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네스(Φάνης, Phanes)
‘빛을 가져오는 자Lightbringer’.
•CV: 후쿠엔 미사토
•정체성: 논바이너리 무성애자로 정체화했다.
외형:
평균보다 큰 키와 적당히 마른 체형만이 그나마 특징으로 꼽힐 만큼 달리 눈에 띄는 곳 없이 평범한 생김새. 다만 자주 웃고 있는 덕분인지 만난 사람들 대부분에게 호감을 사고 ‘즐거워 보이는 얼굴이었다.’고 기억하게 만든다.
앞머리는 눈썹 부근의 길이로 내려 가지런히 정돈했고, 로브에 달린 모자를 벗으면 허리 아래까지 곧게 쏟아지는 검은색 머리칼이 매번 다른 형태로 묶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장 선호하는 것은 반묶음,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낮게 묶은 포니테일이다.) 장식 없는 흰 색, 또는 그것을 그대로 염색시킨 듯 밋밋한 붉은 색의 가면 너머로 들여다 보이는 호기심 가득한 둥근 눈매 안에는 바다처럼 짙은 푸른 눈동자가 자리를 잡고, 언제나 자기 앞에 서 있는 상대를 올곧게 쳐다본다.
그러나 에테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이들에게는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파네스를 구성하는 에테르는 단색이 아니라 밝은 보라색에서부터 짙은 물빛까지의 색채를 담고 있어 동트는 바다를 닮았으므로.
성격:
파네스는 물과 같은 기질을 가진 이였다. 도무지 한 곳에 고이는 법을 모른다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쉴 새 없이 세상을 유랑하는 여행자였는데, 그의 이러한 수성水性은 단순히 방랑벽에만 국한되는 표현이 아니었다.
파네스는 세계를 가리지 않고 적시는 비처럼 만사에 쉬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애정을 품고는 했다. 다만 이 애정은 만물을 차등 없이 대하는 박애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오히려 사소하고 하잘것없어 보이는 대상에까지 낭만을 베푸는 것에 가까우며, 그 낭만에 다시금 순위를 매기는 것도 손쉽게 해내고 마는, 요컨대 정이 넘쳐흐르는 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또한 파네스는 그 애정을 표현하는 데 가감이 없었다. 덕분에 그의 주변인들은 그가 좋아하는 것들을 아주 잘 알았다. 제아무리 무색무취의 물일지라도 거기 닿으면 축축하게 젖어서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흔적이 남듯이.
덧붙여 파네스의 이 솔직함은 자신의 감정에 금방 확신을 갖는 사람들 특유의 것이라 파네스를 접한 이들은 금세 그의 영향을 받게 되고는 했고, 일부는 파네스가 보내는 애정에 버금갈 정도의 마음을 갖는 이들도 있었다.
이렇게 파네스 안에 담긴 낭만적 기질이 곧 그의 행동을 이루는 근간이 되었다. 세계를 향한 애정 어린 관심이 무조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일을 풀어내는 것은 아니기에 때로는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굴하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모든 것을 감수했다.
기타:
•생김새만큼이나 능력도 평범하다. 손에 잡힌 무기는 전부 그럭저럭 쓸 수 있으나 뛰어난 재능을 보인 분야가 없다. (게임 속 시스템으로 말하자면 어떤 직업이든 잡으로 전직하지 못한 채 클래스 50레벨에 머무른 상태.)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껴도 아무런 열패감 없이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에게 순순히 도움을 구하러 갈 만큼 긍정적이다. 소환 술식은 이런 마음에서 비롯됐다.
•다만 변신을 못하는 건 능력 부족이 아니라, 명확한 형태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긴 머리를 좋아한다. 자기 머리를 길게 기른 것도 그래서고, 장발인 사람을 발견하면 빤히 구경하고 만다. (실례다.)
•날지 않는 새를 몇몇 만들었다. 스스로 가장 걸작이라 꼽는 건 '펭귄'이라는데…….
