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1
"나는 눅눅한 호텔 방 안에서, 목말라 하고 있었다.
얇은 벽 너머로 축제 음악(祭囃子)이 들린다.
호러 계열 단편."
*임의로 의역한 데가 많고 일부분 번역기를 사용해 오역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동물 학대를 암시하는 전개입니다. 불편하신 분은 넘어가주세요.
*원작자님께서 게임 버전으로도 내셨네요.
그 축제 음악은, 호텔의 얇은 벽을 통해 어렴풋이 내 귀를 간질였다.
어딘가 그리운 소박한 울림. 그러고 보면, 마지막으로 축제에 간 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계절인가…….”
7월의 끝. 덥고 음울한 계절이 시작되는구나, 라고만 생각했었다.
나는 상체를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가격에 걸맞은 방은 어두컴컴하고, 먼지 쌓이고, 에어컨이 시원찮았다. 비치된 작은 냉장고에는 물조차 들어있지 않았다. 흔히 있는, 자기 부담이라는 타입이다. 별 볼일 없는 회의 뒤라서 피곤했지만, 뭐 어쩔 수 없지.
“그럼 가볼까.”
일부러 그렇게 말하며 내키지 않는 기분을 참으며, 지갑만을 뒷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로 방에서 나왔다. 하지만 역에서 여기까지 오던 길에, 문을 연 가게를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문의하려던 프런트에는 아무도 없었다. 놓여있는 벨을 아무리 눌러봤자 인기척이 나지 않는다. 땡땡이라도 치나, 안에 틀어박힌 것 같았다.
보다 기력이 있을 때라면 화를 내며 끈질기게 불러냈을지도 모르지만, 뭐 됐다, 하고 나는 거기서 단념했다. 쇠락해버린 자그마한 지방도시라고 해도, 조금만 걸어가면 편의점 정도는 있겠지.
자동문을 통과하자마자 습하고 미적지근한 바람과, 실내에서보다 크게 울리는 가락이 뺨을 스쳤다. 역의 반대편, 즉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내가 발길을 돌린 것도 당연지사였으리라. 적어도 그리로 가면 누군가 있을 테니까.
골목에는 인적이 없었고, 좌우로 보이는 집들도 어디에나 있을 법한 특징 없는 것들이다. 명멸하는 가로등은 겨우 주변의 윤곽을 나타나게 하는 효과밖에 거두지 못해서, 차라리 어두운 길을 걷는 편이 불안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시선을 아래로 숙인 채, 음악이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제법 걸었을 텐데도 소리와 전혀 가까워지지 않는 듯싶은 느낌이, 괜히 싫은 기분을 들게 만들었다. 눅눅한 더위 탓일까, 등과 겨드랑이가 흠뻑 젖어드는 것도 불쾌했다.
목마르다. 적당히 자판기라도 하나쯤 나와야 한다. 아무 것도 없다. 아무도 없다. 자동차조차 지나가지 않는다.
이러니 이런 애매한 지방은 싫다. 나는 속으로 욕하며, 이렇게 정했다. 다음 모퉁이에서 좌회전을 했는데 아무 것도 없으면, 호텔로 돌아가서, 프런트에 호통을 치자.
궁색한 시멘트 담의 끝자락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호텔까지 돌아갈 생각에 넌덜머리를 내면서, 별다른 기대 없이 나는 거길 들여다봤다.
그리고 엉겁결에 걸음을 멈췄다.
주홍빛 물결이었다. 차가 두어 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길, 그 양쪽으로 노점들이 빼곡히 들어섰고, 눈부신 빛을 뿌려대는 전구가 처마 끝마다 여러 개 매달려 있었다. 그 흐름의 끝에는 석조 토리이가 보였다. 그리운 선율은 거기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끌리듯이 훌쩍 골목길로 들어갔다.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리가 없었다.
그 순간, 방울 소리가 유난히 높게 울려 퍼지며, 음악이 뚝 그쳤다. 끝난 거라고 해도, 나는 이 타이밍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싫은 날이다. 맥주 한 잔이라도 걸치고 후딱 자 버려야지. 그럴 수조차 없을 것 같다고 깨달은 건, 걷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노점에 아무도 없었다. 텅 빈 점포들이 늘어서 있을 뿐, 상품도 가격표도 아무 것도 없었다. 단지 전구만이 습한 바람에 덜컹이며 흔들거리는 그림자를 이루고 있었다.
뭐랄까, 모형의 세계로 빠져든 것만 같다.
물론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을 리는 없다. 발밑에는 소스로 더러워진 플라스틱 용기와 나무젓가락이 굴러다니며 확실히 사람이 있었음을 알린다. 축제가 이미 끝나버린 거겠지. 노점을 남겨둔 건 내일을 위해서고, 불을 켠 채로 둔 것은 분명 전원을 한 곳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정면의 신사에 도착하면, 그 음악을 연주하던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너무나도 석연찮아서 불쾌감보다 피로가 앞섰다. 푹푹 찌는 불볕더위가 체력을 빼앗아갔다. 목마르다. 맥주. 아니, 이젠 물도 좋다. 어쨌거나 한숨 돌리고 싶다.
빛의 길에서, 신사로 걸어갔다. 전구의 소음과 거기 모여드는 벌레의 날갯짓 소리가 어우러져, 윙윙거리는 소리만이 주변에 가득할 뿐, 다른 것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엷은 구름에 가려 달이나 별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저 걸어갔다. 소음에 내 발소리가 섞이며 단조로움을 더했다.
