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1
*임의로 의역한 데가 많고 일부분 번역기를 사용해 오역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8월 27일(수요일) 흐림 뒤 비.
기자가 우리 이야기를 쓸까? 우리는 받아들여질까?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분명 아니겠지.
우리는……, 나는 혼자다.”
***
낮이 다가왔는데도 하늘은 누리끼리한 장막에 덮여 있었다. 니나의 손을 잡고 현관에서 나서던 나는 그 하늘을 보고 멈춰 섰다.
“어머, 어디 가는 거니? 오늘은 오후부터 비가 온대.”
그러자 근처에서 말이 걸려오는 바람에 나는 흠칫 떨었다. 돌아봤더니 옆집 아주머니가 불쑥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빗자루를 손에 쥔 채였는데, 이 만남은 과연 우연일까? 감시당하는 중일지도 몰랐다.
“산은 가지 마렴, 산은.”
내 경계를 눈치 챈 건지, 아주머니가 찡그린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도망칠 수 없었던 나는 귀를 기울였다가, 그 결과로, 내용에 크게 놀라고 말았다.
“왜, 그 기자 있잖니. 덧니 난 사람. 그 사람, 아침에 산에서 쓰러져 있었대.”
그 말을 들은 나는, 엉겁결에 요스케를 떠올렸다. 이렇게 말하기는 미안하지만, 끈질기게 시비를 걸어오거나 하면 저지를지도 모르는 일이다.
“부상이 심한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닌 것 같아. 나도 정말 뒤숭숭한 이야기네―, 생각했지만.”
아주머니는 내 반응에 들떠 실컷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왠지는 몰라도 말이지, 탈수 증상으로 입원이랬어. 대체 뭘 한 건지 짐작도 안 가는 거 있지. 뭔가 화장실이라든가, 그, 굉장한 분뇨였다던가. 마침 밭으로 향하는 길목이었던 덕분에 아침에 그 할아버지한테 발견된 것 같던데, 방치됐었다면 좀 힘들었을지도.”
“왜 그 지경까지 산에 있었을까요? 상처 같은 건 없었죠?”
“그래그래. 그게 이상한 거야. 묶여있었거나 한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 발자국도 쓰러져 있던 부근에만 잔뜩 나 있어서, 발견한 할아버지는 여우한테 홀려서 빙빙 헤맨 게 아니겠냐고 그러시더라. 그런데 요즘 세상에 여우라니.”
아주머니의 말에, 요스케의 소행일 거라던 내 생각은 삽시간에 사라졌다. 요스케는 그런 짓은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이 되는 건 아니었다. 그런 걸 할 수 있는 건, 오직 한 사람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얼른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2층으로 달려가 몰래 창문을 내다보자, 아주머니는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기가 막힌 듯 잠시 뭐라고 중얼대더니,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함정일지도 모른다. 설마 소타로가 그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나를 거짓말로 선동해서 소타로에게 보내놓고, 뭔가 저지를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확인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나는 1층으로 돌아가 전화를 잡았다. 다이얼을 돌리는 것조차 답답했고, 거실에서 흘러나오는 텔레비전 소리는 마치 공격을 퍼붓는 것처럼 들려서 견딜 수 없었다. 세 번의 신호 끝에 전화가 연결됐다. 수화기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소타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하나자키입니다.”
“소 군, 그 기자 말인데…….”
거실에 들리지 않도록, 내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그러자 한 박자 늦은 대답이 들렸다.
“……아뇨, 아닙니다. 저희 옥상이 아녜요. 네, 오셔도 곤란합니다.”
순간, 소타로가 이상해져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반복해대는 부분에서 겨우 짚이는 데가 있었다.
“그러니까, 저희, 옥상이 아녜요.”
“앗,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통화는 간단히 끊겼다.
“가자.”
수화기를 내려놓은 나는 다시 니나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이번엔 옆집 아줌마도 밖에 나와 있지 않았다.
습도 높은 공기가 녹은 물처럼 거리를 메우며, 달리는 나를 감쌌다. 소타로의 힘과 꼭 닮아있는 감각. 이런 벽으로 사방을 막아둔다면, 그리고 그 벽이 넘을 수 없는 높이였다면,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아무도 오지 않는 깊은 산중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란 어떤 걸까. 하지만 그 사람은 분명 마왕의 앞잡이였을 거라며 나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소타로는 분명 생각이 있다.