관계:
•파이퍼 헤이든:
쪼개진 파네스의 영혼이 새로이 태어난 존재. 비슷한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서로를 명확하게 타인으로 인지한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파이퍼를 직접 대면한 적이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시대로 돌아가던 파이퍼를 시공간의 틈에서 불러내 얼마간 대화를 나눴다. 관심사나 성향이 비슷해 금세 의기투합했는데, 특히 파네스는 "나를 재료로 태어나는 게 저 아이라면 이미 정해진 결말조차도 오히려 엄청 기쁘다."고 평가했을 정도였다. 이후 파네스는 파이퍼를 탄생시키기 위해 베네스의 계획에 동참했다. (또한 베네스가 이 불티를 찾는 데 헤매지 않도록, 조각나 환생할 자신의 영혼을 추적하는 장치로써 새끼 펭귄을 닮은 마법 생물을 남겨놓았다.)
덧붙여 파이퍼는 파네스를 오빠/언니 같다고 느낀다. 자신을 잘 이해해 주는 다정한 연장자라고. 때문에 파네스와 자기를 동일시하는 시선에는 고개를 갸우뚱해도, 닮은 곳이 있다는 평가마저 싫어하진 않는 듯.
•에메트셀크(하데스):
떼어낼 수 없는 악우. 적어도 파네스한테는.
파네스가 에메트셀크를 처음 만난 건 두 사람 다 위원회에 소속되기는커녕 성년조차 되지 않았던 사춘기 무렵의 일이었다. 그런데 하데스와 처음 만난 파네스는 그에게서 좋은 인상을 전혀 받지 못했고, 조금만 더 어렸어도 역겨움을 고스란히 드러냈으리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구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하데스가 그곳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도시가 파네스에게는 디아스포라적 정체성으로 인해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공간이라는 점 하나만 봐도 그랬다.
그러나 하데스와 파네스 사이에서 휘틀로다이우스가 둘을 중재하는 가교 역할을 도맡아 이들의 사이는 차차 누그러졌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파네스는 하데스를 ‘때때로 악의 없이 불편한 데를 찌르기는 해도 그럭저럭 괜찮은 친구’ 정도로 여기게 된다. 한편 하데스 역시 파네스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는데, 그런데도 언제부턴가 자기 자신조차 해명할 수 없는 동경심을 품고 말았다. 하지만 그 마음을 절대 드러내지 않고 친구 관계를 유지했다. 세계의 종말이 가까워지고 파네스가 배신자의 오명을 뒤집어쓴 채 그를 영영 떠나버린 뒤에도.
•휘틀로다이우스:
여러모로 마음이 맞은 막역지우였다. 파네스가 유일하게 애칭을 쓰는 상대이기도 하다.
기억이 모호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냈기 때문에 어떻게 만났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첫 만남을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파네스는 휘틀로다이우스는 첫인상부터 좋은 녀석이었다고 생각한다.
휘틀로다이우스는 꽤나 자주 허튼소리라고 지적받는 파네스의 언동에 담긴 의중을 곧잘 간파하고 호감을 표했으며, 한 데 머무르지 못한 채 멋대로 흘러가는 파네스의 발걸음을 다정하게 배웅했다. 그런 그에게 파네스가 차츰 빠져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만 두 사람은 서로의 관계를 연인으로 규정짓지 않았다. 그간에 쌓아온 우의와 친애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었던 것이다. 이는 양쪽 다 어떤 직위도 갖지 않았을 무렵에 내려진 결론이었는데, 특히 파네스는 자신의 감정이 성애로 나아갈 리 없다는 확신과 동시에 성인이 됐다. 그리하여 '보통의 친구보다 가까울 뿐'이라는 관계를 정립하고 난 뒤 찾아온 것은 안정이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에 소임을 다하며,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에 우선은 상대를 떠올리고 마는 그 평온한 일상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 끝내 불온한 소식이 들이닥친다. 아젬으로서 상황을 확인한 파네스는 재앙으로부터 세계를 구하려고 했지만, 그 길은 14인 위원회를 비롯한 다수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발목을 붙잡히지 않으려면 자신의 행적을 숨겨야겠다고 판단한 파네스는 여장旅裝을 챙기던 길에 휘틀로다이우스와 마주쳤다. 파네스는 평소와 달리 자신의 행선지를 밝히지 않았는데, 휘틀로다이우스는 여느 때처럼 파네스를 배웅했다. 거기서 두 사람의 관계는 영영 끝이 났다.
