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대삼림 한구석의 작은 마을에서 순례를 나선 소녀, 뮤아. 그녀는 각자의 사정을 안고 있는 소년 4명을 만나, 얼결에 함께 남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벽으로 분단된 세계를 지탱하는 진실은 무엇인가.
이세계·그라드네라를 무대로 한 이야기. 제법 길어질 예정. 아니나 다를까 갱신 정지 중."

*임의로 의역한 데가 많고 일부분 번역기를 사용해 오역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23-1

뮤아는 문득 멈춰 섰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지, 돌아서서 나무들 사이를 들여다봤다.

하지만 그 순간 팔이 당겨져 몸이 무너질 뻔했다.

  “멋대로 멈추지 마라.”

아주 냉담하게, 끌고 가던 제난이 뮤아에게 명령했다. 그는 반강제로 뮤아를 앞으로 밀었다.

  “봐라, 다 왔어.”

그 말대로, 바로 앞에 건물의 벽이 보였다. 하얀 돌로 만들어진 외벽에는 의장(意匠)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었다. 태양, 사람, 사람으로부터 뻗어난 그림자. 성서의 한 구절, 사람이 그림자-악을 짊어지게 된 장면이었다. 다른 의장을 보기도 전에, 도로 끌려갔다.

  “빨리 걸어.”

  “그렇게 끌고 다니지 않아도 갈 거야.”

아무렇게나 다뤄진 바람에 뮤아는 기어코 말대꾸를 했다. 그러자 뮤아의 귀에 이 낮은 속삭임이 흘러들어왔다.

  “알고 있겠지. 내가 널 살려둘 이유가 얼마 없다는 것쯤은.”

비웃는 듯한 어조였다.

  “앞으로 어떤 대접을 받을지는 네 태도에 달렸다.”

제난은 다시 입을 다문 뮤아를 재촉해 앞으로 가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솔길은 건물 입구로 들어섰고, 일행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지나면 원형의 방이 있었다. 벽에 가늘게 난 틈새와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부터 햇빛이 들어와 안을 비췄다. 밖으로 나가는 문 말고는, 다른 방에 이어지는 것 같은 두 개의 문이 정면으로 열린 채였다.

  “여기서 대기해.”

세 사람을 데리고 온 남자는 그들을 제자리에 남기고, 그 방들 중 한 곳으로 사라졌다. 즉 그 방에 세피아의 백부와 부모가 있다는 것이다. 생각에 잠겨 그 입구를 바라보는 세피아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또 다시 방해받고 말았다.

  “떨어져 있어.”

뒤에서 어깨를 붙들린 채 휙 옆으로 밀렸다. 체술에 능하지 못한 뮤아는 속절없이 머리를 벽에 부딪혀 버렸다.

  “뮤아한테는 손 대지 마!”

그 취급을 두고 볼 수가 없었는지, 세피아가 감싸기라도 하듯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뮤아는 이 나라의 일이랑 전혀 상관없어! 그러니까, 할 거면 나를…!”

  “아, 그렇지. 그건 상관없어.”

아파 웅크리는 뮤아를 뒤에 숨기려 팔을 벌리고 선 세피아를, 제난이 가만히 내려다봤다.

  “신스=톨라는 저쪽 유력 귀족 집안이고, 타이카=솔은 왕의 칙명을 받았고. 그건…, 유감이네. 이름도 기억 안 나. 외워봤자라서.”

그는 담담하게 선고하고, 자신을 노려보는 세피아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너희들은 모으면 뭐라도 되지만, 그 녀석은 예외야. 아무런 배경도, 가치도 없지.”

  “그럼….”

  “그러니 그놈의 역할은 하나뿐이다.”

제난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뜻하는 바를 금방 깨달은 세피아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안 돼…, 그건 안 돼!”

  “그럼 왕자님, 처음부터 데려오지 말았어야지. 알았어?”

제난이 세피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몹시 다정하게 달래는 어조로 말했다.

 

23-2

그것은 기습이었다.

위력은 없는 거나 매한가지였지만, 윗도리가 제대로 얼굴에 내동댕이쳐졌다. 제난은 시야를 가리는 그 옷을 떼어낸 뒤, 눈앞에서 분개하는 소녀를 발견했다.

  “아, 이젠 한계야!”

