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9. 19 → 2020. 09. 09 수정
*아케미 호무라x토모에 마미.
*오메가버스.
호무라는 토모에 마미가 약물뿐만 아니라 마법까지 써 가며 히트 사이클을 넘겨야 할 정도로 민감한 오메가라는 걸 일찍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호무라가 그녀를 피해야만 하는 이유가 됐다. 아케미 호무라는 형질의 우열을 구태여 가려볼 의미조차 없을 정도로 명백한 알파였으니까. 형질이 발현된 것은 올해 초. 평균적으로 이차 성징이 드러나기 시작한다는 무렵, 열다섯 번째 생일이 찾아오기 직전이었다.
갓 태어난 알파가 멋대로 날뛰는 생리 작용을 임의로 주체하기는 어려웠다. 알파 특유의 체취를 감추기 위해 개발된 향수며 호르몬 분비를 억누르는 약의 사용을 잊었다간, 등하교시 버스에 오르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어리고 싱싱한 알파에게 무심코 반응을 보이고 마는, 마찬가지로 어린 오메가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난감한 상황에서 간신히 벗어나길 두 번, 이제는 각종 억제 용품들을 잊지 않지만, 그래도…. 사람 일은 어찌 될지 모르는 것이기에, 주의는 지나쳐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모르니까 그러는 거겠지만.―토모에 마미는 순찰을 돌다 호무라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곁을 내어주길 바라기라도 하는 것처럼 자꾸만 얼쩡거렸다. 호무라가 아무리 우성 알파인 데다 자신을 갈무리하는 데 능숙해졌어도, 그 위장을 은연중에 간파해낼 정도라면 위험도는 예삿일이 아닐 텐데. 토모에 마미는 경계심도 없는 모양이지. 어쩌면 수많은 이야기들이 말하는 ‘알파와 오메가 사이의 인력’ 따위가 작용하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저답지 않게 그녀를 뿌리치지 못하는 걸로 보건대, 후자가 아주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호무라는 생각했다. 동시에 이번 기회에 확실히 선을 그어두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도.
“할 얘기가 있어.”
“그러니? 그럼 저 골목만 돌아보고 내 집으로 가자.”
…혼자 사는 오메가 집에 알파를 끌어들이시겠단 거군. 호무라는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경고의 의미로서는 오히려 딱 좋았기 때문에, 거절하는 대신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을 따름이었다.
아케미 호무라는 온갖 상상을 했지만, 글쎄, 그 상상들은 죄다 조금도 적중하지 않은 공상에 불과했다. 토모에 마미의 집은 베타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 집은 깊숙이 들어가도 달큼한 냄새가 진동하지 않았다. 마미는 홍차와 케이크를 쟁반에 담아 내 오면서도 별 게 없다며 겸손을 떨었다. 케이크 장식의 과함을 보아하니 직접 만든 것인 듯했다. 괜찮아, 잔을 만지작거리던 호무라가 말과 함께 차를 삼켰다.
“저, 아케미 양. 할 말이라는 건…?”
호무라는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상대가 말을 돌릴 수도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줬지만, 그게 오히려 답답했다. 불현듯 호무라의 눈에 하복을 입은 토모에 마미의 모습이 들어왔다. 새하얀 반팔 블라우스는 세 번째 단추 부분이 가슴에 부풀어 간신히 매달려 있었고, 그 위의 흰 목덜미에는 별빛처럼 노란 머리카락 몇 가닥이 붙은 채였다. 그리고 다시 가지런히 정돈된 앞머리와 둥근 이마를 지나…
“아케미 양?”
저도 모르게 감상에 빠진 모양이었다. 저를 부르는 떨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든 호무라가, 쳇, 혀를 차고 말았다. 어느새 촉촉이 젖은 눈가 아래로 두 뺨이 붉게 달아오른 토모에 마미가 보였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공격적으로 굴고 마는 제 몸의 책임이 없지 않다는 게 새삼 싫어졌다. 단정한 방이라고 생각했던 첫인상은 날아가, 방 안에는 오메가들만의 달짝지근한 냄새가 가득 풍기고 있었다. 울먹이다시피 하며 숨을 헐떡이는 게 안쓰럽기도 했지만, 호무라는… 이성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번 건 내 실수야. 이래서 말하려고 했던 건데.”
그새 땀에 젖어 흐트러진 토모에 마미의 앞머리가 내심 마음에 걸려 넘겨주려다 관두고서, 호무라는 현관을 향해 돌아섰다. 호되게 겪었으니 더 이상 귀찮게 구는 일도 없을 터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녀는 문고리에 손을 댄 호무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토모에 마미는 정말이지 아케미 호무라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저기, 있잖아…….”
“용건이 있다면 빨리 말해. 방금 같은 실수를 다시 하지 않을 거란 장담은 못하니까.”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어.”
“그래서? 알파가 필요한 것뿐이라면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을 텐데. ―나는 당신이랑 이전까지의 관계 이상으로 엮이고 싶지 않고.”
언제 그런 대답이 준비돼 있었을까 싶게 입이 절로 움직이는 바람에, 호무라는 제가 말하면서도 새삼 놀랐다. 등 뒤에 서 있을 토모에 마미가 무슨 표정으로 그 말을 듣는지는 모르는 노릇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가볼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는 호무라를 붙들지 않았다.
바깥은 금세 해가 저물어 어둑어둑했고, 차게 식은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지독한 향기가 옆에서 풍겨오는 듯싶었다. 지나치게 화려한 꽃의 향기였다.
'쓰다 > 2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도마기] 크리스마스 전전전…야. (0) | 2015.11.01 |
---|---|
[마도마기] 생존자들. (0) | 2015.11.01 |
[정경론] 조각글 (3) | 2015.10.30 |
[마도마기] coffee time (2) | 2015.10.26 |
[정경론] AU (0) | 2015.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