그래서 탁탁, 가벼운 소리가 난데없이 울렸을 때, 나는 반사적으로 그쪽을 돌아보고 말았다.
아이가 있었다. 대여섯 살 정도의 작은 여자아이였는데, 빨간 유카타를 입고 있었다. 손에는, 투명한 컵을 든 채. 소녀는 선명한 오렌지색 액체를 빛에 비추며 즐거운 듯이 쳐다봤다. 내 시선은 나도 모르게 거기 끌려갔다. 목마르다. 그런데 이 소녀는 어디서 나타난 거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또 다른 가느다란 그림자가 불쑥 나타났다. 그것은 소녀와 똑같은 유카타를 입은 여성이었다. 나는 샛길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납득했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서, 나를 등진 채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작아지며 노점의 줄에서 빠져나가 어둠 속으로 가라앉은 뒤에야, 나는 가게의 위치를 묻지 못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일순간 아내와 딸로 보였던 것도 말을 걸지 못한 이유였다. 물론 두 사람이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없고, 자세히 보면 얼굴이나 체형도 전혀 달랐을 테지만, 묘한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무심코 모녀가 나왔을 골목을 들여다봤다.
무리로부터 떨어진 두 개의 불빛이 덩그러니 켜져 있었다. 가까이 가자, 빨간 천막과 하늘색 천막이 나란히 있었고, 각각에 자리를 잡은 키 큰 남자와 키 작은 남자가 나를 흘끗 쳐다봤다. 그 생과일주스와 금붕어 건지기 노점은 아직 도구를 갖춘 채였다.
“마시고 싶은데요, 매진?”
하지만 생과일주스 가게에 놓인 믹서 안에는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낙담하며 그렇게 물었더니, 키 큰 남자가 어쩐지 옆집의 금붕어 건지기 하는 남자와 눈을 마주치고는, 나지막이 무기력한 어조로 대답했다.
“……아직, 재료는 있어.”
“그럼, 그걸로 좋으니까, 한 잔.”
겨우 나서게 된 지갑을 꺼내어 무턱대고 주문했다. 그러고 보면 값이 적혀 있지 않지만, 뭐, 주스 정도인데 대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잔돈이 있으려나, 내가 지갑에 정신이 팔린 순간, 그 일이 일어났다.
금붕어 건지기를 하는 남자가 옆에 쌓여 있던 싸구려 그릇을 집어 그대로 수조에 넣었다가, 호탕하게 건져 올렸다. 그 그릇이 옆집의 주스 파는 남자에게로 건네진다. 주스 파는 남자는 주저 없이 받아선 믹서의 뚜껑을 열었다. 뚝, 물 같은 덩어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말릴 틈조차 없었다.
나는 동전 주머니를 연 채 그 광경을 바라봤다. 두꺼운 유리의 벽 너머로 너울너울 춤추는 주홍색의 꼬리지느러미를. 스치고 지나가는 작고 새까만 눈은, 이쪽을 전혀 보려고 하지 않는다. 나만이 그 녀석들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믹서 안에서 헤엄치는, 두 마리의 생생한 금붕어.
“부디.”
그리고 극히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로, 주스 파는 남자가 나를 재촉했다. 뭘, 하고 나는 묻지 않았다. 장난하는 거냐, 나는 화낼 수 없었다. 바보 취급하지 마라, 나는 떠날 수 없었다.
믹서의 스위치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부디.”
다시 한 번, 남자는 나를 재촉했다. 나는 남자의 얼굴을 돌아봤다. 작고 새까만 돌이 뿌옇게 흐려진 연못 속에 떠 있다. 거기에는 악의도, 조롱도, 의심도, 호기심도,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나도 그냥 서 있었다.
“축제니까요.”
금붕어 건지기 하는 사내가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이런 것도 좋지요.”
이것은 악질의 장난이다.
코드는 연결되지 않았을 것이다. 스위치는 가짜일 것이다. 믹서는 고장 났을 것이다. 칼날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광경을 강렬하게 떠올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헤엄치는 금붕어들을.
그러나 그보다 강하게 떠오른 것은, 그, 빛에 반짝이던 선명한 오렌지색 액체.
아주 잠깐일 것이다. 아픔도, 두려움도,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목마르다.
“누르면, 먹이라도 나오는 건가요?”
“아무 것도 안 해도 어차피 내일쯤에는 말이지. 이런 건 병들기도 했고.”
망상을 떨치려던 농담 같은 물음에는, 동떨어진 대답이 돌아왔다. 금붕어 건지기 하는 사내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고선, 불을 붙였다.
농담이다. 바보 취급 받았다. 그 밖에, 이 녀석들이 내게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었다. 눌러도 움직이지 않을 게 분명하다. 겁먹은 나를 비웃는 거다.
누구라도 그렇게 판단한다.
나는 천천히 검지를 뻗었다.
내가 원해서가 아니다. 내가 죽이고 싶어서가 아니다. 내가 즐기고 있는 게 아니다. 문제는 없다.
설마, 작동한다고 해도.
물이 순식간에 아름답게 물들어버리는 역겨운 환상.
하지만, 나는 기대하고 있지 않은가?
플라스틱의 차갑고 담담한 감촉이 손끝을 파고들었다. 희미한 진동이, 손가락 안쪽을 간질였다.
完
와……
속 안 좋아…
- 원본은 2006.03 게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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