우뚝 버티고 선 뮤아가 제난을 쏘아봤다.

  “참을 수 없으니까 말하는 거지만, 정말이지 계속 화가 나서 어쩔 수 없었다고!”

세피아가 황급히 뮤아의 옷자락을 당기며 말렸지만, 뮤아는 그치지 않았다. 물론 제난이 여기에 화답하지 않을 리도 없었다.

  “배짱이 좋구나, 너. 그래도 머리는 나쁘고.”

그는 한 발 앞으로 다가와 목소리를 낮췄다.

  “머리는 확실히 좋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너한테 바보 취급당할 이유는 없어.”

그러자 뮤아도 쓱 앞으로 나서 시선을 던졌다. 그 시선이 담담한 것을 본 세피아는 말리는 것을 그만뒀다. 왠지 쓸데없는 짓이란 느낌이 들어서였다.

  “이해하고 있다면 나한테 그렇게 굴지는 않지? 원한다면 이해시켜주지.”

  “아픈 건 싫고, 죽고 싶지도 않거든.”

뮤아는 제난이 꽉 붙잡은 어깨는 보지도 않고 단언했다.

  “그렇지만 어째서 내가 너한테 겁을 내야 하는데? 울면서 목숨을 구걸할 리가 없잖아. 바보 아냐.”

그것도 그러네, 세피아는 납득했다. 시드가 힘을 휘둘렀을 때도, 도적에게 습격당했을 때도, 대삼림이나 리탄트에 발을 딛었을 때도, 뮤아는 언제나 당황하거나 화내고 어이없어했지만, 결코 무서워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뮤아의 말이 허세 같은 게 아니라는 건 제난에게도 전해졌는지, 그는 순간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너야말로 전혀 이해 못하는 것 같으니까 말해주겠는데.”

뮤아가 말을 계속했다.

  “이건 내 여행이고, 다른 애들이 멋대로 따라온 거야. 상관없다든가 가치라든가, 쫑알쫑알 시끄러워. 내버려두고 좀….”

그 순간 뮤아의 뺨에 큰 소리가 났다. 입을 다물게 하려던 시도였겠지만, 역효과였다.

  “싫다고 했잖아!”

틈도 주지 않고,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뮤아가 반격하기 위해 내지른 주먹이 제난의 이마에 닿아 있었다. 전혀 아프지 않은 공격이지만, 제난에게는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반격당한 자체가 문제였다. 이번에는 힘 조절이 되지 않은 손바닥을 날린다. 그마저 버텨낸 뮤아는 덕분에 잠시 멍해진 것 같았는데, 곧 꺾이지 않은 눈동자로 제난을 쳐다봤다. 다시 얼굴을 향해 달려드는 주먹을 제난이 붙잡아 그대로 비틀어버리려는 순간, 안으로 들어갔던 남자가 돌아왔다.

  “…뭘 하고 있어.”

미심쩍다는 시선을 받은 제난이 뮤아를 놓아줬다. 뮤아는 더 이상 덤벼드는 짓은 하지 않고, 세피아에게 다가가 그 어깨를 감싸 안았다.

  “날뛰었나?”

  “별 것 아냐.”

추긍을 받은 제난이 콧방귀를 뀌며,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됐어. 안으로 가라. 부르신다.”

하지만 짧게 전해진 명령에 세피아를 집어 들려던 그는 다시금 뮤아와 대치해야 했다. 치워버리려고 해도, 이번에는 더욱 강한 저항이다.

  “뭐야. 그냥 데려가면 되잖아.”

  “아니, 이 녀석은 여기 두고 간다.”

  “모두 데려오라는 분부다. 네가 판단하지 마.”

그렇게까지 단언을 받으면 물러설 수밖에 없다. 제난을 제외한 둘은 그 명령을 거부하는 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아는지, 재촉에 따라 안방으로 이동했다.

뒤에서 감시하듯 따라가는 제난은 자신의 판단이 틀린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23-3

거의 강도나 다름없는 기세로, 양손을 쓸 수 없는 데도 불구하고 시드는 문제없이 창틀을 걷어차 안으로 돌입했다. 원래부터 머릿수가 많지 않은 위사들이 대부분 탈환에 나섰기 때문에, 정작 수비는 허술했다. 게다가 탈환하러 나서서도 돌진해오는 시드에게는 대응하지 못했다. 거기다, 탑에 들어올 목적이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하고, 성으로 이동하는 것만을 경계하고 있었다.

