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미 호무라→카나메 마도카.
*TVA 12화 이후 시점.
*2013. ??
아케미 호무라는 이제 남의 눈에 들고 싶지 않았다. 제가 초대하고 싶은 유일한 관객이 세상에 없는 탓이었다. 그래서 눈에 띄지 않도록 숨을 죽였다. 덕분에 눈에는 더 이상 빛을 담지 못했고, 발갛고 둥글었던 볼은 차츰 해쓱해져만 갔다. 그래도 괜찮았다. 괜찮다 못해, 누군가 잠깐 눈길을 준다고는 해도 언젠가 사라지게 되면 끝끝내 기억해주지 않을 거라는 망념이 자신을 기쁘게 만들 지경이었다.
창가에 내놓은 화분의 물기가 금세 바싹 마를 만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날이었다. 호무라는 소파에 파묻히다시피 한 자세로 늘어져 있었다. 행여나 불어올 바람 한 점이나마 붙잡으려고 창문이란 창문은 죄다 열어놓았음에도 덥기만 한 날씨 탓에 도무지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다. 그때, 문득, 창밖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해.”
꿈에서도 잊지 못한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뚜렷했다. 환청 같은 것이 아니었다. 호무라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목소리만큼이나 분명하고, 또 목소리와는 달리 꿈에서조차 만나지 못했던 얼굴을 보게 됐다.
그 얼굴은 처음 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괴로운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한. 하지만 매일 아침 자신의 얼굴에서 보는 탓에 익숙한 그 표정. 호무라는 멍청하게 눈을 깜빡였다. 어쩌면 더위를 먹었는지도 몰랐을 일이라, 눈을 비비고 다시 앞을 봤더니,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몇 분이 지나서야 상황을 파악했다. 꿈이었구나. 드디어 꿈에 나와 줬구나. 그것만으로 벅차서, 호무라는 한참이나 허공을 쳐다보았다.
언제부터였더라. 미키 사야카가 곁에서 사라지고, 뒤이어 사쿠라 쿄코가 미타키하라 시로 오는 발길을 끊었을 무렵. 달리 오갈 데도 없이 남겨진 토모에 마미와 몇 번 만나다가, 떠난 이들에 대한 대화만을 한다는 걸 깨닫자마자 곧장 연락을 끊었다. 거리에서 뜻하지 않게 마주칠 때는 어색하게 엇갈려 지나쳤고, 종국에는 암묵적으로 각자의 구역을 정해 그런 우연한 만남조차 없어졌다.
아마 그 즈음이었을 터다. 호무라는 갈 길을 잃었다. 마도카를 구하는 것, 마도카가 남긴 세계를 지키는 것, 그런 이상만으로 살아가기에는 지쳐 버렸다. 스스로를 의심할 때마다 귓전에 들려오던 ‘힘내’라는 말이 더 들리지 않는 탓도 있었다. 그 목소리는 단순한 의지의 대상이 아니라 나날이 흐려지는 기억을 증명하는 것이었는데. 호무라는 점점 두려워졌다.
어쩌면 정말 미쳐버렸는지도 모르지. 그런 생각을 하고 만 자신을 발견한 호무라가 피식 웃었다. 그래, 한계야. 마도카의 유지를 잇고자 최대한 늦추려던 순간이 부지불식간에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호무라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제는 이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이 되어 마도카의 곁으로 간다.
겉으로 보이는 나이보다 많이 살아와 지겨워진 세상을 등지는 것쯤이야 아무래도 좋았지만, 얼마 전의 꿈에서 본 그 모습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까 봐 긴장이 됐다. 시간이라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지. 호무라는 눈을 감으며, 들이닥치는 아득한 빛을 피했다. 눈앞에는 어둠뿐이었다.
그리고…아무도 오지 않았다.
호무라는 주위를 둘러봤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골목길에 쓰러져 있었는데, 주변의 풍경은 자신의 집 안이었다.
밀어낸 거다.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설명 한 마디 해주지 않고. 호무라는 서러워졌다. 그 아이가 마중을 나오지 않는대도, 설령 그 아이가 미키 사야카를 대신 내보낸대도 용서해줄 마음이 있었는데, 이 정도의 거부는 상상치 못했다. 문득, 호무라는 제가 두려워한 것이 그 아이 앞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럼 뭐가 두려웠는데? 답 또한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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