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역시 팥님(@.red8bean88)께 커미션 주문.
리리아노에 관련된 그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막상 애정 루트로 갈피를 잡고 나니 (주인공이 그랬듯) A와 B 중에서 양자택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닥쳐왔다. 금방 사라지고 마는 미지근한 바람 같은 그녀의 온기를 붙드는 B인가, 일종의 상징 같은 것들을 손 안에 짊어지고서도 결코 리리아노라는 개인을 들여다볼 수는 없는 A인가.
대개 바다를 배경으로 묘사되는 B 엔딩은 다른 분들의 창작물로도 그럭저럭 봐왔기에, A를 좀 더 염두에 둬 보기로 결론지었다.
그 이후로는 간단했다. 실상 내가 주문한 건 ‘마네킹도 정면을 보고 있고, 주인공은 뒤에서 안듯이 망토를 덮어주는 구도’였지만……내 설명이 미흡했던 탓에 마주보는 구도가 됐다. 하지만 이게 훨씬 마음에 들어, 진행 중인 러프가 내 처음의 의도와는 달라졌다는 걸 알고서도 딱히 말하지 않았다.
주인공의 표정에 대해서도 딱히 지정하지 않았지만, 위 그림에서 묘하게 산뜻한 분위기로 웃는 주인공을 보면 다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아무리 그녀가 늘 입어온 오색 옷을 끌어안는다고 해도, 그건 일종의 허상을 안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어렸던 주인공은 그 순간, 찰나를 함께 지내는 것뿐이라고 해도 괜찮다던 자신을 향해 "자네는 그 대답을 후회할 때가 올 거야. 반드시 와."라고 단언한 그녀의 말을 떠올리고, 그 '후회할 때'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는 걸 알게 될 테고, ……그 말뜻을 이해했다는 것이 기뻐서 웃지 않았을까.]
그게 마음에 든다.
덧붙여 또 마음에 드는 부분들을 꼽아보자면,
1. 중앙이 아니라 리리아노를 상징하는 마네킹 쪽으로 기울어 있는 문양(?)
2. 배경에 은은하게 깔려있는 무지갯빛의 연출
3. 우리집 남레하 너무 잘생겼는데 이래도 되나? (아니 물론 매력 높단 설정이긴 한데 하여간)
정말 좋아……
나는 여전히 팥님이 카모카테를 플레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다음엔 또 다른 캐릭터 관련으로 넣고 싶은데, 키워드만 어렴풋이 떠올라서 좀.
가위 들고 있는 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