소타로가 사는 맨션은 5층 건물이다. 계단을 뛰어 올라가, 꼭대기 층에서 주위를 살폈다. 날씨 탓인지 인기척도 없어서, 나는 거리낌 없이 난간 위를 뛰어넘으며 옥상 쪽으로 손을 뻗을 수 있었다. 이때 처음으로 내 몸을 내 능력으로 들어 올렸는데, 어떻게든 균형을 잃지 않고 옥상에 둘러진 펜스를 잡을 수 있어서 안심했다. 그렇게 곧장 몸을 당기며 펜스를 넘어간 다음, 능력을 해제했다.
거기엔 벌써 소타로가 와 있었다. 흰색 긴소매 파카를 걸친 채, 반대편 펜스에 기대서 나를 보고 있었다. 왠지 나는 소타로에게 다가가는 게 겁이 났다. 그에게 딱히 화난 기색은 보이지 않고, 표정 역시 평온한데도. 니나는 내 등에 매달려서 떨어지지 않았다.
“저번엔 미아……”
“기자라고 했는데.”
내가 사과하는 것을 가로막으며, 소타로가 말을 꺼냈다.
“벌써 소문이 도는구나.”
“응. 그래도 소 군과는…….”
“아, 나야.”
시원스레 인정해버리는 소타로를 나는 멍하니 쳐다봤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역시 자기가 한 게 아니라고 말해줬으면 했다. 그런 짓은, 다른 사람에게 힘을 쓰는 짓은……배신이다.
재작년 여름의 약속. 우리는 이 힘을 비밀에 부친다. 우리는 이 힘으로 누구도 해치지 않는다. 이 두 가지를 지키고, 동료를 배신하지 않는다. 우리 다섯 명은 그 다리 아래서 맹세했다.
“왜 그런 얼굴이야? 히로키라면 알잖아. 그놈은 제일 성가신 부하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야 했어.”
“죽일 생각이었단 거구나.”
“그럴 리가. 죽일 생각이었으면 더 으슥한 데서 할 거야. 애초에 저녁쯤엔 풀어줄 생각이었고.”
소타로는 너무나도 예상 밖의 모습이다.
갑자기 바람이 거세지고, 그 바람을 막을 것 없는 옥상에서는 곧장 그 위력을 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소타로의 얇은 파카가 펄럭이며 뒤집어지고, 펜스는 덜컹대는 소리를 냈다. 순식간에 구름도 짙어지며 습한 공기가 머리 위에 몰려온다.
“오늘은 안 돼서 목숨을 건졌지, 그놈. 육지에서 질식하면 재밌을 텐데.”
“그 기자한테 힘에 대해 알린 거잖아.”
“일단은 부하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마왕에 대해 설명해봤었어. 뭐, 소용은 없었지만. 요스케랑 같이, 그런 건 없었다니까. 역시 바보짓이었지만. 끈질겨.”
“비밀로 한다던 약속은…….”
“이제 됐잖아. 마왕을 쓰러트리면 이 힘도 인정받아. 겁낼 것 없어.”
마왕을 쓰러트리면 전부 좋아진다.
소타로의 신념에는 흔들림이 없다. 그런 점이 언제나 우리를 이끌어왔고, 그게 소타로의 장점이었다. 나는, 그리고 모두는 분명 소타로의 그런 점을 좋아한다.
“아, 그렇지만 히로키는 알아준다고 해도, 신야는 트집 잡을지도. 이것도 끝까지 비밀로 할까?”
하지만 나는 그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소타로의 거짓말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을 텐데.
“소 군쪽이 더 마왕에게 조종당하는 것 같아.”
“야……잠깐, 히로키.”
나랑 니나는 펜스를 넘었다. 멈추라는 외침엔 따르지 않았다.
“내일 회의엔 와라, 반드시!”
소타로의 타박하는 고함도 등진 나는, 니나를 끌어안은 채로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힘을 발동시킨 건 2층 부근에서였다. 일단 풀었다가, 이번에는 지면에서 1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나를 쫓아오기라도 한 것처럼, 굵은 빗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아스팔트가 짙은 검윽 색으로 물들어간다.
마왕, 마왕, 마왕.
나랑 니나는 달리 갈 곳도 없어서, 집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달력은 연재 당시인 2003년 7~8월을 참고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