덕분에, 안에서 시드에게 달려든 것은 두 명 정도였다.

  “네놈, 인질을 잡다니 비겁하다!”

  “안 잡았어.”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든, 부상을 입혔다간 난처해질 사람을 품에 안고 있다면 섣불리 손댈 수가 없다. 위사들은 기세등등한 시드에게 단박에 걷어차였다.

  “근데 그게 어디야.”

  “지하. 그, 디디스가 나왔던 곳.”

  “저긴가.”

그럼 아래로 들어갈 걸 그랬네, 투덜대며 다시 지하로 갔더니, 사라리나트와 닛카가 보물창고 앞에서 대기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움직이지 않아줬으면 좋겠어요. 저희, 시드가 아니라서 고생했다고요.”

다행히도 경비들이 시드에게 정신이 팔린 틈을 타 몸을 숨길 수 있었던 덕분에, 그대로 뒤를 돌아 망가진 문을 통해 침입해왔던 것이다.

  “너희는 밖에서 기다려도 되잖아.”

  “그럼 뛰쳐나가기 전에 말하고 가요.”

  “그러겠냐.”

닛카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더 말하지 않았다. 여기서 구구절절하게 설교할 겨를이 없는 탓이었다. 탑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위사들도 진입해올 터였다.

  “사라리나트.”

아피아 역시 어두운 얼굴을 한 사라리나트에게 말을 건넸다.

  “디디스는 옥상에 있을 거야. 가줬으면 하는데.”

일련의 사건을 목격했던 디디스가 아직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 아마 시드와 아피아가 둘 다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 소동을 눈치 채서 내려오기라도 하면 귀찮아진다.

사라리나트는 망설였지만, 아피아가 눈짓으로 재촉하자 결심한 듯 계단으로 향했다.

  “같이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좋겠다는 거죠?”

자칫했다간 배신자 취급을 받아, 필요 이상으로 책망 받을 수 있다.

뒷모습을 바라보며 묻는 닛카에게 아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게다가 사라리나트에게 보물창고를 여는 법은 보여줄 수 없는 거고.”

  “저희는 상관없고요?”

  “뭐, 봤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아피아의 말뜻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보물창고의 첫 번째 문을 지나면 좁은 방이 있는데, 또 하나의 문이 닫혀 있었다. 열쇠 구멍도, 손잡이도 없는 그 두 번째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아피아는 시드에게 자신을 그 문에 가까이 해달라고 부탁한 뒤 이마를 가져다댔다. 그 순간, 문 전체가 희미하게 빛나더니, 곧장 위로 미끄러졌다.

  “그 표식이?”

  “어차피 안에 있는 것들도 표식 없이는 의미가 없는 것들이라.”

열린 문을 올려다보거나, 반쯤 벌어진 입구를 통해 안을 들여다보거나, 흥미진진하게 구조를 조사하던 닛카는 안에 들어섰을 때,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아피아를 쳐다봤다.

  “저기, 괜한 의심일지도 모르지만 혹시 이거….”

  “닛카, 말하지 말아줘.”

닛카의 질문을 아피아가 딱 잘랐다.

  “아마 어렴풋이 눈치 챘을 거야. 하지만 이건 계속되는 일이니까….”

  “알겠습니다.”

닛카는 어깨를 으쓱하면서도 물러났다.

  “근데 뭐 가져가는 거야?”

반면, 이 상황을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시드는 쾌활하게 물었다.

 

23-4

깨끗하지만 허전하고 어두운 방이었다. 창문은 없고, 앞방과 같이 좁은 틈으로 슬쩍 흘러들어오는 햇빛에만 의지해 흐릿한 시야를, 방 한구석에 놓인 각등이 보완하고 있었다. 놓여있는 것은 침대와 약간의 가구. 입구에 다가갈수록 긴장이 격해졌던 세피아는,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자마자 달려들려고 했다.

  “아버님, 어머님!”

하지만 세피아의 뜻대로는 되지 않았다. 그 돌진이 침대 옆에 있던 커다란 그림자에 가로막힌 탓이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 뒤로, 그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서두를 것 없다. 너도 당분간 여기서 지내게 될 테니까.”

