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번역/여름의 마왕 2020. 10. 21. 16:17

*출처: [각주:1]

*임의로 의역한 데가 많고 일부분 번역기를 사용해 오역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8월 26일(수요일) 흐림.

그 새끼고양이에 대해선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치 쨩이 나를 싫어하는 건, 분명 그 일이 들켜서일 거야.”

 

***

 

그 집 앞에 선 내 손에는 스케치북이 들려 있었다. 흙이 묻어 더러워진 빨간 표지를 잠시 바라보던 내가 벨을 눌렀지만, 응답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뒤로 돌아가, 그 스케치북을 창문까지 띄웠다. 운 좋게도 방에 있었는지, 치코의 얼굴이 창문 너머로 언뜻 보였다.

다시 현관으로 돌아오자 가벼운 발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무슨 일이야?”

  “잠깐 물어볼 게 있어. 어머님, 장보러 가셨지?”

조금 전까지 계속 출입문을 지켜보면서, 치코의 어머니가 장바구니를 들고 외출하는 걸 확인한 뒤에 행동에 나섰었다. 의아한 표정을 하던 치코는 곧 나와 니나를 안으로 들였다.

  “현관에서. 시간도 없고.”

그 정도라도 얘기하기엔 충분할 것이다. 치코는 머뭇거리며 내 손에 들린 스케치북을 쳐다봤다.

  “……그거.”

  “찾았어, 작전실에서.”

  “돌려줘.”

  “얘기가 끝나면.”

금세 치코의 얼굴이 험악해지는 게 보였다. 나와 치코는 그리 잘 맞는 편이 아니었다. 내게 있어 치코의 솔직함은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당황스럽기만 해서, 대체로 얘기를 나눌 땐 아무래도 좋은 화제들만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아마 치코에게도 나는 곤란한 부류겠지. 치코가 매섭게 쏘아보고 있어서 나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예언 말이야, 내용을 가르쳐 줬으면 해.”

그러고서 스케치북을 열었다. 후반부의 검은 페이지는 아무리 훑어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직접 듣기로 한 것이었다.

  “몰라. 소 쨩한테 물어보지? 계속 만나고 있잖아.”

치코의 대답은 퉁명스러웠다.

  “소 군은 지금 연락이 안 돼.”

그러나 내가 그렇게 호소하자 치코의 눈에 희미하게 빛이 떠올랐다. 기대에 찬 내 시선을 받은 치코는, 발끝으로 바닥을 두세 번 걷어찼다.

  “그러니까 모른다고.”

  “부탁이니까.”

  “지금 심술부리는 거잖아. 난 늘 모른단 말이야.”

  “어?”

  “예언하는 동안에는 머리가 멍해지고, 어떻게 펜이 움직였는지 기억도 안 나!”

몰랐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는 예언이 끝나면 다들 한결같이 그 예언의 해석만을 떠들었다.

  “그러니까 나한테 물어봐도 몰라. 소 쨩이 안 알려줬어.”

  “……알았어. 고마워.”

이렇게 되면 나로서는 물러날 수밖에 없다. 치코에게 스케치북을 내밀었더니, 빼앗기라도 하듯이 낚아채 갔다.

  “소 쨩이 알려줄 것 같아?”

명백한 적의가 담긴 시선은 나를 다소 주눅 들게 만들었다. 나는 니나를 뒤로 숨기며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물어보지 않으면 몰라.”

  “니나 쨩은 치사해.”

치코가 이쪽을 째려보며 그렇게 내뱉었다.

  “항상 치사해. 내킬 때마다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어. 소 쨩네도…….”

거기서 치코의 목소리가 끊겼고, 나는 더 견딜 수 없어서 밖으로 뛰쳐나왔다. 치코는 내 앞에서 자주 치사하다고 말했다. 나는 거기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작년 일이 떠올랐다.

그 무렵의 우리는 자주 강가에서 놀았다. 마을 반대편 기슭에 너무 깊지 않은 숲이 있고, 당연히 물놀이도 할 수 있고, 마을과 그리 멀지도 않은 그곳은 나름대로 편하고 즐거운 곳이었었다.

  “제 1회 생선 잡기다―.”

그물을 손에 들고 있던 신야는 의욕에 넘쳐서 제일 먼저 강에 뛰어들려고 했다. 그러다 물에 들어가려던 순간, 문득 걸음을 멈췄다.

  “뭔가 들려……. 울음소리잖아, 이거.”

예리해진 신야의 청력이 밝혀낸 곳은, 강변 한구석의 무성한 수풀 속이었다. 거기 있던 새끼고양이 세 마리가 부스스한 털이 난 채, 아직 흐려지지는 않은 눈으로 우리를 올려다보며 애교 섞인 울음소리를 냈다.

  “버려진 고양이인가.”

  “그런 거면 더 눈에 띄는 데다 놔두잖아. 분명 야생이야.”

  “어미 고양이는?”

  “없는데, 먹이 찾으러 갔나 봐.”

  “아직 돌아올 것 같지는 않지?”

