. 우리는 일찍이 함께 살았어. 그때로 돌아가는 것뿐이고, 그것은 이제 꿈같은 이야기가 아냐.”

  그리고 다시 놈들 좋을 대로 써먹히는 시대가 오는가.”

  그런 일은 반복되지 않아.”

  ……변함없이, 초조해하고 있어. 너는.”

몇 번이나 거듭된, 그리고 결코 물러서지 않았던 대화였다. 지금도 서로 물러서지 않고 각자의 주장을 펼칠 따름이다.

  성급한 방식으로는 나라를 혼란에 빠트릴 뿐이다. 그렇게 설득해도 너는 들으려고 하지를 않는구나. ……알고 있다. 너는 그때부터 홀려버린 거야.”

거기서 나티아는 문득 동생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긴장한 채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조카에게로 눈길을 보냈다. 정면으로 응시하자, 세피아는 불편한 듯 멈칫했다.

  세피아. 너희가 옆 나라로 도망갔을 땐 어떻게 했나. 벽을 위에서 넘었나?”

갑자기 건네진 물음에 세피아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아뇨. 벽의 구멍이라고 해야 하나, 금 같은 곳이 있어서, 그걸 빠져나갔어요.”

  그건 테피아에게 배운 거겠지.”

  .”

속일 필요는 없어 보였다.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세피아를 두고, 나티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역시 그렇군. 그것은 내가 찾아낸 것이다. 네 나이쯤 됐을 때였지.”

갑작스런 고백에 세피아는 아버지와 백부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그 말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나티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 무렵에는 약간의 분란이 있어, 우리는 성에서 멀리 떨어져 숨어 살았다. 나는 그런 상황이 지루했고, 따라다니는 어른들에게도 진절머리가 났어. 호기심도, 장난기도 있었다. 그래서 싫어하는 것들을 끌어들이려고, 건너편을 들여다보려고 했지.”

그러고 보니 옛날에는 그 금이 간 곳 근처에 살았던 적도 있다고, 일찍이 아버지가 말해줬던 것을 세피아는 떠올려냈다.

  우리의 모독적인 시도는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다. 우리들은 벽에 가늘게 난 갈라진 틈을 뚫고. 금단의 땅을 엿봤다.”

거기서 나티아가 문득 말을 끊어, 그 목소리의 메아리만이 천장에서 내려왔다. 그것이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나티아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있었던 것은, 하나하나 설명하기엔 별것 아닌 풍경이었다. 이쪽과 다를 건 아무 것도 없었어. 세피아라면 알 테지.”

질문을 받은 세피아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을 빠져나가도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잔잔한 초원일 뿐, 기이한 것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때 내 가슴을 채운 것은 두려움이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는 안 된다. 내 발은 움츠러들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어. 하지만 내 동생은 달랐다. 그렇지, 테피아?”

다음으로 끼어들게 된 테피아는 수긍하지 않았다. 단지 굳은 표정으로 형을 돌아볼 뿐이었다.

  휘적휘적 나아가려는 동생을, 내가 정신없이 붙잡아 질질 끌고 이쪽으로 돌아왔다. 왜 나아갔느냐고 물어도 꿈같은 대답밖에 돌아오지 않았어. 그거야. 모든 게 이상해져 간 것은.”

고뇌의 빛을 눈동자에 띄운 그는 한숨처럼 모든 것을 말해냈다.

  네가 그때 뭘 봤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이것만은 단언할 수 있어. 네가 꾸는 것은 정신 나간 꿈일 뿐이라고.”

그리고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7-5

협상의 여지는 이미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처음부터 협상은 있을 수 없다. 그들은 형제였지만, 지금은 그보다도 죄인과 단죄자의 관계이기에.

세피아는 끼어들 수 없는 답답함을 억누른 채, 의자에 딱딱하게 앉아있었다.

백부는 분명 분노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되어서까지 서로 이해하자고 생각하는 아버지에게. 이제 와서 이해를 해봤자, 결과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게 아버지의 약점이자 장점이라고, 세피아는 생각했다. 그래서 기다렸다.

아버지가 이야기하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테피아가 완고한 거부의 태도를 굽히지 않는 나티아에게 마침내 말을 건넸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 형님.”

같은 말로 이뤄진 호소를 흘려듣는데도, 테피아는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우리가 지금까지 덮어둔, 숨겨왔던 이야기야. 그러기 위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어.”

주저하며 털어놓는 테피아의 어조는 살짝 떨리며, 번민의 심경이 배 있었다.

  형님을 신용하지 않았던 것은 아냐. 다만, 그 아이를 생각하면, 가능한 한 아는 사람은 적게 두고 싶었어.”

  무슨 소리냐. 누구를 얘기하는 거야.”

그제야 겨우 나티아가 흥미를 가진 듯했다. 거부의 태도를 느슨하게 하며 그렇게 되묻다가, 지금까지의 말에서 대답이 오기도 전에 답을 파악한 것 같았다. 늘어선 이들을 재차 살펴보더니 다시 질문을 거듭한다.

  그러고 보니 어째서 이 자리에 아피아는 없지. 모인 얼굴들을 보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마침내 찾아온 이 순간에, 세피아는 무릎 위에 올려놓은 주먹을 꾹 쥐었다.

  아피아는 지금 호리라에 있어.”

아버지의 목소리는 오히려 담담한 울림이 되어 바닥에 내려앉았다.

  아마 우리는 이제, 살아있는 그 아이를 볼 수 없겠지.”

소음이 그 울림을 끄듯 온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네가!”

느닷없는 격앙이었다.

