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론] Bisou

쓰다/2차 2016. 2. 16. 13:09

*데이빗x프리츠

*지인분 썰을 기반으로 씀


*꽤 오랫동안 연성을 놓고 있었더니 감이 안 잡힌다. 기력 회복할 요량으로 쓴 글.



 블라인드를 내린 창으로 한 줌의 햇빛도 넘어오지 못할 만큼 이른 시간인데도 눈이 떠지는 날이 있다. 데이빗에게는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어두운 적막으로부터 빠져나왔으나 여전히 무거운 몸을 간신히 일으키는 짧은 시간 동안, 벽 너머로 그릇들이 부딪치며 달그락대는 소리나 물소리 같은 게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는 맞은편 침대에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하며 가만히 방을 나섰다.
 가만히 문을 닫으면서 언뜻 부엌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프리드리히의 뒷모습이 보였다. 채 갈아입지 못한 잠옷 위로 앞치마 끈이 묶여있었다. 프리드리히는 두세 명 몫의 아침식사를 챙겨주려는 데에서는 섬세함을 발휘하지만 이따금씩 잠에 약해질 때가 있는데, 아마 오늘이 그런 날인 모양이었다. 그의 적갈색 머리카락이 평소와 다르게 조금 흐트러진 채였다. 데이빗은 프리드리히에게 잘 잤니, 인사를 건네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그는 결국 생각대로 말하지 못했다.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프리드리히의 옆에 다가갔다가… 뜻밖의 일을 겪은 것뿐이다.
  “일찍 일어났네요?”
프리드리히는 언제 기척을 눈치챘는지 제 옆에 선 데이빗에게 말을 건네고는, 그의 얼굴 옆으로 살짝 몸을 숙였다. 순간 옅은 라일락 향이 끼쳤다. 데이빗은 자신의 두 볼에서 아쉽게 느껴진 감촉이 생경해 그 자리에 못 박힌 양 굳어 있었다. 그러다 문득 제 앞에서 가만히 눈을 감은 채 회답을 기다리는 프리드리히가 눈에 들어와, 그의 행동을 어설프게 흉내냈다.
 잠은 애저녁에 날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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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ouble_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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