다들 너무나도 침착하지 못한 모양새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렇게 다른 고양이들의 기척이 없다고 판단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을 댄 것은 역시 신야였다. 신야는 가장 앞에 있던 까만 새끼고양이를 품에 안아 들었다. 고양이는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신야의 가슴에 안겼다. 그러자 남은 두 마리에게도 우리 손이 뻗쳤다.

  “귀여워―.”

검은 고양이에게 볼을 비빈 치코가 작게 감탄했다. 내 품의 작은 고양이에게는 니나가 흥미진진하게 손을 뻗었다. 반면, 모토나오는 조금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어라, 모톳치는 고양이 못 만져?”

  “그거야 분명 벼룩 있으니까, 그 녀석들.”

모토나오의 지적에 우리 얼굴은 일제히 굳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내던질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아직은 어리니까 괜찮을 거라며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어? 여기도 있네.”

신야가 또 한 마리 찾아낸 것 같다. 신야가 가리키는 곳에, 꿩 무늬를 한[각주:2] 고양이 새끼가 있었다. 수풀 속에 웅크리고 있어서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고양이를 안고 있지 않았던 소타로가 곧장 안으려고 나섰다가, 도중에 멈췄다.

  “뭔가 이상해, 이 녀석.”

새끼고양이가 여름 대낮인데도 심하게 떨고 있었다. 손을 뻗으면 코를 가까이 대고 핥는 것으로 봐서 우리에게 겁먹은 건 아닌 것 같았다.

  “혹시 죽어가는 거 아냐?”

치코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치코의 추측을 부정할 만한 이유는 전혀 없었다.

  “어쩌지?”

  “난 무리야, 맨션이라서.”

  “나도.”

  “나, 옛날에 개 데려갔다가 엄청 혼났어.”

침울해진 공기가 우리 사이에 감돌았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새끼고양이가 죽을 것은 분명했다. 나는 소타로에게 안고 있던 고양이를 맡기고, 떨고 있는 고양이를 다시금 안았다.

  “히로킨치는 기를 수 있어?”

  “아마 무리일 것 같긴 한데…….”

팔 안의 온기를 느끼며 집에 대해 떠올렸다. 어쩌면, 스스로 돌보면서 기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머니가 새끼고양이를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고, 나도 낮에는 거의 집에 있질 않으니까, 이 새끼고양이는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상태로 계속 집 안에만 있어야 한다. 그건 소름끼치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오늘 밤뿐이라면 괜찮을 거야. 그러면 조금은 건강해지지 않을까.”

  “응, 그게 좋겠어. 부탁해.”

  “우와, 좋겠다, 좋겠어. 치사해, 치사해!”

이렇게 나는 새끼고양이를 하룻밤 맡게 됐고, 치코는 헤어질 때까지 쭉 치사하다고 말했다. 그건 아마 장난이었을 테지만, 마지막에 불쑥 흘린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내가 니나 쨩이었으면 좋았는데…….”

그래서 나는 치코가 어려웠다.

그날 밤, 나와 니나는 밤새 새끼고양이를 지켜봤다. 우유를 먹이려고 했는데 받아먹지 않았고, 떨림도 그치질 않아서 계속 품에 안고 따뜻하게 해줬다. 새끼고양이의 떨림이 곧장 내 심장으로 전해져서, 꼭 나와 새끼고양이가 하나가 된 것만 같았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니 날이 밝았다. 가슴팍에서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우두커니 있던 나는 허둥지둥 내려다봤다가, 크고 검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새끼고양이의 떨림이 그쳤다.

  “됐다.”

  “해냈어.”

  “다행이야.”

어제 발견했던 강가로 데려가자 모두들 안심한 모습으로 맞이해줬다. 우유도 먹였으니까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어, 부모인가 봐.”

어제의 그 수풀에 유독 큰 그림자가 드리워진 게, 다른 고양이들도 아직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새끼고양이를 놔주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더 기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지못해 새끼고양이를 놔줄 수밖에 없었다. 새끼고양이도 부모 품이 더 좋을 것이다. 실제로, 땅에 내려놓자 새끼고양이는 잠시 당황하다가도 금방 수풀로 걸어갔다.

  “먹이 같은 거, 다음에 가져오자.”

이렇게 모든 것이 원만하게 마무리된 듯했다. 다음날, 수풀에서 그 새끼 고양이의 시체를 찾을 때까지는. 시체에는 송곳니와 발톱 자국이 나 있었다.

인간의 냄새가 나면 어미 고양이는 새끼를 기르는 걸 포기하기도 한다고, 더 나쁜 경우에는 죽여 버리기도 한다고, 알게 된 건 나중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 일을 모두에게 침묵했다.

그 새끼고양이를 죽인 게 나라고 알려지는 건 싫었다. 그럼 역시, 치코 말대로 나는 치사한 걸지도 모른다.

 

 

  1. 달력은 연재 당시인 2003년 7~8월을 참고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2. 원문은 키지토라キジトラ. 검색해보면 금방 알수 있을 거예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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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ouble_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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