그는 세피아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말했다. 아버지를 닮은 용모의, 그러나 아버지와는 달리 단단한 인상을 주는 남성.

  “백부님….”

  “형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고 설렁설렁 잡혀버린단 말이냐. 역시나 너다운 얘기군.”

솔직히 말해서, 세피아는 이 백부가 불편했다.

그 까닭을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노골적인 행동을 취한 적은 없지만 때때로 이런 기색…적의를 부딪치고 있어서였다.

  “풀어줘. 울기라도 하면 시끄러워서 못 견뎌.”

백부의 지시에 호위는 세피아를 풀어줬고, 세피아는 그의 눈치를 보며 다시 침대로 다가갔다. 침대에 있는 건, 몹시 수척해져 있지만, 쭉 보고 싶었던 얼굴이었다. 구속된 데다 일어날 기력도 이미 잃었는지, 그 얼굴은 시선만을 세피아에게로 보냈다.

  “…무사했구나.”

  “네, 아버님.”

  “너에게는 별로 사정을 말하지 않았지. …불안했을 텐데.”

  “괜찮아요. 아피아도 함께 있었으니까.”

그 말에 반응하듯, 갑자기 반대편에서 고함이 들렸다.

  “세피아…. 세피아, 세피아!”

거의 흐느끼는 듯이 이름을 연호하고 있어, 세피아는 허둥지둥 어머니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무릎을 꿇으며 그녀와 눈을 맞췄다.

  “어머님, 세피아는 여기 있어요.”

그녀는 원래 몸과 마음이 강하지 않다. 이런 생활에 지치는 것도 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손을 잡았더니, 미욱한 힘으로 맞잡아온다.

  “아피아는…, 아피아는 어떻게 됐니?”

세피아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그녀가 다시 가냘픈 목소리를 냈다.

  “그 애만은 건드리지 마! 가만히 내버려둬! 부탁, 부탁이니까…, 제발…!”

그녀의 간청을 받아넘기려는 양, 나티아는 입구로 고개를 돌려 거기 서 있는 제난에게 짧게 말을 걸었다.

  “보고하라.”

  “세피아 전하를 포함한 침입자 네 명 확인. 두 명은 이 섬에 있어 한 명은 여기, 한 명은 밖에서 구속을 지시했습니다. 나머지 한 명은 탑에 침입했으므로 디디스님께 맡겼습니다.”

  “결과는 확인하지 않았고.”

  “네. 손은 써뒀습니다만 이쪽의 구속을 서둘렀기 때문에.”

  “그게 이 침입자인가?”

나티아는 뮤아를 흘끗 쳐다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네 명이라면 지금까지의 보고에 등장했던 동행자인가. 정말 아직 아이로군.”

  “그렇습니다만, 이종족입니다.”

  “…그렇구나.”

제난이 뮤아의 날개를 거칠게 잡아 보였고, 나티아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리해. 지금은 한 명이지. 될 수 있는 한 편하게.”

나티아가 제난이 아니라, 안내역을 맡은 위사에게 지시했다. 깜짝 놀라 끼어들려던 세피아는 다시금 호위에게 붙잡히고 말았고, 뮤아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 나티아를 노려보면서도, 체념한 건지 별다른 저항 없이 위사에게 끌려가며 방을 나갔다. 그것을 배웅하던 제난이 감상을 남겼다.

  “탐내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질 나쁜 얘기는 관둬. 불쌍하지만 발견되면 혼란을 초래할 뿐이니. 너는 당장 탑을 확인하러….”

그때였다.

기묘한 목소리가 사방에 들린 것은.

  『이제 보라. 그의 머리 위에 빛나는 신의 표식을. 세상의 통치자를 임명한 증거이니.』

성서의 한 구절, 그리고 어떤 의식 앞에 반드시 언급되는 것.

  “…아피아다.”

입을 막던 손을 겨우 떼어낸 세피아가 중얼거렸다.

 

23-5

  『나의 이름은 아피아=세리크=리탄트=파다. 표식을 받고 태어나, 신으로부터 이 나라의 관을 맡은 자.』

성 안에, 자칫하면 성 아래 도시에까지 닿을지도 모르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나의 아버지, 10대 국왕, 테피아=세리크=리탄트=파다의 죽음에 따라, 양위를 청한다. 인도자, 아네키우스의 이름으로.』

당연히 육성일 리가 없다.

