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미 호무라x시즈키 히토미
시즈키 히토미가 아케미 호무라의 집에 찾아온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학급위원으로서 결석한 급우에게 유인물을 전달해주기 위함일 뿐이었으니까. 히토미는 가슴에 손을 얹고서, 다른 목적은 결코 없다, 고 자신에게 되뇌었다. 덕분에 호무라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오래 전 기억조차 희미한 과거를 제외하면 말을 나눠본 적도 얼마 없는 상대와 마주보게 됐다.
“아무리 그래도 빈손으로 올 수는 없으니까요.”
히토미가 무언가를 건넸다. 그것은 입구가 돌돌 말린 채로 포장된 분홍색 종이봉투였는데, 무게감으로 보면 구운 과자인 듯했다.
“그게 제일 잘 팔린다고 하던걸요. 아케미 씨의 취향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음? 아냐, 고마워.”
호무라의 대답에 히토미가 입을 가리며 쿡쿡 웃었다. 다행이네요. 그 미소가 마음에 꽂혔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충동적으로 그런 말을 꺼내고 만 것은.
“답례할 만한 게 없고, 답례라고 하기도 그렇긴 한데, 음… 괜찮다면 같이 먹지 않겠어?”
“…그래도 괜찮은가요?”
“어차피 혼자 먹어야 하는걸. 그럴 바엔 함께 드는 게 낫겠지. 차는 못 내주지만.”
“그럼 그럴까요. 오늘은 마침 여유도 있고요.”
호무라는 자신이 함께 먹자고 제의하는 순간 들뜬 듯이 변하는 히토미의 눈빛을 알아보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호무라는 히토미를 거실에 앉혀둔 다음, 과자를 접시에 옮겨 담고, 차를 대신할 음료 준비에 착수했다.
최근 배우기 시작한 취미였다. 이게 좋다, 단언할 만큼의 안목은 기르지 못했기에 가장 잘 팔린다던 원두를 사 놓은 게, 지금은 부끄럽기보다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대중적인 취향이라면 무엇에든 무난하게 어울릴 거라고 생각됐으니까. 핸드 그라인더에서 충분히 갈린 원두를 잘 린싱한 필터에 붓고, 조심스럽게 더운 물을 부었다. 며칠 전에 볶아둔 원두는 다행히도 신선해서, 예쁜 모양으로 부풀었다. 냄새 역시 완벽하게 고소했다.
그리고 그 향기는 다른 이의 관심 또한 불러들였다. 히토미는 호무라가 하고 있는 양이 신기한 눈치였다. 호무라는 그런 그녀의 관심이 영 부담스러웠다. 부러 과시하기 위해 고른 것은 아니었는데. 결국 시선을 견디지 못한 호무라가, 주스는 사 두지 않으니까…, 멋쩍게 말을 내뱉었다.
“아케미 씨는 이런 취미도 있었군요. 대단하세요.”
“정식으로 배운 건 아니야. 그러니 자랑할 만한 것도 못 돼.”
말과는 다르게 커피를 잔에 따르는 호무라의 손길이며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이제 와서 무언가의 변수로 맛을 망칠까 집중하는 탓이었다.
“자. 마시기 힘들다면 설탕도 내 줄게.”
“일단은 이대로 마셔보고 싶어요.”
호무라는 잔을 든 히토미의 목이 커피를 넘기느라 울렁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다른 사람에게 대접하는 건 처음이라…, 변명 같은 말의 꼬리를 흐리면서. 호무라가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한 모금의 따뜻한 음료를 음미한 히토미가 금세 눈을 빛냈다. 그러고는 호무라더러 낯간지러운 찬사를 늘어놓았다. 향이 좋다던가, 쓰긴 하지만 그만큼 괜찮은 풍미가 있다던가, 어느 카페보다 맛이 좋다 따위의.
호무라는 대답 대신에 쿠키가 담긴 접시를 슬쩍 히토미의 앞으로 밀었다. 그러고선 제가 먼저 그 쿠키를 하나 집어들어 입에 넣고는, 이것도 맛있어, 고마워, 그런 말이나 주워섬기고 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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