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용하는 SNS는 트위터에 한정돼 있지만.
1.
우열을 가리는 얘기가 아니다. 상이한 두 품목 중 하나를 고르는 건, 같은 분류에 속하는 물건을 늘어놓고 뭐가 더 낫나 평가하는 것과 다르다. 조잡한 비유를 들어 말하자면, 이 글은 ‘아이스크림과 주스 중 뭐가 더 맛있는가.’ 같은 사소하고 주관적인 얘기다.
어째서 이런 생각을 했는가 하니. 트위터의 여러 논전들이 피곤하다든가 하는 이유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는 좀 더…근원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 특유의 기능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의 심리 때문이란 거지.
우선은 공개 제한 범위.
트위터에도 제한적인 범위로 글을 쓰는 기능은 있다. 계정에 자물쇠를 걸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자물쇠를 잠근 계정에서 쓴 모든 글을 제한적으로 공개하게 된다. 나는 그게 너무 과하다고 느낀다. 나도 내가 쓰는 글들 중 일부를 숨기고 싶고, 어떤 글들은 특정 집단에게 보이지 않았으면 하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아무렇게나 흘러가버려도 좋을 다른 많은 글들마저 비공개로 둔다는 게 성미에 맞질 않는다. 게다가 잠금 계정에서는 지인들의 리트윗, 인용을 받을 수 없다는 것도 너무 큰 제약이다. 계정 분리? 게시글 수정/이동이 보다 용이한 블로그 카테고리도 똑바로 분류를 못하는데 무슨.
그리고 기록.
1) 남이 쓴 글을 놓치지 않고 싶다. 놓칠 거라면 처음부터 못 보는 게 낫다. 이런 이유로 구독 중이던 계정이며 옛 지인들을 차단한 전적이 적지 않다. favolog.org에 가입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관심글은 일정 개수를 넘어가면 지워진다는 거 아시나요? 그래서 백업하려고 했어요. favolog는 계정 소유자가 작성한 트윗을 백업하는 twilog와 달리 이미지를 백업해주지 않는 게 아쉬울 따름…. (연결되지 않는 트위터 이미지 링크만 남는다.)
2) 내가 쓴 글을 쉽게 정리하고 싶다. 쉽게 분류하고, 쉽게 검색하고, 쉽게 수정하고 싶다. 이런 건 SNS에 기대할 기능이 아니지.
2.
그나저나 글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은 요즘 들어서 했다.
집구석 뒷담이나 살기 퍽퍽하다는 시시콜콜한 얘기를 늘어놓는 짓에서 벗어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남의 하소연은 들어도 괜찮지만, 내 이야기만은 꺼내고 싶지 않아졌다.) 그럼에도 계정을 정리하거나 트윗청소기를 돌리지 않는 건… 1. 귀찮아서, 2. 지금 지워봤자 수습이 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3. 부끄러운 줄 모르고 구구절절 말해대던 과거를 부정하다가 추해지고 싶지 않아서. 4. 아깝기도 하고.
…정말로 허세만 가득 찼지. 스스로가 싫어진다.
3.
머릿속에서 두서없이 떠올린 문장들은 더 그럴 듯한 말이었는데. 단락으로 정리하려고 애를 쓰다 보니 오히려 원뜻과 멀어진 기분이 든다. 잊기 전에 기록해뒀다는 데 의의를 둔다. (그렇지 않으면 뭔가 쓰고자 하는 의지를 아예 잃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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