내용도 그렇지만, 그 목소리를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들이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며 귀를 기울였다. 그 중 몇 명은 소리가 나는 곳을 알 수 있었다.

그 모습은 성의 옥상, 가장 넓은 안뜰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었다. 햇빛을 받아 다양한 색을 빛내는 상의를 걸치고, 왕장(王杖)을 품에 얹은 채, 무뚝뚝한 얼굴의 소년에게 안겨 있었다.

발견한 이가 사람들을 불러 모두 안뜰에 모여들었다.

  『이것은 맹약이다. 신과 왕과 백성의 맹약. 잘못되지 않는다, 선정의 백성이여.』

거기까지 단언한 아피아가 왕장으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작게 지친 한숨을 내쉬었다.

계승 의식.

취소할 수 있는 것은 당사자와 선대 국왕, 즉 선정인을 보유한 자들뿐이다.

이로써 백부는 아버지나 세피아를 당장은 죽이지 못하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이 발각된 시점에선, 정식으로 출사표를 던진 자신이 국왕이다. 백부가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은, 아버지의 이름을 들고 자신을 반역자 취급하는 것뿐.

  “괜찮아요?”

아래서 보이지 않게끔 발치에 쭈그려 앉은 닛카가 올려다보며 물었다. 아피아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속삭였다.

  “저쪽이 움직이기 전에 성을 내 편으로 돌려야….”

백부를 고발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망설임이 없지 않았다. 그것은, 동시에 아버지의 계획도 밝힌다는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의 폭로는 나라를 동요하게 만든다. 반발의 크기를 예상할 수 없고, 모반에 대해선 잘 풀리더라도 나라가 어지러워질 공산이 컸다.

안뜰에 모인 자들 중 눈짓을 주고받으며 자리를 벗어나는 이들이 있었다. 백부의 하수인들일 것이다. 망설일 시간은 허락되지 않는다. 아피아는 침을 삼키며 조심스레 다음 말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 저지당하고 말았다.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닛카가 천천히 일어서서, 왕장을 빼앗은 것이다. 아직은 전혀 몸이 움직이지 않아 그저 품에 얹어뒀을 뿐이었던 아피아로서는 막을 수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새 얼굴에 안뜰의 모두가 처음 보인 반응은 당황이었다. 그러나 닛카의 귀를 알아챈 사람들로부터 점차 소란이 일었다. 그들의 의혹을 끝장낸 건, 닛카의 첫 마디였다.

  “저희는 벽 너머의 나라, 호리라에서 보낸 사람들입니다.”

무슨 말을 꺼내려는 거냐며 눈을 크게 뜬 아피아 앞에서, 닛카가 태연하게 고했다.

  “이 성을 덮친 병의 특효약을 전하러 왔습니다. 여러분들이 더 이상 병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음을 보장합니다.”

그리고 반응을 살피려는 듯 아피아에게 얼굴을 돌렸다가, 다시 정면을 돌아봤다.

  “일찍이 일어난 불행한 과오를 이번 기회에 되잡고자 하므로. 다시 함께 아네키우스에게 인도받기 위하여, 여러분의 너그러운 자비를 간청 드립니다.”

말을 마친 그는 왕장을 아피아에게 돌려주고는, 뭔가 물으려는 아피아에게 대답했다.

  “일부러 풍파를 일으킬 필요는 없죠.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는 것과 믿고 싶은 것은 전부 다르니까.”

닛카가 말한 것은 거짓된 희망이다. 듣기 좋은 것만은 확실하지만.

  “게다가 거짓말은 안 했어요. 해석하기에 따라선.”

아피아는 상당한 궤변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확언하는 것을 들은 이상 부정할 수는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저쪽에선 병이라는 핑계를 번복할 수 없다는 거예요.”

아피아의 예시가 있는데 특효약 같은 건 없다고 단정 지을 근거는 희박하다.

선수는 쳤다.

상대의 반응을 기다릴 차례였다.

 

23-6

그리고, 나티아는 닛카의 선언을 듣자마자 제난에게 작은 병을 던지며 명령을 내렸다.

  “테피아를 죽여라.”

  “독입니까?”

  “당연하지.”