•헤르메스:
파네스가 도울 수 없었던 사람.
새로운 파다니엘을 마주한 파네스는 그에게 어딘가 남다른 데가 있다는 것을 알아봤다. 그러나 그 이질감의 근원이 무엇인지 한눈에 간파하지는 못했다. 파네스는 아주 약간의 염려와 그것을 완전히 상회하는 호기심을 안은 채 헤르메스에게 다가간다. 방문이 끈질기게 이어지자 마침내 헤르메스도 마음의 문을 슬그머니 열어 그 자신의 속내를 들려주었으나, 파네스는 그에게 해답을 들려줄 수 없었다.
단순히 파네스가 헤르메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파네스는 일찍이 겪어본 적 있는 문제가 다른 사람에게서 발견되자 반가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네스가 건넨 대답은, 깊은 우울에 침잠하고 만 헤르메스를 늪에서 끌어올리기에 역부족이었다. 단 한 번의 대화로 두 사람은 이전처럼, 혹은 그 전보다 훨씬 더 거리를 두고 데면데면하게 지냈다. (파네스는 그에게 새로운 상처를 남기지 않고자 했다.)
단, 파네스가 만난 것이 파다니엘로 취임하기 이전의 헤르메스였다면 둘의 관계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베네스(+α):
파네스에겐 부모와도 같은 인물이나, 결코 '어머니'가 아니다.
당시 아젬이던 베네스가 아모로트 밖에서 보호자 없는 어린아이를 발견한 것이 첫 만남이었다. 집을 나온 것인지, 부모에게 버려진 것인지, 혹은 그 밖의 여의치 않은 사정이 있었던 것인지, 정확한 사연은 불명. 다만 파네스는 확실히 보호자가 필요한 연령이었기에 베네스를 스승으로 삼았다.
어린 파네스는 아모로트에 적응하지 못했는데, 그렇다고 달리 그리워하는 고향이 있는 것도 아닌 데다가, 심지어 자기 자신과도 다소간의 불화를 겪고 있었다. 스스로를 '이방인'이라 느끼는 파네스에게는 거듭 동행했던 베네스와의 모험만이 일종의 해방구였다. 그러나 파네스는 베네스와 여행을 함께 하며 스승의 지식, 기술, 그리고 모험심과 세상을 향한 애정 어린 호기심을 배웠고, 길지는 않지만 짧다고도 할 수 없는 시간을 빼곡히 채우는 추억에 의해 마침내 자신과 화해한다. 그 직후 파네스의 마음이 누그러진 것을 알아본 베네스로부터 아젬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파네스는 엘피스에서 귀환한 베네스에게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해 듣는다. 사제는 수많은 희생이 예견된 미래를 막고자 했으나, 운명이 기어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게 되자 일찍이 베네스가 만났던 존재에 기대를 걸었다. "이상理想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 다시 길을 찾아내야죠." "여행에 단 하나의 경로만을 고집하는 건 바보짓이니까." 사제와 뜻을 나란히 하는 이들의 도움으로 파네스는 베네스에게 멸망의 예언을 전했던 자신의 조각과 대면하고, 그 아이를 탄생시키기 위해 죽어 흩어져야만 하는 자신의 역할을 선뜻 받아들인다. 이후 정해진 운명을 걷기 위해 '조디아크 소환' 건을 구실로 위원회에 반목하는 모습을 보이며 아젬 직위에서 발을 빼고, 아모로트에서 종적을 감췄다가, '하이델린'이 된 스승이 발하는 빛살을 맞아 퇴장했다.
