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6월 중순…… 할 일이 너무 없어 지루해 돌아갈 뻔한 터였는데, 모종의 이유로 약간이나마 여유가 생긴 덕에 서울행을 결심했다. 그래도 갑작스럽게 약속을 잡기는 조금 그렇다 싶어서 몇 주 뒤 주말인 7월 1, 2일을 픽하고 만날 수 있겠다는 지인들을 싹싹 끌어모았다.
→1일이 되자 두 명이 각자 이런저런 이유로 오지 못하게 돼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뭐…. (작님 이티님 빨리 나아용!!)
7월 1일.
-0) 터미널에서 넴님과 잉스를 만났다.
도중에 먹은 알감자가 잘못 됐는지 아니면 단순히 양이 많은 게 문제였는지 휴게소를 지나간 뒤에야 화장실이 급해진 바람에 죽을 뻔했다. 기다리고 있었던 두 사람을 보지도 못한 채 해묵은 앙금을 풀어내는 5분간의 사투로 존엄성을 지켜낸 뒤에야 합류?할 수 있었는데, 잉스를 너무 오랜만에 봐서 못 알아볼 뻔했다. (근데 넴님이 잊어버리기 힘든 인상이라 바로 알아봤다ㅎ) 잉스 말로는 우리가 2019년 송년회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거라고……. 정말? 그렇게나?
아무튼 한 시간쯤 뒤에나 합류할 제이를 기다릴 겸 셋이서 이곳저곳 구경하다가, 무인🐑품에서 술을 판매하고 있는 것을 발견. 넴님이 그걸 보더니 "ㄱ?" 하는 눈이 됐다. 🐕웃겼다. 당연하게도 폭염 경보가 발효된 무더운 날에 찬술을 마다한다는 선택지는 없었으므로 "ㄱ." 구입한 술은 근처 편의점의 얼음컵과 합체해서 쪽쪽 빨았다. 유자 맛있더라……. 다시 생각해 봐도 길을 다니면서 술을 마시자는 그 발상부터 병뚜껑을 따느라고 커터칼까지 동원해서 빌빌거렸던 것까지 전부 다 웃긴 추억이다.
-1) 시간이 좀 지나자 식당으로 이동. (제이가 먼저 가 있으라고 했던 것 같다.)
약속을 잡을 당시에만 해도 몰랐는데 7월 1일에 퀴퍼도 있었더라고? 인파가 정말x3 많았다. 당연하게도 식당 앞에서 줄을 섰다. 줄을 서는 동안 제이도 왔다. 내가 못 알아본 건 잉스뿐이었다. 미안하다…….
최근 새 장르를 잡았는데, 그랬더니 먼저 그 장르 파고 있었던 잉스가 포카를 좀 줬다. 아악 박ㅂ찬 나를 홀리다니 우리만 있는 자리였으면 큰절도 할 수 있었어ㅋ 전에 트위터에서 보고 내가 사서 뽑아야겠다 싶었던 도안도 있어서 더더욱(흑흑) 그만큼 마음에 들어서 새 포카는 가방 안에 소중히 챙겨두고(?) 사진은 저의 단골포카 들고 찍었습니다. 그나저나 지금 사진 들여다봤더니 장르 안 겹치는 사람들 같아서 웃기다. 가** 타*이 큰일 했다.
그리고 파티 네 명 중 반이 소식을 하는 걸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다들 잘 먹어서 추가 주문도.
뼈……, 별로……. 그렇지만 대체적으로는 맛있었으니까 됐나~♬
이때는 식당이 번잡해서 딱히 별 얘기를 나누지 않았던 것 같다.
-2) 그래서 식사를 마친 뒤 근처의 카페로 고고.
나는 이때도 화장실 이슈가 발생해서 아직도 내가 먹은 메뉴를 정확히 모른다. 말차? 홍차?
방금 검색해 봤더니 녹차빙수&홍차빙수라네.
내 입에는 말차가 더 좋더라.
여기서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음료도 추가로 시키고 말이지.(백차나 청차가 있으면 좋았을 텐데 눈에 띄지 않아서 우롱차🧊) 지금 생각해 봐도 뒤집어지는 얘기들이 많다.
·제이의 파란만장한 현생 얘기:
차마 요약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될 것 같아 말을 줄인다. 그렇지만 하나같이 인상적이고 웃겼어…….
·잉스의 흥미진진한 원고 얘기:
그릭요거트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
아무튼 나도 잉스 원고 읽고 싶어 근데 회지 살 돈은 없어 축전 써줄까? (??)
·넴님의…… 뭐더라? 그뭔씹?:
미안해 기억이 안 나 들을 땐 분명 재밌었는데
그리고 그 밖의 여러 가지 웃긴 소리들을 하다가 저녁때가 되었다. 아마 18시쯤?
-3) 이후 일정이 있는 제이님과는 헤어진 채로 넴님, 잉스님과 셋이서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에 잠시 다른 곳에 들러서 넴님이 내가 이튿날 먹을 아침을 사주었습니다.
잠봉뵈르와 솔티드 캐러멜. ……그렇게 짐이 +1되다. 하여 다시 저녁을 먹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
처음 계획은 근처의 다른 집이었는데, 점심때 간 식당보다도 줄이 긴 느낌. 그래서 그냥 옆집? 옆옆집쯤으로 갔다.