주저 없는 그 결단을 받아들인 제난이 침대로 다가갔다. 막기 위해 날뛰는 세피아를 누르며, 호위가 나티아에게 물었다.

  “괜찮으신가요?”

  “어차피 올 순간이었어.”

  “‘지금’이어도 괜찮은지 여쭙고 있습니다.”

  “…놈들은 자기들이 말한 특효약의 정체를 실증해야만 한다.”

말릴 권한도, 근거도 없는 호위는 시원스레 물러났다. 그 덕분에 느슨해진 손으로부터, 세피아는 조금이나마 입을 떼어낼 수 있었다.

  “백부님, 어째서 그렇게까지!”

  “어째서? 이쪽이야말로 묻고 싶군.”

나티아가 세피아에게 냉담한 시선을 보냈다.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어째서 이놈은 그걸 말하지 않는 거냐. 무엇 하나 물러서지도 않고 설득은 흘려듣는다.”

그는 세피아를 등지고 침대로 다가가, 누워있는 동생에게 말을 건넸다.

  “잘못된 꿈이지. 정신 나간 꿈이야. 너는 오래 전부터 몽상가에 지나지 않았어.”

테피아가 말없이 형을 올려다보고,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형제임이 분명한 두 사람의 시선이 얽혔다. 잠시 동안의 침묵.

  “그때의 일이 발단이라면, 나는 이 녀석을 말릴 의무가 있어.”

침묵을 깬 나티아가 드디어 작별의 말을 고했다.

  “안녕히, 동생아. 억울하다면 산에서 나를 기다리도록.”

그에 화답하듯, 제난이 테피아의 턱을 잡아 벌렸다. 그의 손끝에는 독이 있었다.

  “뱉지는 않겠지.”

  “염려 마십시오. 안에서 부술 겁니다.”

손이 입에 집어넣어지려는 그때, 갑자기 복도에서 당황한 것 같은 커다란 발소리가 들려왔다. 망을 보던 위사가 문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실례합니다만 도망치십시오…. 목소리에 정신이 팔려있었더니 천장에…!”

그 순간 천장에서 갑자기 먼지며 널조각 따위가 후드득 쏟아지고, 햇빛이 비쳤다.

  “세피아, 잡아!”

동시에 들린 목소리를 세피아는 의심 없이 따랐다. 주인을 보호해야 할지 주저하는 호위의 팔을 뿌리치고,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달려가 뻗어진 손에 매달렸다. 가느다랗고 약한 힘이지만, 든든한 감각이 느껴졌다.

여기도 천장에 구멍이 나 있었다. 그곳을 막고 있던 판자를, 뮤아가 위에서부터 뚫고 내려왔던 것이다.

파란 하늘을 보며 세피아는 깨달았다.

이 건물은 분명, 전부 기도하는 공간이었다고.

떠오르는 감각. 자신이 이 자리에서 도망칠 수 있다면, 아버지를 죽이는 것은 더욱 아슬아슬한 도박이다. 백부는 자포자기해 멋대로 구는 일은 없으므로, 아마 단념할 것이다.

하지만 구멍을 통해 빠져나가려는데 뮤아의 비명이 들리고, 덜컥 위태로운 흔들림이 덮쳐왔다. 세피아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기도 전에 밝은 곳으로 내던져졌다. 데굴데굴 굴러간 뒤에야 서둘러 일어난 세피아는 그곳이 지붕이라는 것과 동시에, 어째서 뮤아가 자신을 놓쳤는지 알게 됐다.

뮤아의 발목을 제난이 잡고 있었다.

 

23-7

구멍 밖으로 나갈 수는 있다.

하지만 잡혔다.

세피아와 함께 나는 것조차 어려운데, 성인 남성을 매달고 제대로 뜰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일을 질질 끌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쪽이 지는 순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간신히 지붕 위로 올라오자마자 세피아를 놓으며 뮤아는 깨달았다. 여기서 제난도 지붕에 뛰어내리게 되면 세피아가 위험해진다. 다른 수단은 생각나지 않았다.

높이.

  “……윽!”

뛰어내릴 수 없을 만큼 높이.

소리가 되지 않는 기합을 지르며 뮤아는 위로 올라갔다.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부담 때문에, 등에서 꺼림칙한 소리가 나는 것만 같았다. 바람이 귓전을 때렸다. 눈앞은 어질어질해져, 자신이 있는 장소를 파악할 수조차 없었다.