6.5 스포일러가 있어 접힌글 처리.
•달의 감시자:
비록 파네스는 달의 감시자도 베네스와 마찬가지로 가족이라 여기진 않으나 그에 준할 만큼 허물없다.
베네스에게는 도저히 어린아이와 동행할 수 없는 임무로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경우도 생기곤 했는데, 그때마다 매번 파네스의 임시 보호자를 자처한 인물이 바로 아직 애니드라스 아남네시스의 소장이 되지 않은 달의 감시자였다. 그는 베네스의 애제자를 제법 귀엽게 여긴 듯하나, 정작 파네스는 '고맙지만 별로 재미는 없는 사람'쯤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동시에 자기가 아모로트를 떠나고 전혀 다른 존재가 나타날 때까지의 긴 공백에서 스승을 지탱해 줄 인물로 가장 먼저 애니드라스의 소장을 꼽을 만큼 신뢰했다.
•에오르제아 12신의 원형:
비레고의 원형은 휘틀로다이우스와 가까운 파네스가 창조물 관리국에 수시로 드나든 덕에 일찍부터 안면이 있었다. 그는 상사와 상사의 친우를 보면서 '유유상종'이란 말을 실감했다.
랄거의 원형과 베네스가 함께 한 무용담을 들었던 파네스는 그에게도 약간은 존경심을 품었던 듯하다. 그러나 그 이상의 관계가 있진 않았다.
아제마의 원형이 지닌 열정적 면모에 감화된 파네스는 그녀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파네스가 아젬으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적의 일이라, ‘아젬과 그 제자’라고 하면 여전히 베네스와 파네스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 새로운 사제 관계에 대해 아는 이들은 드물었다.
날달의 원형과 파네스는 딱히 접점이 없다.
노피카의 원형은 파네스를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었다. 파네스가 ‘아도니스(몰볼)’의 창안자였던 덕분인데, 파네스는 학부생 시절의 짓궂은 장난이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알디크/니메이아의 원형들은 파네스가 미래의 조각을 불러내고자 소환 술식을 개량하는 과정에서 크게 도움을 준다. 그 일을 계기로 그들은 언젠가 만났던 '아젬의 사역마'의 정체를 알게 되나, 결국 잊어버리고 말았다. 1
할로네의 원형은 파네스가 아젬으로서 맡은 임무에 종종 동원됐다. 주로 토벌 임무에 힘을 보태고는 했는데, 무슨 까닭에선지 사적인 교류는 없었다.
메느피나의 원형과 파네스는 서로의 얘기라면 아무리 시시한 것이라도 관심을 보일 만큼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파네스가 자신의 조각에게 듣고 온 미래의 모험담으로부터 ‘조디아크를 별에서 격리하고 위성으로 봉인한다’는 힌트를 얻었고, 그 발상을 기어이 현실로 실현시키기까지 했다.
살리아크의 원형 역시 파네스의 소환 술식을 개량하는 일에 다소 도움을 줬다. 거기다 그는 베네스나 달의 감시자의 옷자락 뒤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던 어린 파네스와도 만난 적이 있는 것 같다.
리믈렌의 원형은 파네스가 종종 해양원에 방문했을 때 몇 번 말을 섞기도 했고, 또 부주의한 방문자에게 단검을 던지는 모습을 파네스 앞에서 보인 적도 있었다. 그녀의 기술이며 가치관 등등을 높게 산 파네스는 훗날 베네스와 자신의 조력자가 될 만한 인물을 추려볼 때 그녀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오쉬온의 원형과 파네스는 베네스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알긴 했어도 얼굴을 맞댄 적은 없다. 한 번쯤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세계가 종말에 이를 때까지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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