맛있었어~♬ 2차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면 사리를 추가 못한 게 아직도 조금 아쉬움으로 남아있긴 한데요. 아무튼. 그래도 우리 이런 인원 구성으로 꽤나 잘 먹었다고 생각해.
-4)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2차.
저녁을 먹은 뒤 인근 칵테일 바를 검색해서 나온 가게였던 것 같다. 여기서도 또 정말 많은 얘기를 했는데 알코올 마시고 하는 얘기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휘발되었습니다! 알코올처럼! 바이바이~. 아 잉스 원고 읽어보고 싶어 진짜로
-5) 1일 차 일정 끝!
예약한 방은 스탠더드였는데 호텔 쪽에서 방이 남는다며 디럭스로 업그레이드. 뷰……는 좀 그랬지만 애초에 잠만 잘 거라 상관없었어. 가운이 아니라 반소매/반바지인 게 마음에 들었고, 어메니티도 부족한 거 없었고.
7월 2일
NR님과는 아침 일찍 만나기로 해서 약간 긴장한 채로 잠들었는데, 나는 그 전날 일정이 어쨌든 여섯 시 전에는 깨어나는 습성이 있다……. 아침으로 넴님이 사준 잠봉뵈르 샌드위치와―먹을 타이밍을 잡지 못해서 폭염 속 일정을 내내 함께 했던―오렌지 주스를 냠냠. 주스 안 상했더라. 그리고 내 입천장이 바게트를 이겼어ㅋ. 치악력은 예상대로 나약해서 샌드위치를 해체주의로 먹긴 했지만. 지금 이 일기를 쓰고 있으려니 그 샌드위치 또 먹고 싶다……. 그만큼 맛있었어……. 하여간 그렇게 끼니를 해결한 뒤 짐을 챙겨서 체크 아웃.
얼마 지나지 않아 NR님이 차를 끌고 오셨다. 처음 뵌 NR님은…… 정말 당신께서 쓰시는 트윗처럼 생기셨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으시겠죠. 그냥 그런 분위기였다는 뜻이에요. 이래도 무슨 소린지 모르시겠다면 그냥… 그러려니 해주십시오.
-1) 타조 농장에 가봤다.
만나기 전 코스를 짤 때 파주 쪽으로 빠질 건 예정돼 있었고, 그때 "새 좋아하시니까" 하는 말이 나와서……
머리가 조금 굵어진 이후로 이런 곳은 잘 안 갔던 것 같은데. 다른 이유가 아니고 어릴 적의 저는 꽃집 앞을 지나갈 때조차 짙은 향기에 헛구역질을 할 만큼 후각에 민감했다는 게 문제였어요. 그렇지만 이번엔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어. (염소 우리 앞에 안 간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는 아무래도 좋을 만큼 타조들이 귀여웠다. 컸지만. 타조 진짜 존나 크다. 사람 탈 수 있을 것 같다. 초코보도 타조만 한 거겠지. 에오르제아 놈들은 제정신이 아니다.
타조 농장이라고 영업하고 있었지만 닭, 공작, 말, 토끼, 염소, 개, 사막여우, 라쿤 등도 있었다. 포유류에는 관심 없어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닭장 속 병아리가 엄청나게 귀여웠지……. 입에 넣고 싶었어……. 그래도 농장이 생각보다는 작은 규모였기에 점심때가 되기 전에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2) 그렇게 근처의 가볼 만한 곳을 찾아본 게 여기.
전부터 이쪽 동네가 궁금하기도 했는데 정말 잘 됐지 뭐예요.
……여기서 발견한 시집 한 권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충동구매해 버렸다. 시간이 잘 갔다. 즐거웠어.
-3) 점심때가 되자 회와 초밥 중에 잠시 고민하다가… 회를 먹었다.
상호명이 기억 안 나서 지도는 생략.
초밥은 혼자서도 먹지만 회는 파티원이 필요하다구. 광어회랑 매운탕, 그리고 무알코올 맥주. 사실 회 먹으면서 술을 못 먹는다는 건 아쉬운 일이었는데, 그렇다고 혼자서 마시기도 뭐 한데, 무알코올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지 뭐예요.
광어 너무 좋아.
이렇게 점심 식사까지 마친 뒤로는 기차를 탈 때까지 시간이 애매하게 남은 바람에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당. 좋아하는 음악을 실컷 들으면서 시원하게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어요. 제가 헛소리를 엄청 해댄 것 같은데 말을 아예 안 하는 것보단 그쪽이 나았을 거라고 자기 합리화도 열심히 해보고.
사실 NR님께서 기차 놓치면 나를 내 나와바리 거주 지역까지 데려다주겠다 하셔서 마음을 대충 놓고 있긴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시간 맞춰 서울역에 도착. 이후 열차에 몸을 싣고 귀가했습니다. 이 일기 초고도 트위터가 터진 틈을 타서 열차에서 작성한 거고.
하여간 이틀 동안 정말x3 즐거웠어. 트친들 만날 때마다 사인 받아가는 노트를 근 6년만에 업데이트한 것도 그렇고. 이래저래 도파민 과분비했더니 이제는 도파민이 말라비틀어져서 일상이 지루하다…….
애들아(혹은 여러분)! 또 보고 싶다! 만난 적 없는 친구들도 보고 싶다! (가좍 같은 트친들을 저격해 보며……)
아 이거 마무리 어떻게 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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