불쾌한 잡음이 발밑에서 연달아 올라왔다. 그건…, 아마도, 웃음.

  “봐라, 벽이다!”

그 소리의 의미를 인지한 순간, 갑자기 몸이 편해졌다. 큰 웃음에 이끌린 뮤아가 시선을 멀리 던졌다.

아, 확실히 벽이다. 몽롱한 머리가 뮤아에게 알려줬다.

아름다운 초록빛으로 물든 초원이 바람에 휘날리며 파문을 일으켰다. 흩어진 초목들이 엉기며 더욱 짙은 녹색의 파문을 만들어냈다. 그 안에 선이 있었다. 갈색 선. 남북으로 뻗은 선. 일찍이 사람이 만들어 낸 선. 세계를 가르는, 그 선.

  “어떠냐, 이종족. 저걸 부수겠다는 거냐. 세상이 어지러워진다. 평온은 사라지겠지. 그러고 나면 뭘 부술 건가? 한 번 부수고 나면, 다음에도 또 부수고 싶어진다. 세상이 끝없이 망가진다. 너도 그런 것을 바라나?”

한마디, 한마디가 들려올 때마다 다리에 쥐가 난다. 무리한 탓인지 식은땀이 뺨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그럼, 너는 무엇을 원해?”

잘 생각해낸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질 뿐인 질문이었다. 대답은 즉각 돌아왔다.

  “아무 것도.”

  “아무 것도?”

  “그렇지 않고서야 벽을 넘으라는 명령을 듣지는 않아.”

  “지금도,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데 이런 짓에 가담하고?”

  “그것은 계속 있어야만 해.”

갑자기 대답하는 목소리가 차분해진다.

  “그뿐이다.”

뮤아는 그제야 밑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 있는 것은 아찔할 정도의 높이와, 자신을 올려다보는 얼굴. 눈이 마주친 순간, 뮤아는 그를 지배하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고한다.

  “당신의 두려움을 나한테 떠넘기지 마.”

돌아온 것은 메마른 웃음소리뿐이었다. 그것을 흩트리려는 듯이, 남쪽에서 불어온 강한 바람이 뮤아를 스쳤다.

  “…슬슬 한계인가.”

그 말을 들어 주의를 기울여봤더니, 확실히 발목을 잡는 힘이 줄어들고 있었다. 한 손으로 가죽 장화를 붙잡는 짓을, 아직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대단했다.

  “이런, 어째서 넌 안 떨어져. 저승길에 동무 삼아줄까 했더니. 유우족이 이만큼 버틸 수 있다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뮤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제난이 다시 물었다.

  “너, 내가 알아서 떨어지길 기대하나?”

  “나는 그걸 면죄부 삼지 않을 거야.”

높이 올라가자고 결정한 순간, 이렇게 될 것을 예상…, 아니, 기대하고는 있었다. 그래봤자 한순간의 승부를 기대했지, 이런 식으로 장황하게 얘기할 생각은 아니었겠지만.

코웃음을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당연하지.”

무게가 갑자기 사라졌다. 아래를 보거나 확인하지는 않았다.

풀려난 왼발이 무척 아팠다. 아마 뼈가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상태인데도 자신은 안정적으로 떠 있었다.

뮤아는 말을 건넸다.

  “…당신은, 누구?”

얼굴은 앞을 향한 채, 등 뒤의 기척을 향해.

  “나 혼자서 이렇게 높이, 이렇게 오래 있을 리가 없어. 당신은 누구야?”

답은 얻지 못했다.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저 바람만이 다시 스치고 간다.

뮤아는 푸르고 맑은 하늘의 중심에서 빛나는 하얀 태양을 올려다보며, 작게 숨을 내쉬었다.

 

23-8

굴러온 작은 병이 발치에 맞아 데굴데굴 소리를 내며 멈췄다. 무심결에 집어든 세피아는 그제야 그것이 무슨 병인지 알아차렸다.

뮤아는 붙잡을 틈도 없이 파죽지세로 나무 위로 사라졌다. 걱정은 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병은 틀림없이 제난의 품에서 흘러내린 것이었다.

