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미 호무라+미쿠니 오리코
*오리지널 설정 있음. (두 사람이 이복자매로 나옵니다. 주의.)
책장을 정리하던 미쿠니 오리코는 어떤 사진 하나를 찾아냈다. 있는 줄을 알아 아득바득 뒤진 것은 아니고, 비좁아지는 서가를 정리하던 도중 펼쳐든 책에서 발견한 우연의 산물이었다. 『政治學槪論』이라는 제목의 두툼한 책에서 나온 사진은 빛이 바래고 귀퉁이가 삭아 그것이 아주 오래된 물건임을 짐작케 했다.
사실 그런 부분이 아니더라도 사진 한 구석의 1994/01/19라는 날짜가 그 사진이 세상에 나왔을 시기를 말해주고 있었지만. 사진 안에서는 익숙한 얼굴 둘이 나란히 서 있었다. 한 명은 그녀의 아버지였고, 한 명은 전혀 본 적 없는 사람이지만 지금 함께 사는 이와 꼭 닮은 얼굴을 하고 있는 덕분에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었다.
오리코의 아버지, 미쿠니 히사오미가 남긴 유언장은 그의 행적을 낱낱이 밝혀줬다. 자신이 젊을 적 부정을 저지른 적이 있고, 그렇게 생긴 아이―오리코에게 있어서는 이복동생―에 이어지는 연결을 끊지 않았노라고. 그 진실로부터 비롯된 충격은 당장 눈앞에 맞닥뜨린 삶의 곤궁보다 컸다. 그러나 날을 세운 마음은 현실의 풍파에 마모되었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오리코는 염치 불구하고 면식 없는 혈육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오리코는 때때로, 이복동생에게 아버지와 닮은 구석은 전혀 없구나, 그런 감상을 느끼고는 했다.
“뭐야.”
그 동생―아케미 호무라는 오리코가 건넨 것을 받아들었다. 아주 오래 된 사진이었다.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치들이 나와 있는. 호무라는 인사 따위 하지 않고 돌아섰다. 방으로 들어가는 자신의 걸음이 어색할까 신경 쓰여, 굳이 쿵쿵 발을 굴러보기도 했다.
몇 년 전 병으로 죽은 어머니는 별다른 유품을 남기지 않았다. 애초에 간소한 살림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마저도 오랜 병원 생활 때문에 머무르지 못한 집에 대한, 아주 희미한 기억이지만. 아무튼, 다시는 볼 일이 없으리라 여겼던 것과 마주하고 동요하는 제 모습이 우스웠다.
게다가 입수 경로도 하필이면…. 부모 대(代)의 악연이 어찌나 질긴지 1세대를 건너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는 게 여간 짜증나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인연은 질긴 주제에 가늘어서, 둘 중 하나가 사라진다면 그대로 끝날 일에 불과했다.
그것만이 위안이었다. 호무라는 어머니의 손길이 남아있는, 오래된 성경책 옆에 사진을 끼워뒀다. 책갈피처럼 넣어두기에는 책과 사진의 크기가 맞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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