의자에 묶여 있는 채로 일어서려던 디디스가 넘어졌다. 당황하며 지탱하는 사라리나트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디디스는 테피아를 노려보며 계속해서 외쳤다.

  네가 그 녀석을 그따위로 다루니까 저놈이! 저놈이!”

그의 분개는 이어 사라리나트를 도우려 일어서던 세피아에게 쏟아졌다.

  너도다!”

소스라치게 놀라 서 있는 세피아를 향해 디디스가 외쳤다.

  네가 태어난 뒤부터 그 녀석이 이상해졌어! 웃지 않게 됐다! 너희들이 그렇게 그 녀석을.”

  디디스.”

디디스의 폭주를 멈춘 것은 작은, 그러나 묵직한 호소였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을 들은 디디스가 갑자기 입을 다물고, 그쪽을 쳐다봤다.

  사람이 태어나는 것 자체를 탓해서 무엇이 되겠나.”

나티아가 미간을 꾹 좁히며 악다문 듯싶은 목소리로 디디스를 다그쳤다. 그것은 아들에게라기보다는, 자신을 타이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창백한 얼굴로 얌전해진 아들을 곁눈질하며, 나티아는 동생에게 다음 말을 재촉했다.

  물어보지. 겉모습이나 행동만큼 아피아의 몸이 강하지는 않을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다만.”

그의 표정은 씁쓸했고, 질문은 내뱉어 버리는 듯한 말투였다.

  너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아들을 옆 나라에 제물로써 내놓았다는 말이냐?”

  아니야.”

대답은 한 박자의 틈도 없이 돌아왔다. 그 분노와도 비슷한 강한 어조에, 나티아는 눈썹을 치켜 올렸을 뿐, 거듭 물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동생인 국왕은 이제 그의 눈에도 감춰지지 않을 정도로 온몸을 떨고 있었다.

  아아, 맞다, 형님. 제멋대로인 욕망이야. 왕으로서 실격이라며 표식을 빼앗겨도 불평할 수 없다. 아니, 내세조차 없으리라 단죄 받아도 상관없어.”

테피아는 스스로의 머리를 감싸는 듯한 자세를 취했으나, 말을 멈추지 않았다.

  다만, 알려줘. 그 외에 어떻게 했어야 그 아이를 구할 수 있었을까.”

세피아가 일어나 아버지 뒤에서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방법을 알지 못하는 한,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같은 일을 반복할 것이야.”

왕으로서의 자신, 아버지로서의 자신.

권력 남용이라고 비난받는 것은 처음부터 각오한 바였다. 그런 것으로 멈출 수는 없었다. 망설이는 동안에도 시간은 점점 줄어들기만 했으니까.

 

7-6

바라 마지않던 첫 아이였다.

그날 아침부터 두통이 가라앉지 않아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던 테피아는, 오늘이 드디어 해산의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 전에는 이렇게까지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연결이 서서히 약해지고, 마침내 뚝 끊어지는 감각이 오고,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런 생각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메이가 그토록 침울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이제 사양이었다. 그녀는 온순하기 때문에 주변의 강한 감정에 어지러워지기 십상이고, 몸이 마음에 이끌리는 성질이었다. 전에도 몸에 별 영향이 없는 시기가 되었다는데도, 한 달을 앓으며 밖에 나가지 못했다. 여기까지 와서 '만약에' 같은 일이 있다면. 최악의 상상이 머리를 스쳤다.

시종장을 불러 드디어 오늘이라는 것을 말하고, 메이 곁으로 데려다주도록 부탁했다. 시종들도 이제 거의라는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으므로, 그 요청은 곧바로 이뤄졌다. 아내 역시 자신을 기다렸는지, 이쪽의 얼굴을 알아보자마자 안도하는 기색을 보였다. 가능한 한 옆에 붙어 있으려 했지만, 공무도 있고 특히 최근 들어 그러는 게 여의치 않았다. 필시 불안했을 것이다.

기대되는 것은 무사한 탄생만이 아니었다. 후계자, 즉 선정인 보유자가 태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그녀를 더욱 몰아붙이고 있었다. 아버지에게도 출산의 연결이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아이를 품고 있는 것은 어머니다. 게다가 국왕에게 직접 항의하기보다는, 왕배에게 넌지시 소망을 들이미는 사람이 훨씬 많을 터였다. 결코 그런 사실을 털어놓지는 않아도, 그녀의 피로가 상당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도 오늘로 마무리다. 태어나면 태어난 대로 다른 생각들이 들러붙겠지만, 지금보다는 마음 편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어서 아이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그 생각이 너무 안일한 것이었다고 곧 깨닫게 될 줄은, 당시의 저로서는 상상조차 못했다.

처음 겪은 출산 때,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듯했던 감각을 가장 잘 기억한다. 메이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간신히 끝났을 무렵에는, 기력도 끈기도 바닥나 있었다. 그래도 시종들의 기뻐하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폐하, 자제분께서 표식을 받으셨습니다!”

그런 통지를 받았을 때는 정말이지 안심이 됐다. 형의 얼굴이 마음 한 켠을 스치고 지나갔다. 장자가 후계자라면 저희 같은 불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메이에게 쏟아지던 중압들도 훌륭하게 역할을 해냈으니 덜어질 것이었다.

모두가 바라던, 축복을 받은 아이.

다음 옥좌를 계승할, 신에게 선택된 아이.

너무 이상적인 전개였던 탓일까. 테피아가 문득 근거 없는 불안을 느낀 순간, 시종 한 사람이 작게 소리를 질렀다.

  어라, 뭔가 들고……?”

, 하고 바닥에서 난 소리가, 그 일그러짐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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