조금 전의 대화를 떠올린 세피아는 부모님이 무사할까 염려하며 빠져나왔던 구멍으로 다가갔다. 일단은 모습을 확인해두고, 어떻게든 도망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떠올려낸 여러 계획들은 구멍의 가장자리에 선 순간 모조리 날아갔다. 살며시 들여다본 순간, 위를 올려다보던 나티아와 시선이 마주친 탓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발이 땅을 박찼다.

온몸을 뒤흔드는 충격과, 분명한 반향이 연달아 왔다. 뿌연 먼지가 햇빛에 날리며 아른거리는 가운데, 정신을 차려보니 세피아는 나티아를 밀어 넘어트리고, 그 위에 올라타 비어있는 손으로 멱살을 잡고 있었다.

자신이 분노하고 있는지, 슬퍼하고 있는지, 아니면 무척 냉담해졌는지, 세피아는 분간이 되지 않았다. 백부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이 있을 텐데도, 아무리 해도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당황한 듯싶은 호위가 검을 뽑아들었다가 다시 집어넣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베어버릴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다가오지 마!”

당연히 맨손으로 떼어내러 올 것이라고 생각한 세피아는 반사적으로 그렇게 외쳤다.

  “다가….”

하지만 말은 거기서 끊겼다. 자신이 그를 막기 위해 뭘 할 수 있는가.

게다가 실제로 그를 말린 것은 나티아였다. 나티아는 호위를 향해 괜찮다는 듯이 손을 흔들어보였다. 그러고는 다시 눈을 마주치며 단 한 마디를 물었다.

  “죽일 건가.”

그의 시선 덕분에, 세피아는 자신이 그 병을 쥐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병에 든 수단.

그렇다.

지금 이 백부를 죽이면, 모두 끝난다.

…끝나는 거다.

다음 순간, 세피아는 병을 벽으로 내던졌다.

산산조각난 병에서 흩어진 알약들은 바닥 여기저기로 굴러가, 어둠과 먼지 속에 뒤섞인 끝에, 금세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됐다.

  “어째서, 다들 그렇게 쉽게 죽음을 휘두르는 거야.”

절로 새어나온 목소리는 스스로가 보기에도 싫을 정도로 나약했다.

  “죽음은 절대적인 건데. 어떻게 해도, 돌이킬 수 없는 건데.”

누워있는 백부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역시, 그 표식은 너에겐 과분한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왕이 있을 것 같으냐.”

  “맞아, 나는 겁쟁이야. 지금도 무서워서 못 견디겠어.”

솔직한 말들이 마치 눈물을 대신하는 것처럼 쏟아져 나왔다.

  “미움보다 두려움이 큰가.”

  “당신은 어째서 두려워하지 않는지 모르겠어. 어째서 그렇게 가볍게 다룰 수 있는지 모르겠어.”

그는 죽였다. 친한 주치의도, 시종도, 위사도.

방금 전에는 아버지를, 자신의 동생을 죽이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을 죽일 거냐고 묻는다.

  “당신도 똑같아. 아버님이 나쁜 꿈에 홀린 거라면, 당신도 분명 홀린 거야.”

그의 꿈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나는 당신을 죽이지 않아.”

  “너는 네 선택을 올바르다고 생각하느냐?”

  “…나는.”

약간의 망설임을 떨쳐낸 세피아가 대답했다.

  “나는, 옳아.”

딱 잘라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럼 됐다.”

작은 한숨 같은 대답이 백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세피아의 몸을 밀치며 홀가분하게 일어나, 옷의 먼지를 털어내기 시작했다.

바닥에 주저앉아 어리벙벙해하는 세피아는 보지도 않고, 그는 중얼거렸다.

  “결말은 이미 나 있었다. 알려져서는 안 되는 것이었지.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은.”

그러나 그것은 이미 성 안에 알려졌다.

  “알려지면 멈출 수 없게 된다. 늦었어.”

그 순간, 뭔가 부딪치는 듯한 묵직한 소리가 울렸다.

  “성에서 선발대가 왔는가.”

닛카가 성에 닿았다는 것은, 이곳에 대해 알려졌다는 얘기다. 친 국왕파 위사들은 아피아의 지시를 따를 것이다.

  “자, 서로 옳다고 믿은 것의 대가를 치르자.”

그것이 이 사변의 끝을 고하는 말이 되었다.

Posted by Double_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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