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uble_P 2020. 10. 21. 16:17

*출처: [각주:1]

*임의로 의역한 데가 많고 일부분 번역기를 사용해 오역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824(일요일) 맑음.

누구의 말도 진짜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내가 이상해진 걸까?”

 

***

 

함부로 전화할 수조차 없는 이 상황에선 모두를 만나보기도 어렵다. 어제 소타로에게서 도망치듯 달렸던 나는, 그의 전화나 방문을 기다리거나, 직접 찾아가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그리고 간밤에 전화는 오지 않았다. 소타로가 나한테 화가 난 걸지도 몰랐다. 그럼 내가 소타로의 집에 찾아갈 수밖에 없다.

그건 우울한 선택이지만 피할 수 없다. 나는 태양이 높이 뜨기 시작한 마을로 나갔다. 여름의 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아, 살갗을 태우는 듯한 햇볕에 나는 조금 안심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시간은 아직 있다.

되도록 사람이 없는 길을 고르고, 사람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피하면서, 소타로의 집에 도착했다. 몇 번 뒤돌아보며 확인했지만 아마 누군가에게 발견되지도 않았고, 쫓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소타로가 사는 맨션 뒤쪽으로 돌아갔다. 피아노 소리가 나는 것이 누가 레슨을 받는 중인 것 같았다. 소타로라면 신호를 잘 보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풀에 숨어 들여다본 거실에는 어린 여자애와 피아노 옆에 선 소타로의 어머니만 있을 뿐, 소타로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소타로의 방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심지어 집에 있는지조차 모른다. 대충 짚어서 조약돌이라도 던져볼까 주저하고 있었는데, 소타로 어머니의 시선이 문득 이쪽을 향하는 바람에 눈이 마주치기 전에 서둘러 도망쳤다.

  어쩌지…….”

전화를 걷는 것도 괜찮겠지만, 소타로가 받을 확률은 낮아 보였다. 내게 남겨진 수단은 이제 별로 없다.

나는 사람들을 피하며 터벅터벅 거리를 걸어 두 도장이 나란히 서 있는 곳으로 왔다. 어느 쪽도 인기척 없이 조용하다. 벽보가 있는 쪽을 지나쳐서, 전에도 방문했던 곳의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침묵이 흘러 이쪽도 안 되려나, 하고 떠나려던 순간 안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히로키입니다.”

곧장 문이 열리고 스즈노가 얼굴을 보였다. 스즈노의 손짓에 따라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일단 올라가자.”

스즈노가 나를 거실로 들이고는 부엌에 갔다. 이전의 기억이 떠올라 침착하지 못한 기분이 됐는데, 이번엔 여동생이 난입하는 일 없이, 스즈노가 보리차 담긴 컵을 얹은 쟁반을 들고서 돌아왔다.

  딱히 정좌하지 않아도 돼요.”

긴장이 자세에도 나타났었는지, 스즈노가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조금 쑥쓰러워하며 다리를 풀었다.

  하나자키 군의 긴급 전언?”

작전조와 실전조의 연락은 때마침 가족이 자리를 비운 스즈노로 정해져 있었다. 28일의 작전회의를 기다리지 않고 대뜸 찾아온 내게 스즈노가 그렇게 묻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 어제 소 군과 만날 약속을 하는 걸 잊어서……연락할 수 없게 됐어요.”

그 말을 들은 스즈노의 미간이 살짝 좁혀지는 걸 나는 알아챘다.

  그래서 스즈노 씨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나 하고…….”

  하나자키 군에게선 전혀.”

역시 소타로는 나를 불신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내 낙심을 알아차린 걸까, 스즈노의 표정도 점점 흐려졌다.

  다퉜어?”

  그런 건 아닌데…….”

나는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몰라서 망설였다. 요스케의 얘기를 꺼냈다간 정말로 소타로를 배신하는 게 되지만, 그걸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도 무리다. 말을 고르는 내 입에서 흘러나온 건, 어제부터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말이었다.

  마왕의 일…….”

  ?”

  소 군한테서 마왕에 대해서, 들었죠?”

  , 우리를 필요로 한다는 얘기?”

고개를 끄덕인 나는 스즈노의 표정이 곤란함이 섞여드는 걸 본 것만 같았다. 스즈노는 한동안 말없이 테이블만 쳐다보다가, 곧 보리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하기 시작했다. 컵 속에서 얼음이 소리를 냈다.

  글쎄, 하나자키 군한테도 말했지만, 나는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스즈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내가 반쯤 몸을 내밀며 재촉하자 스즈노 역시 몸을 기울이며 속삭였다.

  마왕은 우리를 굴복시키고 싶은 거야. 그래서 일부러 감시만 하고 풀어두는 거지.”

  그럼 우리를 잡거나 하는 건.”

  ,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냥 즐기는 것뿐이야, 분명.”

짧아진 옆머리를 만지작대며 스즈노가 중얼거렸다.

  그러다 상대가 방심하면 잡아먹겠지. 그런 거라면 승산은 있어.”

확실히 스즈노의 생각은 소타로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스즈노가 표현하는 마왕은 건방지고 오만한 이미지다.

그 얘기에 마음이 술렁인 것도 확실하긴 한데, 역시 나한테는 잘 와닿지 않았다. 소타로의 얘기도, 신야의 얘기도, 심지어는 요스케의 마왕 같은 건 없다는 논리조차도,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기야 하지만, 나로서는 납득되지 않는다. 모두 조금씩은 맞고 조금씩은 틀린 것처럼 느껴진다.

  다시 한 번 소 군에게 가볼게요.”

나는 또 침착하지 못하고 일어섰다.

  이번에는 무사히 만날지도 모르고.”

  조금만 기다리면 마츠조에 군도 올 텐데 연락 없었는지 물어보는 게 어때?”

  , 그게, 안 올 것 같아서요.”

스즈노의 권유를 반사적으로 거절해버렸다가, 그게 내 가슴에 쌓여있는 소타로의 고발 때문이라는 걸 깨달아 기분이 나빠졌다. 신야와 요스케가 마왕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없다. 될 수 있는 한 만나지 않는 게 최선이다.

밖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서 나는 스즈노의 집에서 뛰쳐나왔다. 소타로의 집으로 다시 갈 생각은 없다. 오히려 어디로 가면 좋을지 몰라서, 그냥 사람들을 피하며 거리를 돌아다녔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그림자처럼.

 

 

  1. 달력은 연재 당시인 2003년 7~8월을 참고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