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글을 의뢰해주신 분의 드림주가 등장하는, 마토 사쿠라 드림입니다.
*약 2,050자.
아직 아무도 돌아오지 않은 에미야 저택은 쓸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가장 먼저 돌아온 코토미네 호무라가 적막을 깨트리며 실내의 전등을 켜고 안으로 들어서도, 그 분위기는 가시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집 안을 따스한 활기로 채워줄 수 있을 만한 사람들―집주인인 에미야 시로는 아르바이트로 한참은 늦을 테고, 호무라만큼이나 에미야 저택을 제집 드나들듯 하는 마토 사쿠라 역시 부 활동으로 바빠서 해가 완전히 지고 어둑해진 무렵에나 돌아올 터였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 호무라는 궁도부 쪽으로 슬쩍 발길을 돌려 사쿠라의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사쿠라는 복장을 갖춰 입은 채 활시위를 당기며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쿠라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을뿐더러 딱히 다른 이들에게 이목을 끌고 싶지도 않아 먼발치에서 잠시 쳐다보기나 하다 누가 말을 걸기 전에 돌아서려고 했던 호무라는, 공교롭게도 잠깐의 휴식을 위해 활을 내리고 돌아선 사쿠라에게 그대로 들키고 말았다. 사쿠라가 잰걸음으로 안에서 나와 호무라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앗. 호무라, 무슨 일이야?”
“……그냥. 지나가는 길에 들렀을 뿐이야. 오늘은 일찍 끝나진 않을 모양이네.”
“으응. 열심히 해야지. 그래도 너무 늦기 전에 돌아갈 테니 걱정하진 마.”
뺨에서 솟아난 땀방울이 턱선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는데도 사쿠라의 말투에는 제법 단호함이 담긴 채였다. 호무라는 무어라 더 덧붙이지 않고, 단지 “저녁, 차려둘게.”라는 말로 짤막한 대화를 마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 봐, 그렇게 대답한 사쿠라가 다시금 뒤로 돌아서 자신의 활을 챙겨 들었다.
사쿠라의 그런 모습은 호무라에게 다음과 같은 생각거리를 가져다줬다. 뭘 차리는 게 좋을까. 한참 몸을 움직이고 피로가 쌓인 상태로 돌아와 먹는 식사는 흘린 땀을 보충할 만큼 짭짤하면서도, 먹는 것이 느껴지지 않도록 어느 정도 가벼울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채식 위주의 메뉴로 구성하는 것이 좋겠지. 남는 시간 동안 거실과 부엌을 청소하고 냉장고를 열어 재료를 확인한 호무라는 어렵지 않게 메뉴를 정한 뒤 시계를, 그리고 창밖을 쳐다봤다. 사쿠라가 돌아오는 때에 맞춰 식사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호무라는 곧 능숙한 손길로 요리를 시작했다. 우선 살짝 데쳐서 간단히 껍질을 벗겨낸 토마토는 버섯이나 두부 따위의 다른 재료와 함께 썰어 미리 준비해 둔 육수에 된장과 함께 끓이고, 가지는 반으로 저며 격자의 칼집을 낸 다음 기름을 두른 팬에 올린 뒤 미소 된장과 설탕을 졸인 양념을 얹고 마저 구워냈다. 그런 다음 식탁 위가 갈색 일색으로 칙칙해지지 않게 녹색이나 흰색의 다른 반찬 한두 개 정도를 곁들이는 것으로 끝이었다. 밥과 반찬, 국을 놓아두고 수저를 챙기는 순간 현관 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호무라는 얼른 현관 쪽으로 나가 돌아온 사쿠라를 맞이했다. 사쿠라가 호무라를 알아보고 밝아진 얼굴로 인삿말을 건넸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 사쿠라.”
이 평범한 인사를 주고받는 순간은 이따금, 호무라에게 섬찟함을 안겨다 주고는 했다. 어딘가 깊숙한 곳에서부터 무언가가 타올라 가슴을 울렁이게 만드는 감각을. 그것은 단순히 스스로 거의 유일하게 마음을 줄 수 있는 상대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자신이 이런 일상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치는 탓도 있었다. 감히 제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아니라는 식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이런 순간을 받아도 마땅한지 고민해버리고는 하는 까닭이었다.
그러나 호무라가 상념에 빠져들기 전에, 사쿠라가 꽃처럼 웃었다. 맛있는 냄새가 나네, 오늘 저녁은 뭐야? 선배는 오늘 많이 늦을 거라고 했으니까 우리끼리만 먹어야겠다. 그런 식으로 다시금 이어지는 일상적인 말들에 호무라는 대답을 돌려주고, 먼저 자리로 돌아가 사쿠라를 기다리고, 마침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사쿠라와 마주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정확히 같은 박자로 흘러나온 말소리에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어버린 것은 덤이었다. 두 사람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주고받았다. 사소하기 그지없는, 무척이나 일상적이고 평화로운 말들을. 두 사람의 주위를 감싼 시간이 온화하게 흘러갔다.
'쓰다 > 커미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미션/FF14] B님 4 (0) | 2023.05.01 |
---|---|
[커미션/FF14] N님 6 (0) | 2023.02.07 |
[커미션/카모카테] B님 3 (0) | 2022.06.27 |
[커미션/카모카테] B님 2 (0) | 2021.08.08 |
[커미션/카모카테] B님 (2) | 2021.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