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1
*임의로 의역한 데가 많고 일부분 번역기를 사용해 오역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8월 25일(월요일) 맑음 때때로 흐림.
나는 니나를 지킨다. 그렇게 결심했다.”
***
아침 일찍, 나는 혼자 기지에 가기로 했다. 그저께부터 잠에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질 않고, 꾸벅꾸벅 잠에서 깨기를 반복하며 기나긴 밤을 보낸 뒤라 햇살에 눈이 따가웠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니나도 갈래.”
달려가는 나를 쫓아온 니나가 현관에서 뛰쳐나왔다. 일순간, 니나를 내버려두고 곧장 달릴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러질 못하고, 나는 니나와 손을 잡고 걸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생각해야 할 게 많아서 니나를 봐줄 수가 없다. 그제부터 아무리 생각해도 마왕을 어떻게 봐야 좋을지 모르겠고, 생각이 헛돌기만 해서 집에만 있다간 숨이 막혔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기지로 가는 거다. 오늘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대체 우리는 어디서부터 이상해진 걸까. 소타로의 말을 믿고 따라야 할까? 마왕은 무엇을 노려서, 우리를 어떻게 하려는 걸까.
나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단지 하나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마왕을 쓰러트려야 한다는 것뿐, 그것을 위해서 뭘 해야 되는지도 모르겠다.
“오빠, 아파.”
어느덧 빠르게 걸었나보다. 니나의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멈췄다. 이미 산에 들어와, 나뭇가지들 사이를 날아다니는 새소리만 귓가에 맴돌고 조용했다. 주위를 경계하려고 빙빙 돌아 기지에 도착하는 내내 인기척은 없었다.
갱도의 어둠을 지나 라이트에 도착한다. 나는 손으로 더듬어 찾아낸 스위치를 켜고 벽에 기대며 주저앉았다. 이곳 공기는 차갑고 기분 좋다. 바깥세상이 멀게만 느껴진다.
마왕과의 싸움은 이 비밀기지에서 시작됐다. 치코의 예언이 우리에게 존재를 알렸다. 우리를 여름의 끝에서 죽이겠다고 말했고, 마을에는 검은 안개가 도사리기 시작했다. 모토나오는 도망치려다 살해당했고, 우리는 달아날 수 없다. 앞으로 7일이면 여름방학도 끝이다.
소타로는 마왕이 우리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게 나한테는 왠지 현실성 없게 들렸다.
그저께 그 말을 들었던 당시의 섬뜩한 마음이 다시 엄습해 와, 나는 어물대며 느리게 자세를 고쳤다. 그자 내 손에 뭔가 딱딱한 게 닿았다. 파란 비닐 시트 아래, 책의 모서리 같은 게 튀어나와 있었다. 처음에는 요스케와 모토나오가 반입해 숨겨둔 잡지라고 생각했는데, 책등 부분의 스프링이 눈에 띄게 달랐다. 2
나는 시트에 손을 집어넣어 그것을 끄집어냈다. 그건 예상대로, 치코의 스케치북이었다. 본부에서 짐을 옮기던 때에 섞여든 걸까.
그게 꼭 계시인 것만 같아 (스케치북을) 손에 들고 넘겨봤다. 첫 페이지는 검은 볼펜의 가느다란 선들이 종횡무진하며 치코의 둥글둥글한 글씨를 덮고 있었다. 최초의 예언, 마왕의 예고였다. 계속해서 “찾아라”의 세 글자를 꼭짓점으로 하는 삼각형이 그려진 페이지, ‘예’와 ‘아니요’ 부분에만 동그라미를 치는 페이지, 그리고 앞장 뒷면에 그려진 지도.
문득 내 손이 멈췄다. 이 예언을 따라 우리가 도망쳤었던 거니까, 이 뒤에는 치코가 미리 그려둔 초안들밖에는 없을 터였다. 그런데도 종이 너머에 검은 선이 많이 비쳐 보였다. 나는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역시나 거기엔 첫 페이지와 같은 먹구름이 펼쳐진 채였다. 가늘게 떨린 선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는 바람에 되짚을 수도 없어서, 대체 여기서 무슨 얘기가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다음 페이지 또한 이미 사용돼 있었다. 역시나 아무렇게 선이 그어져 있지만, 유달리 눈에 띄는 몇 겹의 네모가 있어서 나는 그걸 더듬더듬 읽어봤다.
“마, 도…망……치….”
도망치지 마.
나는 다시금 책장을 휙휙 넘겼다. 나오는 페이지들은 하나같이 새카맣게 돼 있었다. 이젠 틀림없다. 이 스케치북은 그 도피 이후에도 사용됐다. 하지만 치코 혼자서 예언을 할 리가 없다.
마지막 장까지 넘긴 나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모든 페이지가 칠해져 있다. 거기서 나왔을 말은 읽어낼 수 없다. 다만 하나 알아낸 사실은, 소타로의 그 자신만만한 태도가 어디서 왔는가다. 분명히, 치코의 예언이다.
하지만, 하고 나는 생각했다. 이 예언은 평소의 것들과 달리, 명백한 폭주다. 검은 안개에 조종당하며 나오는 예언, 그건 진실을 알려줄까?
“마왕은 뭐지.”
끝내 나는 이 물음에 답을 찾지 못했다. 무심코 흘린 그 말은 혼잣말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대답이 왔을 땐 놀랐다.
“니나는 알고 있어.”
니나가 내 팔을 붙들고, 까치발을 들며 속삭였다.
“마왕은 니나를 데려가는 거야. 그렇게 가 버리면 돌아오지 못해.”
니나가 너무 진지해서, 이런 호소 같은 게 니나의 입에서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나는 그저 당황하며 니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니나도 두려워하고 있다. 나와 마찬가지로.
“데려가게 두지 않아.”
그 말은 자연스럽게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나에게 니나는 무척 소중하고, 니나가 없다면 나도 여기 있을 수 없다. 나는 마왕으로부터 니나를 지킨다. 그 정도 이유만으로도 괜찮다. 모르는 일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건 그만두자.
니나의 존재만 확실한 것이라고 보고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